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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슈틸리케의 3無 축구, 살얼음판 걷는 월드컵 최종예선

무전술, 무원칙, 무대책…경질 여론 확산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3(Mon) 11:00:00 | 14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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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한증(恐韓症)이 깨진 날, 슈틸리케호는 최대 위기에 빠졌다. 3월23일 중국 창사에 위치한 허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에서 한국은 중국에 0대1로 패했다. 전반 34분 터진 위다바오의 헤딩골 한 방에 승부가 갈렸지만 내용 면에서는 차이가 더 컸다. 중국의 강력한 압박과 좁은 간격에 한국은 우왕좌왕했다.

 

중국전 패배는 최종예선 들어 불안한 행보를 보이던 슈틸리케 감독의 민낯을 다시 드러냈다. 리피 감독의 변화무쌍한 전술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정협을 빼고 김신욱을 투입하며 만회에 나섰지만, 너무 단순한 패턴으로 일관하며 패배를 자초했다. 최종예선 원정 3경기에서 1무(시리아) 2패(이란, 중국), 무득점의 무기력증이 두드러졌다.

 

 

전술·원칙 없는 슈틸리케호의 현실

 

A조 3위로 떨어질 수 있었지만 천운이 슈틸리케 감독을 도왔다. 15분 늦게 열린 경기에서 4위 시리아가 3위 우즈베키스탄을 잡아준 덕에 승점 1점 차 우위를 유지한 것. 조별리그 직행이 가능한 조 2위를 사수했지만 언론과 팬들은 “부끄러워해야 할 2위 수성”이라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닷새 뒤 홈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경기에서는 1대0으로 승리했다. 전반 5분 만에 홍정호가 선제골을 넣으며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추가골은 없었다. 후반 들어서는 시리아의 빠른 공격에 무너지며 코너로 몰렸다. 골키퍼 권순태의 선방과 슛을 튕겨낸 골대의 행운이 없었다면 역전을 허용할 수도 있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3월28일 시리아와의 홈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했지만 경기 내용 면에선 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왼쪽)의 경질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 연합뉴스


3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A조 2위를 지켰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도 카타르를 꺾으며 승점 1점차 추격을 이어갔다. 아시안컵 준우승과 월드컵 2차 예선 전승으로 승승장구하던 슈틸리케호는 최종예선을 치른 7개월 사이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슈틸리케호의 부진에는 다양한 분석이 붙는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전술 부재다. 부임 초기부터 고집스럽게 쓴 4-2-3-1 포메이션과 점유율 중심의 축구는 상대에게 읽힌 지 오래다. 중국전이 끝나고 현지 기자들은 “우리도 슈틸리케 감독의 용병술을 파악하고 있다. 예상한 그대로였다. 리피 감독이 그걸 몰랐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리피 감독은 완벽한 대처로 예봉을 꺾었다. 교체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슈틸리케 감독에 즉각적으로 대응했다. 확실히 상대의 수를 읽고 있었다.

 

아시안컵과 월드컵 2차 예선 당시에는 끈질긴 수비와 기성용을 중심으로 한 허리 싸움의 우위로 연전연승했다. 하지만 최종예선은 다르다. 상대의 치밀한 분석과 준비가 펼쳐진다. 리피(중국), 카를로스 케이로스(이란), 호르헤 포사티(카타르) 등 세계적인 명장이 A조에 즐비하다. 선수 기량은 이란과 더불어 A조 최고로 평가받지만, 정작 감독의 능력은 한국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다.

 

 

상대가 아닌 언론과 싸우는 무대책 감독

 

첫 번째 옵션이 막히면 그다음 전략으로 변수를 만들어야 하는데 슈틸리케 감독은 뻔한 교체, 뻔한 패턴이다. 후반에 196cm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투입해 제공권을 활용하는 전술로 카타르, 우즈베키스탄을 홈에서 꺾었지만 세 번은 안 통했다. 시리아전에서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4-1-4-1로 포메이션을 바꿨지만 오히려 플레이가 꼬이고, 쉬운 패스조차 안 되는 기현상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중국, 시리아 2연전에서 보여준 경기 내용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경기 감각이 온전치 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기 때문이다. 무릎 부상에 시달린 기성용은 대표팀 합류 전 가까스로 복귀전을 치렀다. 수비의 중심인 중국파는 올해부터 적용된 외국인 선수 기용 제한에 묶여 출전이 좌절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과정에서 선수 선발 원칙도 깨졌다. 기량과 경기 감각이라는 객관적 요소가 아닌 감독이 ‘잘 아는’ 선수가 선발 기준이 됐다. K리그 전남 드래곤즈의 신예 공격수 허용준을 깜짝 발탁했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 나머지 22명은 거의 달라진 게 없는 스쿼드였다.

 

2연전을 앞두고 최초 발표한 명단에는 베테랑 수비수 곽태휘의 이름이 있었다. 그러나 곽태휘는 명단 발표 이틀 만에 부상으로 도저히 뛸 수 없는 몸 상태라는 의견이 나와 제외됐다. 부상 중인 선수를 팀 분위기를 이끌 경험이 있다는 이유 하나로 몸 상태도 체크 안 하고 선발했다가 부메랑을 맞았다. 이청용은 경기 감각 저하로 인해 제외하면서 비슷한 상태인 중국파는 뽑는 이중적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이 경고 누적으로 중국전에 출전 못하는데 전문 윙어를 뽑지 않은 것도 납득이 안 됐다. 결국 그 모든 우려가 현실이 돼 터진 게 중국 원정 통산 첫 패배였다.

 

실망은 계속됐다. 슈틸리케 감독의 가장 큰 잘못은 인터뷰에서 실언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감독은 ‘말의 예술’로 사는 존재다. 말 한마디로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쥐락펴락한다. 팀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자신의 계획과 메시지를 분명히 전해야 한다. 알렉스 퍼거슨, 거스 히딩크 등 명장이 보여주는 공통적인 강점이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자살골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 후에는 카타르의 주전 공격수 소리아 같은 선수가 한국 대표팀에 없어 패했다고 말했다가 십자포화를 맞았다.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감독이 미디어를 상대로 투정을 부렸다.

 

시리아전 후에도 같은 실수는 반복됐다. “전술을 고집한다고 해서 바꿨는데 그걸 지적하느냐”며 자신의 전술적 실패를 지적하는 기자에게 발끈했다. 상대 감독과의 지략 싸움에서는 번번이 지면서 언론에 화풀이하는 모습은 부임 초기 ‘갓틸리케’란 찬사를 ‘슈팅영개’ ‘수틀린케’ 등의 오명으로 바꿔놨다. 여론도 싸늘하게 식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시리아전 후 실시한 설문에서 슈틸리케 감독 경질에 찬성하는 여론은 85%를 넘어섰다.

 

다음 경기는 6월11일 카타르 원정이다. 무전술, 무원칙, 무대책의 슈틸리케표 ‘3무 축구’로는 2위 수성을 자신하기 어렵다는 반응으로 가득하다. 신뢰를 잃은 감독이 쓰는 오답을 언제까지 지켜볼 수 있을까. 슈틸리케 감독의 한국 대표팀 내의 시간은 서서히 끝을 향해 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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