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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결과적으로 트럼프 도운 FBI, 왜 그랬을까?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11.09(Wed) 15: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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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던 일은 결국 일어났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백악관에 점점 다가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지도 모를 한 사람이 있다.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다.

 

코미 국장은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을 둘러싸고 다분히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보를 보여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코미 국장은 선거를 불과 11일 남겨둔 10월28일(현지시간)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착수를 발표했다가 9일 만에 ‘무혐의’라며 재수사 종결을 선언했다. 스스로 정치개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대선 직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하고 나서 논란을 일으킨 제임스 코미 FBI 국장. ©연합


 

이 같은 코미 국장의 행보는 과거 선거에서 FBI가 보여온 모습과 동떨어진 것이었다. 미 법무부 산하조직인 FBI는 전통적으로 선거 전에는 중립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었다. 시급한 사안이라고 할지라도 대선과의 연관성이 뚜렷한 경우 수사를 지연하기도 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미 최초의 여성 법무장관을 지낸 재닛 리노 장관은 선거 전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물에 대한 기소를 아예 정지시켜버리는 스타일이었다. 4년 전으로만 돌아가도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법무부 전 직원에게 메모를 보내 “공정성이라는 평판을 해치지 않기 위해 예비선거나 총선거를 앞두고 기소와 수사에 신중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 역시 코미 국장에게 “이 같은 전례를 지켜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 코미는 강직하고 독립적인 수사방식을 보여주면서 FBI에 대해 긍정적 평판을 쌓아왔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정치적 FBI’란 오명과 함께 미국 대선 최대의 희생양이 될 위기를 맞게 됐다. 코미 국장은 왜 이런 위험한 선택을 한 것일까?

 

코미 국장의 최측근들은 그가 최대한 ‘투명하게’ 일을 처리하려는 욕심에 일을 그르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앞서 7월 이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에 불기소를 권고한 바 있는데, 당시 국회의원들에게 이 사안과 관련해 추가로 진행할 것이 있으면 알려주기로 했다. 이번 사건은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또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발표에 앞서 국민들에게 후보자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게 그를 아는 측근들의 전언이다.

 

법무부 고위관료 출신인 스테판 잘츠버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코미 국장은 매우 훌륭한 사람이지만 이번만큼은 실수를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미국과학자연맹의 국가 기밀 프로젝트 수장을 맡은 스티븐 애프터굿은 “선거 직전에 FBI의 수장이 보인 행동이 여론을 잠식했다”며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평가했다.

 

코미 국장을 지지하는 측은 그의 행동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 ‘독립적인’ 것이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실제 코미 국장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 그의 행동은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

 

오바마 1기 법무부장관이었던 에릭 홀더의 법무부 대외홍보 담당이었던 매튜 밀러 민주당원은 시사주간지 뉴요커에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세한 정보를 수집해 투표하지 않는다. FBI가 누군가에 대해 수사를 하겠다는 뉴스를 접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뭔가 잘못이 있겠거니’하는 인상만 받을 뿐이다. 실제 혐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선거 전 수사기관이 중립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FBI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는 양쪽 선거 진영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손해를 본 쪽은 앞서 있던 클린턴 쪽이다. 재수사 착수 발표 이후 클린턴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지지율 하락 추세는 무혐의 발표 이후에도 회복되지 못했다. 그리고 직․간접적으로 ‘당선 실패’라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FBI는 더욱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 모양새다. FBI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발표 날, AP통신은 역대 FBI 국장들은 트럼프와 연계돼 있다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지만 FBI와 트럼프 공화당 당선자와의 관계도 좋지 않긴 마찬가지다. 현재 FBI가 트럼프 선거캠프와 외국 공관 간 커넥션을 조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게’ 선거판을 뒤흔든 코마 국장의 선택.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이변도 낳았고  ‘정치 FBI’란 오명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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