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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2016 올해의 인물] ‘박근혜-최순실’ 대한민국을 절망의 늪에 빠뜨린 40년 지기

국정 농단, 국민에 분노와 박탈감 안겨 촛불민심, 대한민국 희망 횃불 되살려

박혁진 기자 ㅣ phj@sisapress.com | 승인 2016.12.21(Wed) 12:48:06 | 14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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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을까.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는 12월 둘째 주가 되자 시사저널 편집국에는 무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설문 문항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희망과 기쁨을 전해 준 인물보다는 절망과 슬픔을 안겨준 인물이 우선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016년의 ‘슬픈 예감’은 더욱 정확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설문 문항에 답했는데, 모두들 같은 인물을 적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두 40년 지기는 오랜 기간 ‘우정’을 유지해 왔다. 우정의 깊이만큼이나 그들은 깊고 광범위하게 한국 사회 많은 영역을 쥐락펴락했다. 정부 부처, 대기업, 대학, 스포츠계까지 모두 두 사람의 것이었다. 그들이 웃을 때 국민은 울었다. 

2012년 시사저널은 올해의 인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선정한 바 있다. 당시 박 당선인을 올해의 인물로 꼽은 것은 대선이 치러진 직후 그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였다. 박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경제민주화, 복지정책 강화, 지역갈등 해소, 국민대통합 등을 공약으로 내걸며 지지를 받았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에도 상대 후보였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게 손을 건네는 등 잠시나마 화합의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년은 대통령의 약속이 모두 거짓말이었음을 확인하는 시간에 불과했다.

4년이 지난 2016년. 박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그의 40년 지기 최순실씨도 함께 선정됐다. 두 사람은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선정한 올해 최악의 인물 분야에서도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국민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지난 4년, 두 사람은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며 국정을 농단하고 있었다.

 

최씨는 청와대를 제집 드나들 듯 들락거렸다. 청와대 조리사에게 본인이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는가 하면, 혈세로 월급을 받는 청와대 행정관을 자신의 수족 부리듯 했다.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국정 현안에 개입했다. 박 대통령의 모든 것이 최씨에 의해 결정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두 사람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일각에선 “대한민국에는 대통령이 두 명이었다. 박근혜 대통령(大統領)과 최순실 대통령(代統領·대통령을 대신하는 사람)이다”란 웃지 못할 말까지 나돌았다. 최씨는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착용했던 의상과 가방을 직접 챙겼고, 각종 의료행위 및 미용 관련 시술에도 관여했다는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뉴스1


국정 농단은 ‘박근혜-최순실’ 합작

 

최씨는 대통령을 등에 업고 권력을 사유화해 이를 통해 사익을 추구했다. 딸 정유라의 고등학교 및 대학 입학 과정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딸의 승마 교육을 위해 대기업으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은 것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최씨의 전횡은 철저하게 박 대통령의 비호 아래 이뤄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대기업들이 최씨가 주도한 재단에 800억이란 거금을 선뜻 내놓은 것이 그 방증이다. 최씨 뒤에 대통령이 있지 않았다면 기업들이 돈을 내놓을 리 없었다는 것이 대기업 사정에 밝은 이들의 공통 견해다. 우연의 일치일지 몰라도 최씨의 민원을 들어주지 않거나 등을 진 기업은 대부분 불이익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정부 고위공직자들은 그저 최씨의 민원창구에 불과했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나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은 최씨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상관 모시듯 했다. 반면 최씨 눈 밖에 난 고위공직자들은 옷을 벗어야 했다. 모두 최씨가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이번 사태가 처음 불거졌을 때 국민들은 물었다. ‘도대체 두 사람의 관계가 어느 정도였기에 이처럼 헌정 사상 유례없는 국정 농단 사건이 벌어진 것일까.’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을 다 알 순 없지만 박 대통령의 담화 그리고 언론보도를 통해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11월4일 1차 대국민담화에서 최씨와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를 챙겨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순실씨로부터 도움을 받고 왕래하게 됐습니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입니다.”

어려울 때 자신을 도왔던 최씨가 본인에게 특별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끈끈한 연결고리가 두 사람에게 있었다.

 

 

朴-崔, 1979년 ‘새마음제전’에서 처음 만나

 

두 사람의 만남은 정확히 3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1979년 6월10일 한양대에서 열린 전국새마음대학생총연합회 주재 ‘새마음제전’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 대통령은 새마음봉사단 총재였고, 최씨는 전국새마음대학생총연합회장이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이때가 처음이지만, 두 사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을 가능성이 크다. 최씨의 부친이었던 고(故) 최태민 목사가 박 대통령과 이미 그 전부터 돈독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비극의 시작을 두 사람의 첫 만남이 아닌 박 대통령과 최 목사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과 최 목사가 처음 만난 것은 1975년 3월쯤으로 알려졌다. ≪김형욱 회고록≫에 따르면 최 목사는 영애였던 박 대통령에게 “어머니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 나(최태민)를 통하면 항상 들을 수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고, 편지를 계기로 박 대통령이 최 목사를 청와대로 불렀다고 한다.

 

이후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함께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박 대통령의 사촌형부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11월3일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최태민하고 친해 가지고 자기 방에 들어가면 밖에 나오지도 않았다”며 “오죽하면 박정희 대통령이 정보부장 김재규에게 ‘그 최태민이란 놈 조사 좀 해 봐. 뭐하는 놈인지’ 그랬을까”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10·26과 12·12 사태 이후 청와대를 떠났을 때부터 최씨는 늘 박 대통령 주변을 맴돌았다. 박 대통령이 1983년 1월 육영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 최씨도 육영재단 일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여성중앙》 1987년 10월호는 이에 대해 ‘최태민에게 우선 보고를 해야 이사장(박근혜) 결재를 받을 수 있었으며, 최태민의 5번째 딸 최순실이 박근혜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전횡을 일삼아 문제가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줄곧 두 사람은 가깝게 지냈고, 급기야 박 대통령은 최씨의 두 번째 남편이었던 정윤회씨를 지근거리에 두기 시작했다. 정씨는 박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1998년에는 보좌관을, 이후엔 비서실장을 맡았다. 문고리 3인방으로 대표되는 보좌진도 직접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기자와 만났던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정씨를 일컬어 ‘사수’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정씨와 그들의 관계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정씨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 권력투쟁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 2014년 최씨와의 이혼, 세계일보의 비선 실세 문건유출 파문 등으로 권력 중심부에서 한발 물러서게 됐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계속된 국정 농단과 관련해 정씨의 역할론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은 악연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각자의 푸념을 보면,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후 측근에게 “최순실씨는 시녀 같았던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 하나 때문에 나라가 이렇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최씨는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박 대통령의 험담을 자주 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특히 최씨는 박 대통령에게 “아직도 자기가 공주인 줄 아나봐”라는 말을 자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 6월10일 한양대에서 열린 전국새마음대학생총연합회 주재 ‘새마음제전’에 참가한 박근혜 새마음봉사단 총재(오른쪽)와 최순실 전국새마음대학생총연합회장 © 뉴스타파 화면캡처


악연으로 끝나는 두 사람의 인연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가 민주공화국의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반드시 아버지의 후광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총 다섯 번의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쌓아왔다. 기성정치인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이런 이미지로 인해 지난 대선에서 젊은 사람들마저 보수 정당의 대선주자인 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또한 역대 한국 대통령들의 고질적 병폐였던 친인척 관리에 많은 신경을 써왔다는 점에서 국민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

 

국민들이 배신감을 더욱 크게 느끼는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후 자신이 대선 때 내세운 공약들을 대부분 뒤집거나 수정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대표적으로 노인연금이 그랬고, 반값등록금이 그랬다. 이런 상황에서 친인척도 아닌 대통령 스스로가 ‘시녀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던 사람에 의해 국정이 놀아났으니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과 허탈함은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2016년 겨울. 대한민국 국민은 1987년 6·10항쟁의 결과로 얻어낸 민주주의가 불과 30년 만에 단 두 사람에 의해 만신창이가 됐음을 목도했다. 그들로 인해 국민들이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불행하게 만드는지를 대한민국 국민은 비싼 수업료를 내고 깨달았다. 우리의 선택이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끼는 2016년 세밑이다. 

 

 

‘올해의 인물’ 어떻게 선정했나

 

시사저널은 1989년 창간 이후부터 매년 12월 마지막 주 발행되는 송년호에 ‘올해의 인물’을 선정 발표해 왔다.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화제에 올랐던 인물(단체·사물·사건)들을 대상으로 그 인물이 우리 사회에 갖는 긍정적·부정적 영향력과 의미 등을 평가한다. 올해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본지 편집국 기자들이 전체 10개 부문별 후보를 추천하고, 추천된 후보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2~3명으로 압축된 최종 후보자를 놓고 편집국 내부 토론 과정을 거쳐 올해의 인물과 나머지 9개 각 부문별 인물을 선정했다.

 

 ‘올해의 인물’로는 국정 농단 사태 핵심 인물인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공동으로 선정됐다. 박 대통령과 최씨 중 한 명만 꼽은 답변까지 포함하면 다른 후보와의 표차는 압도적으로 벌어진다. 이 밖에 경제 인물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사회 인물에서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과 어버이연합이, 문화 인물에서 한강 작가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경합을 벌였으며, 국제 인물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압도적 표차로 선정됐다. 최악의 인물로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사이좋게’ 1·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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