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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조기 대선에 가속화되는 脫(탈)원전 움직임

주요 대선 주자들, 탈핵 주장…고준위 방폐장 문제는 외면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3.26(Sun) 12:26:39 | 14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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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 국면에 주요 대권 주자들이 신규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 중단 등을 내세우며 ‘탈(脫)원전’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와 경주 지진 등을 경험한 국민들 또한 원전 안전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정부는 친환경 발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실무진에선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 위기의식에 기대 자칫 장기적으로 지키지 못할 ‘공약(空約)’ 경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월10일 서울 광진구 시민안전체험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6차 포럼에서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면서 “신규 원전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40년 후 ‘원전 제로’ 국가가 될 수 있도록 탈원전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대선 주자들은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 및 장기적 폐쇄 등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방안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 시사저널 박은숙·최준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는 ‘신규 원전 재검토 및 과도적 LNG 활용’ 대안을 제시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신고리원전 7·8호기의 추가 건설을 반대한다”며 “건설 중인 5·6호기도 차기 정부에서 존속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신규 원전 건설은 중단하고 기존 원전은 안전을 보강해야 한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시민 전문가를 포함하고 안전을 감시할 특별기구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이 바뀔 경우 정부의 원전 등 에너지 정책 방향은 급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원전을 새롭게 짓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2015년 수립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년)’을 통해 현재 건설 중인 6개 원전을 포함해 2029년까지 12개 원전을 새롭게 만들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12개 원전 더 짓겠다’ 정부 계획 차질

 

벌써부터 변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초 정부는 올해 7월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 계획 등이 담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밝힐 예정이었다. 하지만 발표 계획을 연말까지 늦췄다. 표면적인 이유는 대선 정국 등 어수선한 환경을 꼽았지만, 차기 정권의 입장을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권이 바뀔 경우 원자력 발전 비율을 낮추는 등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2년에 한 번씩 조정되는 전력수급계획의 방향이 정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상황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물론 정부도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정책 방향은 석탄과 원자력 등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 발전원(發電源)부터 우선 가동하는 경제성을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했다. 이에 국민 안전과 환경을 우선순위에 두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지만 당장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국내 원자력계는 정치적 논리만으로 탈원전을 결정할 경우, 전력 공급 불안과 전기요금 상승 등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다 수십 년에 걸쳐 확보한 원전 산업의 경쟁력까지 상실할 우려가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매일 4300억원의 비용을 에너지 수입에 지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문제로 걸림돌인 석탄화력 발전과 원자력 발전을 동시 퇴출하겠다는 현재의 정치적 주장은 결국 80%의 발전원을 신재생 등 다른 발전원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민단체 등에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비용 등을 고려하면 원자력이 훨씬 비싼 발전원”이라며 “선진국들도 국민 안전과 환경 등을 고려해 장기적 원전 폐쇄를 결정하는 추세”라고 반박한다. 실제로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추세다. 독일은 재생에너지법, 발전차액제도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 시사저널 미술팀


정치권이 함구하는 ‘고준위 방폐물’ 처리

 

핵심은 사회적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5년마다 정권에 따라 에너지 정책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불가역적인 합의를 만들자는 것이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경우 2011년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 95%의 찬성으로 탈원전을 결정했다. 이미 탈원전을 결정한 스위스는 지난해 원전 조기 폐쇄를 추진하다가 국민투표에서 가로막히기도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인 조성경 명지대 교육학부 교수는 “사회적 공감대부터 형성한 후 구체적으로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영향이 있을지에 대한 분명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원전 축소 혹은 장기적 폐쇄를 언급하고 있지만 코앞에 다가온 문제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고 있다. 오는 2019년부터 일부 원전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방폐물)이 포화될 예정이다. 당장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회 공청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대선을 앞두고 방폐장 지역 선정 등 논란이 큰 사안은 논의하지 않겠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지난해 정부는 관련 대책을 마련해 발표한 후 11월 국회에 ‘고준위 방폐물 관리 절차법’을 제출했지만, 국회에선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폐장 지역 선정 등 정치적인 논란이 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태희 산업부 2차관은 2월21일 브리핑에서 “2월말까지 고준위 방폐물 처리를 위한 국회 공청회를 열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는 열리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공청회를 열지 못했다”며 “오는 2019년부터 포화되는 원전이 있어 국민 안전을 위해 고준위 방폐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도 “탈원전 주장의 근본적인 이유가 ‘핵은 위험하다’는 것인데, 정말 위험한 것은 고준위 방폐물 등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라며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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