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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단독] 육영수 여사의 흰여우 목도리, 왜 최순실이 팔았을까

최순실, 육 여사 유품 암시장 판매 의혹

김지영 기자 ㅣ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6.10.24(Mon) 09:14:48 | 14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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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12월7일,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는 독일(당시 서독)의 쾰른-본(Köln-Bonn) 공항에 도착했다. 국빈 자격으로 처음으로 독일 땅을 밟은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대통령 전용기가 없어 독일이 제공한 전용기를 이용해야 했다. 박 대통령은 12월14일까지 7박8일 동안 한·독 정상회담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박 대통령 내외가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들을 만나 함께 눈물을 흘린 일화는 유명하다.

 

그런데 육영수 여사가 방독(訪獨) 당시 목에 둘렀던 ‘흰여우 목도리’가 암시장에서 밀거래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육 여사는 여러 행사장에 이 목도리를 두르고 참석했다. 국립영화제작소가 극장 상영용으로 제작했던 ‘대한뉴스’에도 이 목도리를 두른 육 여사 모습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그런 육 여사의 유품(遺品)이 어떻게 암시장에서 거래됐던 것일까. 

 

 

1964년 12월7일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독일 쾰른-본 공항에 도착한 뒤 교포 화동(花童)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당시 육영수 여사가 목에 둘렀던 흰여우 목도리를 최순실씨가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국가기록원


기자가 ‘육 여사 유품이 암시장에 나왔다’는 소식을 처음 접한 시점은 2014년 2월 ‘정윤회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했다는 의혹’을 취재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한 취재원은 “정윤회씨의 부인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가 육영수 여사의 유품들을 팔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 유품은 육 여사가 생전 착용했던 귀금속으로 제작된 귀고리와, 독일 순방 때 두른 흰여우 목도리였다. 

 

‘현 정권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씨는 현재 미르·K스포츠재단 비리 의혹 사건에 깊숙이 연루된 인물.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웠던 최태민 목사의 다섯째 딸로, 남편 정윤회씨와는 2014년 ‘법률상’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이화여대 입학과 학점 특혜 의혹을 사고 있는 딸 정유라씨와 함께 종적을 감춘 상태다.

 

그렇다면 최씨는 어떤 경로로 육 여사 유품을 소유하게 됐으며, 왜 팔았던 것일까. 본지 취재 결과, 육영수 여사의 유품인 흰여우 목도리가 암시장에 매물로 나온 시점은 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하고 몇 개월 지난 2013년 봄철이었다. 당시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과 청담동 일대 재력가들 사이에서 이 목도리와 귀고리가 찍힌 사진이 나돌았다고 한다. 실물이 아닌 사진을 통해 매입자를 우선 물색했던 것이다.

 

육 여사 유품, 현 정부 출범 직후 암시장에 나와 2013년 당시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도 가까운 친척 A씨를 통해 이 사진을 입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부인이 육 여사 유품이 찍힌 사진을 입수해 A씨에게 전달했고, A씨가 이를 박 회장에게 건넸다는 것이다. A씨는 박 회장에게 “육영수 여사의 유품인데 지금 매물로 나돌고 있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의 한 지인은 “박 회장은 당시 ‘어머니 유품이 어떻게 나돌고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비서들한테 지시를 내렸다”며 “박 회장은 육 여사의 유품을 정윤회·최순실 부부가 소유한 것으로 강하게 의심했다. 박 회장은 이 유품 사진이 나도는 것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물어보려 했는데, 실제 물어봤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지인은 또 “당시 육 여사 유품이 암시장에 나오긴 했지만 실제로 팔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013년 7월19일 경기도 과천경마공원에서 한겨레신문 카메라에 포착된 정윤회씨(왼쪽)와 부인 최순실씨 © 한겨레신문 제공


이 지인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육 여사 유품이 암시장에 나온 것’에 대해 “현 정부가 출범한 직후여서 암시장에서도 비싸게 팔릴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겠느냐”고 짐작했다. 박 회장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도 육 여사 유품이 암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지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2013년 암시장에 나왔던 육 여사의 흰여우 목도리가 팔렸다는 증언이 나와 주목된다. 육 여사 유품 암시장 거래 의혹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인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박근혜 대통령은 1979년 10·26사태 이후 청와대를 나올 때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유품들을 챙겨서 서울 신당동 집으로 갖고 갔다. 이 유품들은 박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던 육영재단에서 보관했다. 그 유품 중 일부인 여우 목도리 등을 최순실씨가 소유하게 됐고, 최씨가 이를 자신의 집안사람을 통해 (암시장에서) 팔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그 여우 목도리를 샀던 사람이 자신의 주변에 ‘육 여사 유품을 샀다’고 말하면서 소문이 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순실, 유품 보관된 육영재단 수시로 출입”

 

이 인사는 “현재는 박지만 회장이나 박근령씨도 육 여사 유품이 팔린 사실을 알고 있으며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암시장에서 판매한) 최씨나 정윤회씨 등에게 직접 항의하진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품을 누가, 얼마에 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여우 목도리와 함께 팔려고 내놨던 귀고리가 팔렸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최씨는 어떤 경로를 통해 육 여사 유품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일까. 유족인 박근혜 대통령이나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박지만 회장 등이 소유하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이 같은 의문을 풀기 위해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성사되진 못했다. 박 전 이사장 측은 “(박근령 전 이사장이) 조만간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언론에 나설 수 없는 입장”이라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실제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9월23일 사퇴)은 7월 박 전 이사장과 그의 지인을 1억원대 사기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이 조만간 박 전 이사장을 소환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전 이사장의 측근은 ‘박정희·육영수 부부 유품을 최순실씨가 소유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최씨가 유품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이사장은 1991년부터 2007년까지 17년간 육영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익명을 요구한 박 전 이사장 측근은 “박근혜 대통령이 육영재단 이사장으로 있던 시절(1982~91년) 부모님의 많은 유품을 육영재단에서 보관했다고 한다. 그런데 (박근령 전 이사장으로부터 전해 듣기로는) 그 유품들이 많이 분실됐다고 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검(劍)이 있었는데 그것도 도난당했다고 했다”며 “박 전 이사장은 ‘나는 부모님 유품을 단 한 점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당시 최씨의 부친인 최태민 목사가 육영재단 고문으로 있었고, 최씨도 육영재단에서 발행하던 어린이 잡지 《어깨동무》 편집에 관여했기 때문에 육영재단에 자주 드나들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육영재단 이사장으로 있던 시절 최씨가 육영재단 사무실을 수시로 출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육영재단 이사장으로 있던 시절, 《어깨동무》의 연간 매출은 20여억원에 달했다. 1980년대 화폐가치로 따지면 상당한 매출이다. 그만큼 《어깨동무》가 잘 팔렸다는 것이다. 이 잡지 제작에 최순실씨가 관여했고, 거기서 나온 수익금 일부를 최씨가 챙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태민 목사가 육영재단 고문으로 있었고, 최 목사의 딸 최순실씨와 사위 정윤회씨도 육영재단에 수시로 드나들었다”고 말했다. 최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 유품이 보관된 육영재단에 자주 출입했다는 얘기다. 최씨가 박 대통령과 몹시 가깝기 때문에 당시 유품을 직접 보는 등 접근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의 유품들이 보관됐던 서울 광진구 능동에 위치한 육영재단의 어린이회관 © 시사저널 최준필

 

최순실, 육 여사 유품 빼돌렸을 가능성 있어 

 

따라서 최씨가 육 여사 유품을 갖게 된 사연을 추론하면 이렇다. 우선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부모님 유품 일부를 ‘증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과 최씨가 친자매처럼 지냈기 때문에 선물로 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박 대통령이 증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다른 추론은, 최씨가 개인적으로 빼돌렸을 가능성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합법 증여’였는지, ‘불법 절도’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기자는 육 여사 유품 매매 의혹과 관련해 최씨의 견해를 듣고자 최씨뿐 아니라 최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 등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최씨의 휴대폰에선 ‘고객의 요청에 의해 당분간 착신이 정지돼 있다’는 메시지만 돌아왔다. 정윤회씨에게도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현재 갖가지 불미스러운 의혹에 휩싸인 최순실씨. 그에게 ‘육영수유품 암거래 의혹’이 또 하나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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