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브랜드의 생명은 소비자 신뢰이거늘…”
  • 박성의 시사저널e.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03 09:56
  • 호수 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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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니로 인젝터 이상…현대차 ‘구렁이 담 넘듯한’ 대응에 구매자들 불만 가중

현대·기아자동차의 친환경 차량 라인업에 제동이 걸렸다. 기아차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가 주행 중 엔진경고등 점등 문제로 부품 교체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동일 부품을 쓰는 현대차 하이브리드 ‘아이오닉’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아이오닉 구매자들은 “니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아이오닉도 무상 점검을 시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나섰다. 현대차는 당초 “니로와 달리 아이오닉 부품에는 이상이 없다”며 버텼지만, 차주들의 항의와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8월10일 이후 아이오닉 문제 차량에 대해서도 부품 무상 교체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현대·기아차의 공문이 협력 정비업체에 하달된 뒤에도 일부 서비스센터는 부품 교체를 거부하고 있다. 무상 교체 공지 역시 일부 차주들에게만 한정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기아차가 미국 등 관련 규제가 강한 국가에서는 리콜을 단행했을 친환경차 품질 문제를 한국에서는 고의로 ‘쉬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젝터 불량으로 구매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현대차의 ‘아이오닉’(사진 왼쪽)과 기아차의 ‘니로’ © 현대·기아차 제공


부품 무상 교체, 일부 동호회원에게만 알려

 

기아차는 7월5일부터 니로 인젝터(injector) 점검 및 무상 교체를 실시하고 있다. 인젝터란 연료를 엔진 연소실 내로 분사하는 부품이다. 인젝터는 연료를 뿜어줄 뿐 아니라 연료가 공기와 잘 섞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인젝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엔진 회전이 불안정해져 차량 진동이 심해지거나 가속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올 들어 니로 운전자 중 다수가 장기간 차량을 방치한 뒤 시동을 걸면 차량이 ‘꿀렁’이는 증상을 겪는다고 호소하자, 기아차는 인젝터 불량을 시인했다. 기아차는 올해 3월10일부터 6월22일까지 생산된 니로 7847대에 한해 부품 교체를 진행하기로 했다. 해당 차 운전자는 오는 12월31일까지 기아차 협력사에서 인젝터를 교환받을 수 있다.

 

니로의 품질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현대차 아이오닉도 인젝터 이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이오닉과 니로는 플랫폼과 엔진을 공유하는 ‘쌍둥이차’다. 아이오닉과 니로는 같은 인젝터를 장착했다. 이 탓에 아이오닉 운전자들은 니로 인젝터 불량 문제에 불안감을 호소해 왔다. 실제 7월 들어 니로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아이오닉 운전자 제보가 증가하고 있다. 증상은 니로와 같다. 장기간 주차 뒤 시동을 걸면 차량에 불규칙한 진동이 느껴지고 주행 중 엔진경고등에 불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이오닉 차주들이 밝힌 현상들이 대표적인 인젝터 불량 증상이라고 말한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인젝터는 실린더 효율을 끌어올리고 동력전달 능력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인젝터에 문제가 발생하면 연료분사 정밀도와 실린더 힘의 균형이 깨져 차량 진동이 불규칙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기아차 니로만 부품 무상 교체를 받게 되자 아이오닉 차주들이 다른 원인의 차량 문제들까지도 인젝터 문제로 귀결시키려는 ‘밴드왜건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동호회 게시판에는 아이오닉 진동 문제 및 엔진경고등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 지난해 12월부터 올라와 있다. 기자가 7월25일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자 현대차는 “아이오닉 품질 문제가 본사에 공식적으로 접수된 사례는 1~2건에 불과하다”며 “니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아이오닉까지 무상 수리에 들어갈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보도가 나간 하루 뒤인 26일 현대차는 아이오닉 공식 동호회에 인젝터 결함 가능성을 인정하고 무상 교체에 들어가겠다고 알렸다.

 

관련 공지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6월20일 이전 생산된 아이오닉(AE) 하이브리드 차량을 대상으로 인젝터 교환 서비스를 진행한다. 해당 서비스는 8월10일 이후 직영서비스센터 또는 서비스협력사인 블루핸즈를 방문해 받을 수 있다. 현대차는 공지문에 아이오닉 인젝터 시트부 불량으로 엔진 실화 및 경고등 점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아이오닉 차주들은 현대차가 이 같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고지하고 않고 일부 동호회원에게만 알렸다는 사실에 반발하고 있다.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은 차주들의 경우 인젝터 교환서비스가 실시된다는 것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아이오닉뿐 아니라 니로 차주들도 “평소 문제가 발생했던 차량이라도 막상 정비소에서 엔진경고등이 켜지지 않으면 부품을 교체해 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엔진경고등 점등 모습 © 아이오닉 동호회 홈페이지 캡쳐


“본사로부터 ‘부품 교체 너무 남발 마라’ 지시”

 

경기도 광명에 거주하는 전민기씨(30)는 올해 4월 니로를 구매했다. 이후 6월부터 엔진경고등에 불이 들어오는 문제가 발생했다. 전씨가 7월26일 서비스센터를 찾았지만 정비소 직원은 차량 부실관리 탓이라며 부품 이상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전씨가 동호회를 통해 기아차 무상 교체 공지문이 하달된 사실을 알고 왔다고 항의하자 정비소 직원은 그때서야 부품 교체를 진행해 주겠다고 했다. 전씨는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정비소 말만 듣고 내 돈 들여 부품을 교체했을지도 몰랐을 일”이라며 “정비소 직원이 본사로부터 부품 교체를 너무 남발하면 안 된다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사과하더라. 황당했다. 미국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면 현대·기아차가 이처럼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일을 처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기아차가 친환경차 품질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향후 출시 모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6월 아이오닉 전기차(EV)를 출시한 데 이어 하반기 중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판매에 들어간다. 기아차 니로도 향후 EV와 PHEV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다. 아이오닉과 니로는 현대차그룹이 고급차 제네시스와 더불어 미래 성장동력원으로 점찍은 브랜드다. 하이브리드에서 촉발된 품질 문제가 아이오닉 EV와 PHEV로까지 번질 경우 그룹 전체 평판까지 흔들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오닉이 친환경 브랜드를 내세운 만큼 소비자 신뢰도에 금이 간다면 향후 글로벌 마케팅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특정 차종에서 공통분모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간과하고 넘어가선 안 된다. 기업이 직접 나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며 “특히 아이오닉은 3개 차종으로 꾸려지는 친환경 라인업이다. 이 같은 품질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지 못한다면 소비자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하다. 향후 글로벌 판매량이나 홍보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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