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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대통령과 0.1% VIP를 위한 병원 ‘차움’

정부, 이미 실패한 차병원에 연거푸 줄기세포 연구 승인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7.01.17(Tue) 17:53:56 | 14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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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보건복지부 등 6개 부처 업무보고가 차병원그룹 산하의 차바이오텍에서 있었다. 차바이오텍은 2009년 줄기세포 연구, 세포치료제 개발, 제대혈(탯줄혈액) 보관 사업을 시작했다. 4개월 후 차병원그룹의 분당차병원은 줄기세포 분야의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돼 8년간 192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됐다. 그해 7월 차바이오텍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로부터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승인을 받았다. 이 연구는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지방에서 채취한 체세포를 이식한 뒤 배양해 각 장기로 분화하는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게 목표다.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각종 난치병 치료제 개발의 근간이어서 세계 각국이 경쟁하듯 연구하는 대상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차움의원 © 시사저널 박정훈


차병원 “까다로운 조건에 특혜는 없었다”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잠정 중단됐다가 차병원이 2009년 정부로부터 승인받아 다시 진행됐다. 당시 2개 이상의 줄기세포를 확보하는 게 목표였지만 약 800개의 난자를 사용하고도 실패했다. 이미 한 차례 실패한 차병원에 정부는 국가경쟁력이 되는 연구를 다시 맡긴 셈이다. 차병원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생겼다. 특히 ‘최순실 사태’가 드러나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해 11월10일 성명서를 내고 “최순실 일가가 주요 고객이었던 차움이 소속돼 있는 차병원그룹에 정부가 어떤 특혜를 제공했는지, 차병원그룹의 성장과 정부의 지원이 의료민영화정책 추진과 어떤 연관관계를 가졌는지 모든 의혹은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병원 측은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만으로 이 연구가 승인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승인은 의료계, 종교계, 생명철학 전문가 등 정부위원 6명과 민간위원 14명으로 구성된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차병원을 줄기세포 연구 환경을 갖춘 곳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내 줄기세포 최고 권위자인 박세필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장은 “줄기세포 연구를 하려는 기관은 질병관리본부에 등록해야 한다. 현재 등록기관은 9곳”이라며 “정부가 9곳 가운데 이번 연구를 차병원에 맡긴 배경에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불임센터 등 난자를 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차광렬 차병원그룹 총괄회장의 행보를 되짚어보면 차병원이 정계와 관계를 맺어왔고 특혜를 받은 것이라는 게 의료계 안팎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번 줄기세포 연구는 승인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우석 사태의 실제 제보자인 류영준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병리학자·생명윤리 전문가)는 “생명윤리법 28조에 줄기세포 연구 승인 조건이 있다.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기존 치료법과 비교해 현저히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연구여야 한다.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 유래 줄기세포치료보다 우수하지 않다. 또 연구 책임자는 해당 연구에 대한 자격과 경력을 갖춰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차병원은 이미 2009년 실패한 경력이 있다. 이런 결격 사유를 무시하고 정부가 무리하게 차병원을 밀어준 배경에는 정계와의 커넥션이 작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차병원의 반박 근거는 2014년 미국에서 시행한 연구 결과다. 차병원 관계자는 “동결 난자 사용만으로는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어려워 비동결 난자를 사용할 수 있는 미국에서 연구를 진행했고 2014년 세계 두 번째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비동결 난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면 모르겠는데 여전히 동결 난자만 사용해야 하는 등 과거보다 연구 조건이 오히려 까다로워졌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류 교수는 “한국에서 비동결 난자 사용은 불법이어서 차병원이 외국에서 비동결 난자를 이용해 연구한 것”이라며 “차병원은 외국에서 한 불법 행위를 한국 정부에 들이밀었고 한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인 것인데 이 과정이 청와대의 개입 없이 가능한 일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차병원그룹 산하 차바이오텍 연구원이 무균실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다. © 차병원


복지부는 동결 난자 500개와 미성숙 난자 100개를 사용해 2020년까지 줄기세포를 만든다는 조건을 달고 차병원그룹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승인했다. 동결 난자는 불임 치료 등에 사용하기 위해 얼린 난자를 말한다. 차병원이 2009년 줄기세포를 만들지 못한 이유도 동결 난자 때문이었다. 동결 난자로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세필 센터장은 “만일 차병원이 동결 난자로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면 이는 하늘에서 별을 딴 것과 다름없다”며 “미성숙 난자(아직 배란되지 않은 원시 난자)를 성숙시킨 후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할 수도 있는데, 미성숙 난자를 성숙시키는 일은 또 다른 연구 분야일 정도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줄기세포 연구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재활의학 전문의)은 “차병원도 실패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줄기세포 연구를 계속하려는 이유는 이 분야에서 국내 최고 연구기관이라는 명성을 얻고 싶은 것”이라며 “또 그 명성을 국내 상위 0.1% VIP를 위한 병원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할 속셈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움은 청와대·국회 연결 창구” 

 

실제로 차광렬 총괄회장은 2010년 최고급 의료기관인 차움을 만들었다. VIP를 별도로 관리하기 위한 조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류 교수는 “차움은 치료보다 노화 방지와 미용을 강조하며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부유층을 상대하는 병원이다. 그런데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경영 측면에서는 차움을 접어야 한다. 그런데도 차움을 유지하는 이유는 최순실을 통한 정계·대통령과의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차움의 VIP 5번이 최순득이고, 최순실도 차움을 드나들었다. 게다가 최 총괄회장과 최순득은 20년째 같은 빌라에서 산다. 또 정·관계 인사의 부인들도 차움에 드나든다. 차움은 청와대부터 국회까지 줄을 놓을 수 있는 창구인 셈”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후 비선 의료행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대통령이 진료를 받은 차움은 최근 VIP를 임상연구에 참여시켜 무료 시술을 받도록 했다. 차움이 ‘VIP 관리용’이라는 의혹이 짙어진 배경이다. 차움은 VIP 관리를 위해 제대혈을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제대혈은 피부미용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차병원은 2014년 12월31일 제대혈의 항노화 임상시험 신청을 냈고 2015년 1월4일 승인받았다. 차병원은 승인 직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2년 동안 70명에게 사용할 분량의 제대혈을 모았다.

 

이 제대혈이 차광렬 총괄회장은 물론 VIP에게 무료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나왔고 복지부가 조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차광렬 총괄회장 3회, 부인(김혜숙) 2회, 회장 부친(차경섭) 4회 등 모두 9차례에 걸쳐 제대혈이 투여됐다. 차움의 VIP 9명에게도 제대혈을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임상시험이 끝나지 않아 실제 투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VIP 관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해 12월 차병원 전 직원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로부터 제대혈 임상연구 승인이 나자 그룹 내 오너 가족 중 한 명이 자신의 지인을 피험자로 등록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해당 지인은 유명 연예인 가족을 포함해 6~7명 정도”라고 밝혔다.

 

제대혈 시술은 중증질환이나 임상연구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임상연구일 경우 무료로 시술을 제공할 수 있다. 차병원은 임상시험을 통해 투여된 것이므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태도다. 복지부도 이 연구가 차병원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았으므로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VIP 리스트를 체계적으로 관리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정부는 밝혔다.

 

그러나 차병원은 차광렬 총괄회장 일가에 제대혈을 투여하고도 진료기록부에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의료법 위반이다. 정부는 차병원 제대혈은행의 국가지정 지위를 박탈하고 지원한 예산(약 5억원)을 환수할 계획이다. 차병원그룹에 제대혈을 기증한 여성들이 1월10일 서울 강남차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병원의 해명과 사과를 촉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정형준 정책국장은 “차광렬 총괄회장은 과거 차의과학대학 설립 등 사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정계에 로비해서 특혜를 받았고 최근 들어 전직 보건 당국 고위 관계자를 대거 영입하면서 로비력을 강화한 것은 이 바닥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밝혔다.

 

2002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권력형 비리 사건 ‘최규선 게이트’는 김대중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와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이 연루된 사건이다. 당시 검찰수사에서 차병원은 최규선씨와 김희완씨에게 경찰수사 무마 대가로 1억5000만원과 산하 벤처기업인 차바이오텍 주식 15만 주를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차광렬 총괄회장은 2004년 미주 한인신문 선데이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의사들이 D제약사 리베이트 건에 연루됐다며 그쪽에서 귀띔을 해 줘 의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현금 및 주식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며 금품제공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당시 현금과 주식 15만 주를 건넸는데 후일 돌려받았고 검찰에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차광렬 차병원그룹 총괄회장이 2016년 12월14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보건 당국 고위 관계자·삼성맨 대거 영입

 

차광렬 총괄회장은 전직 보건 당국 고위 관계자와 삼성 임원을 영입했다. 차병원그룹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두 번째 고용복지수석을 지낸 최원영 전 복지부 차관, 문병우 전 식품의약품안전청 차장, 문창진 전 복지부 차관, 엄영진 전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 등이 있다. 차움의 이동모 원장도 약 20년 전 복지부 보건국장을 지냈으며 전병률 차병원그룹 대외협력본부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냈다. 줄기세포 연구에 초점을 맞춘 차병원그룹은 차바이오텍에 삼성맨을 포진시켰다. 2010~12년 차바이오텍 대표이사를 지낸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삼성 회장 비서실과 삼성증권 대표이사였다. 차바이오텍 임원(사외이사와 감사 제외) 10명 가운데 최종수 대표이사, 이수형·김주황·나종윤·이종헌 전무 등 5명이 삼성 출신이다.

 

최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도전설이 나오자 차병원그룹은 과거 반기문과의 관계를 부각하는 마케팅 행태를 보였다. 지난해 8월 차병원그룹 사보(차병원보)에 반 전 총장 부부와 차병원 의료진이 함께 찍은 사진이 실렸다. 반 전 총장이 차병원을 찾은 것은 최영길 원장(현재 명예병원장)과 권성원 차의과대 석좌교수(비뇨기과)와의 인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사진에도 ‘2006년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당선자가 강남차병원을 방문했다. 업무 인수 준비를 위해 뉴욕으로 출국하기 전 친분이 두터운 강남차병원 최영길 원장에게 진료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는 설명이 달렸다. 반 총장은 2006년 10월14일 유엔 사무총장으로 확정돼 11월14일 미국 뉴욕으로 떠났기 때문에 그가 이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시점은 10월말에서 11월초 사이로 추정된다. 차병원그룹 사보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진도 실려 있다.

 

박 대통령이 제대혈과 줄기세포에 관심을 둔 배경은 무엇일까. 그는 국회의원 시절인 2009년 제대혈 관리법안을 발의했다. 복지부가 제대혈 관리정책을 수립하고 제대혈은행을 허가제로 운영하자는 내용이다. 당시 바이오 업계가 원하던 바다.

 

지난해 11월 SBS는 “최순실씨 소개로 박 대통령이 2010년 한나라당 국회의원 시절 한 바이오 업체로부터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방송했다. 이 업체는 주가조작 의혹, 줄기세포 불법 해외 원정 시술, 불법 환자 유인 등으로 2013년 상장 폐지된 알앤엘바이오(RNL Bio)다. 이후 사명을 케이스템셀로 변경했다가 2015년 알바이오(관계사 네이처셀)로 바꿨다. 2014년 정부는 줄기세포 임상시험 면제범위를 확대하는 정책을 내놨고, 2016년 5월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줄기세포 규제를 풀라고 지시했다. 류영준 교수는 “대통령의 줄기세포 치료 경험과 최순실 등을 통한 차병원의 정계 로비가 맞아떨어지면서 황우석 사태 이후 줄기세포 연구가 재개된 배경”이라며 “차병원 줄기세포 연구 책임자인 이동률 박사나 황우석 박사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다만 왜곡된 방법으로 시작된 줄기세포 연구가 황우석 사태를 재현하는 결과를 낳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무리한 줄기세포 연구는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교수도 “한국처럼 효과도 모호한 줄기세포 치료제가 많은 나라도 없다”며 “이 때문에 국제 사회에는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 수준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병원그룹은…

 

차병원그룹은 1960년 차경섭씨가 설립한 차산부인과가 모태다. 그의 아들 차광렬 총괄회장은 연세대 의대 출신으로 1984년 강남차병원을 설립했다. 이 시기에 생소했던 불임 연구를 시작했고 1986년 국내 최초로 나팔관 인공수정 아기 출산에 성공했다. 1990년대 불임 관련 기술은 수출할 정도로 발전했다. 1995년 분당차병원, 1999년 구미차병원을 설립했다. 1997년에는 포천중문의과대학(현 차의과학대학)을 개교했다. 2000년대 차바이오텍을 중심으로 줄기세포 연구에 뛰어들었다. 2010년 설립된 차움 등 현재 20여 개 자회사를 둔 차병원그룹으로 성장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여성전문 차병원 © 시사저널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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