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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러시아, 해킹 그리고 재검표

김회권 기자 ㅣ khg@sisapress.com | 승인 2016.11.29(Tue) 07: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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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은 11월22일이었다. 11월8일 개표가 끝난 미국 대선을 놓고 격전을 펼친 일부 주에서 득표수가 조작되거나 컴퓨터 시스템에 누군가 무단 침입했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뉴욕매거진에 미시간대학 알렉스 홀드만 교수(컴퓨터학과)의 기고가 실렸고 CNN이 이 내용을 보도했다. 대선에서 민주당의 지지가 강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했던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니아의 집계 결과에 의심스러운 경향이 보인다는 얘기였다. 당시 홀드만 교수는 대선에서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측에 재검표를 요구해야한다고 제의했다. 

 

CNN이 이야기한 의문점은 두 가지였다. 미국 대선에서는 광학 스캐너를 이용한 투표, 직접 기록하는 투표의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하는데 전자의 경우 클린턴의 승리표가 적게 나왔고, 후자의 경우에는 투표수보다 7% 밑도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물론 침입, 다시 말해 해킹의 증거가 구체적으로 발견되진 않았지만 홀더만 교수는 "독립 기관에 의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AP연합


클린턴 진영은 이런 요구에도 침묵을 지켜왔다. 하지만 의외의 곳에서 재검표 운동이 진행됐다. 녹색당 후보로 이번 대선에 출마했던 질 스타인이 이 문제를 전면에 들고 나왔다. 스타인은 앞서 홀드만 교수가 말한 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미시간 3개 경합주의 재검표를 위한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첫 목표액인 200만 달러를 하루 만에 달성할 정도로 반응을 이끄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결국 위스콘신은 스타인의 청을 받아들여 조만간 재검표를 할 예정이다. 위스콘신의 재검표 비용은 110만 달러다.

 

스타인의 운동이 효과를 거두자 클린턴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 밑져야 본전인 상황이다. 클린턴 측의 마크 엘리아스 변호인은 "해킹의 증거를 발견한 것은 아니지만 재검표 과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확인하기 위해 참여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재검표 요구를 받고 있는 3개 주에서 트럼프와 클린턴의 표 차이는 불과 10만7000여 표 정도였다.

 

트럼프가 가만있을 리가 없다. 스타인 녹색당 후보를 향해서는 "재검표는 스타인의 금고를 돈으로 채우려는 행동이다. 아마 그는 이 돈 대부분을 재검표에 쓰지도 않을 것이다"고 맹비난했다. 클린턴 측을 향해서는 이메일 스캔들을 다시 들고 나왔다. 당선인이 된 직후 "기소하지 않을 거다"라고 공언했지만 트럼프 측근 주위에서는 이메일 스캔들을 재수사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흘리고 있다.

 

만약 해킹이라면 범인은 누굴까. 시선은 러시아로 향한다. 도널드 트럼프와 러시아의 관계,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추켜세우는 이유 등 트럼프와 러시아의 밀월 관계는 단순한 루머를 떠나 대선 기간에 미 주류언론들이 진지하게 다루는 주제였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에는 민주당의 분열을 보여주는 전국위원회 간부의 이메일이 유출돼 전국위원장이 사임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도 러시아 정부와 관련된 해커의 소행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CIA (미 중앙정보국)와 NSA(미국국가안전보장국) 또는 펜타곤 (미 국방부) 등의 인텔리전스 커뮤니티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도 있었다.

 

실제로 이런 일도 있었다. 올해 민주당은 자신들의 네트워크가 외부에서 공격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민주당의 네트워크에서 러시아 정부와 연결된 해킹그룹 두 개의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인데 보안 전문업체를 불러 해당 시스템에 대한 클리닝을 실시해 추가적인 피해를 차단했다. 당시 보안 전문업체는 높은 수준의 해커 그룹을 발견했는데 ‘코지 베어(Cozy Bear)’와 ‘팬시 베어(Fancy Bear)’가 그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커들로 추정된다. 

 

러시아 정부의 반(反)민주당 성향, 그리고 트럼프와의 친밀함, 그리고 예상 밖의 패배가 더해지면서 트럼프를 향한 재검표 요구는 격렬해지고 있다. 러시아는 정말 미국 대선에 관여했을까. 그 덕을 트럼프가 본 걸까. 권력 이양만은 평화롭게 진행됐던 미국식 민주주의가 지금 시험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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