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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갑부로 채워지는 ‘트럼프 내각’

오바마 행정부 내각의 5배, 부시 내각의 34배 재산 규모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28(Wed) 11:06:35 | 14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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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트럼프 뽑았나.”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가장 강력한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요즘 터져 나오는 말이다. 트럼프는 2017년 1월20일 취임을 앞두고 자신의 행정부를 꾸려 나갈 이른바 ‘트럼프 캐비닛’ 인사들을 내정하고 있지만, 그 면면을 보면 트럼프가 약속한 공약과는 거꾸로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클레어 매캐스킬 상원의원이 12월11일, 한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인선을 비판하면서 “트럼프 내각을 보니 3G 내각이더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캐비닛이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군 장성(Generals), 억만장자 초갑부(Gazillionaires) 출신 인사로 다 채워졌다는 것이다. 아직 트럼프가 취임도 하기 전이라 백인 노동자들이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해에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내각이 지지자들의 바람과 달리 ‘초갑부 내각’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교육부 장관에 내정된 벳시 디보스. 디보스는 암웨이 상속자인 딕 디보스의 부인으로 부부의 재산만 51억 달러(약 6조원)에 달한다. © AP 연합


골드만삭스·군 장성·초갑부 등 3G 내각

 

가장 큰 문제는 장관 등으로 내정된 ‘트럼프 캐비닛’ 인사들이 대선 기간 트럼프가 약속한 공약과는 거의 정반대 인물들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내내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월가(Wall Street)와 깊은 유착관계에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월가를 대표하는 골드만삭스로부터 고액을 받고 정경유착을 두둔했다고 비난했다. 자신이야말로 월가의 영향력을 받지 않을 사람이라고 강조하면서 백인 노동자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끌어낸 셈이다.

 

그런데 정작 골드만삭스에서 17년간 근무하면서 잔뼈가 굵은 스티븐 므누신을 재무장관에 내정했다. 아예 현재 골드만삭스 사장인 게리 콘을 대통령 경제자문역이라 할 수 있는 국가경제위원장에 낙점했다. 또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고문도 기업사냥과 인수합병(M&A) 전문가로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경제 정책의 핵심 인물들을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다 채운 셈이다. 여기에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석유 업체 엑손모빌의 사장인 렉스 틸러슨을 외교 사령탑인 국무장관에 내정해 거의 정점을 찍었다. 정경유착 관계 단절은 고사하고 아예 행정 경험이 없는 월가 인물들을 행정부로 다 옮겨 놨으니,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다.

 

백인 노동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그가 갑부이기 때문에 돈에 연연하지 않고 가난한 중산층을 돌볼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오히려 가난한 ‘흙수저’ 출신들도 고루 등용해서 행정을 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재산이 무려 6조원에 달하는 벳시 디보스 교육부 장관은 물론 3조5000억원이 넘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 지명자 등 억만장자들로 캐비닛을 다 채웠다. 하물며 중소기업을 살펴야 하는 중소기업청장에도 재산이 2조원에 달하는 미국 프로레슬링엔터테이먼트(WWE)를 소유한 린다 맥마흔을 내정했다.

 

현재 내정된 ‘트럼프 캐비닛’ 인사들의 재산 규모만 약 131억 달러(15조7000억원)가 넘는다. 세계 최빈국 70개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를 능가하는 셈이다. 아직 남아 있는 서너 개 장관직 내정자가 추가되면 재산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재산 규모만으로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마지막 내각의 5배, 조지 W 부시 마지막 내각의 34배에 달한다. 그야말로 억만장자로 구성된 ‘초갑부’ 내각인 셈이다.

 

© AP·EPA·AFP 연합


트럼프 지지 ‘백인 노동자층’의 소외감

 

트럼프는 한두 명의 유색 인종을 제외하고는 거의 평균 60대의 백인 남성들로 자신의 캐비닛을 다 채웠다. 흑인이나 소수 계층에 대한 배려는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해당 부처 본연의 목적에 반하는 인사까지 수장으로 내정했다는 점이다. 노동자의 권익 증대에 앞장서야 할 노동장관에 앤드루 퍼즈더를 내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CKE레스토랑을 소유한 갑부인 퍼즈더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초과근무수당 지급 확대에 반대해 온 대표적인 반(反)노동계 인사다.

 

또 2012년 공화당 대선 주자로 나서 상무부, 교육부와 함께 에너지부는 필요 없다고 주장한 릭 페리를 에너지장관에 내정했다. 환경보호에 앞장서야 하는 환경보호청장에는 대표적인 환경규제 반대론자인 스콧 프루이트를 내정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기후변화 구상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화력발전소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 등을 저지하는 집단소송을 주도한 인물이다. 앞서 언급한 억만장자 린다 맥마흔을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를 살펴야 하는 중소기업청장에 임명한 것도 마찬가지 사례다. 억만장자 갑부들로 내각이 구성되다 보니 벌써 트럼프를 지지한 백인 노동자들 사이에선 소외감과 함께 자괴감이 흘러나온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트럼프 캐비닛’의 또 다른 특징은 외교안보 라인이 초강경파 군부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미친개(mad dog)’라는 별명을 가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를 비롯해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 라이언 징크 내무장관,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모두 군 장성(Generals) 출신이다. 모두 국제 분쟁에서 일전불사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렇다 보니 대선 기간에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미국의 ‘개입주의’를 거부하고 국제 분쟁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애초 트럼프의 공약도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선 기간 이른바 ‘워싱턴 기득권 타파’를 내세우며 백인 노동자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된 트럼프가 자신의 내각 구성은 정반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네오콘(매파)을 비롯한 강경 인사와 기업사냥 전문꾼 등 친기업적인 인사로 내각이 거의 다 채워졌다. 노동자층이 아니라, 군산복합체는 물론 거대 재벌의 이익이 그대로 대변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의 내각 지명인사 면면을 볼 때 기존 정치권의 적폐였던 ‘워싱턴 기득권 타파’는 공염불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 측은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공약대로 각종 규제 철폐와 완화를 통해 미국 경제의 부활이 핵심이고 여기에 걸맞은 인사들을 뽑았다는 것이다. 실무 경험이 많은 인사들을 행정부로 데리고 와서 경제를 다시 부흥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외교안보 라인도 경제 부흥을 위해서는 확고한 안보 정책이 필요해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장성들로 채웠다는 설명이다. 출신이나 재산 규모 등만 가지고 예단하지 말라는 의미다. 결국 2017년 1월20일 취임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초기에 내놓을 정책이 정권의 색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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