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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사드, 훈풍 불던 동북아 요격하다

한·미 당국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요동칠 한반도 주변 정세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11(Mon) 08:24:48 | 13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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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7월8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양국은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미 동맹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로 결정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양국은 “사드 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어떠한 제3국도 지향하지 않고, 오직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만 운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말쯤 사드 배치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은 발표였다. 이 대목에서 한·미 공동실무단의 운용결과 보고서가 완성되기도 전에 사드 배치를 전격 발표한 배경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한·미 당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결의 2270호가 이행 중인 가운데도, 북한이 괌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중장거리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는 등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예상보다 빨리 사드 배치 결정한 까닭 

다음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최고지도자들이 나서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등 중국과 러시아의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사드 배치 결정을 앞당기고 대북 핵미사일 억지(抑止)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안보우선주의 관점에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남남갈등 조짐을 사전에 차단하고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해 여론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7일 미국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인권유린 혐의로 첫 제재 대상으로 올린 직후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전격 발표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국이 북한 최고지도자를 제재 대상으로 지명한 것은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 노력을 유보하고 군사적 억지를 바탕으로 제재와 압박을 통해 핵개발을 포기시키거나 붕괴를 촉진하겠다는 쪽으로 대북정책의 방향을 정한 결과가 사드 배치 결정으로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미국으로선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한국의 박근혜 정부 임기 내에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나아가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한국을 끌어들여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미 양국의 사드배치 결정에 대해 일본은 환영했고, 중국은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은 외교부 성명을 통해 미국과 한국의 사드 시스템은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 안정에도 불리한 것이라며 “각 국가와의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노력과도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특히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앞으로 중국을 포함한 이 지역 국가들의 전략적 안전이익과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한·미의 사드 배치 움직임에 대해 중국은 ‘심각한 위협’으로, 러시아는 ‘우려 사항’으로 인식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해왔다. 이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서 촉발한 사드 배치 문제가 동북아 전략 구도에도 영향을 주면서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신(新)냉전’ 구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중국과 미국의 상호의존성이 높아지고 중국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미·중간의 ‘신형대국관계’가 형성된 점을 고려할 때 냉전시대처럼 양진영으로 나뉘어 본격적으로 대립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한반도 사드 배치를 계기로 미국이 MD 구축을 본격화할 경우 신냉전적 갈등구조 형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과 토머스 벤달 미8군사령관이 7월8일 국방부에서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에 관해 발표했다.


훈풍 불던 한·중 관계, 급속히 악화될 듯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한·중 관계다.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할 때까지만 해도 일각에서 “지금보다 한·중 관계는 좋을 수 없고, 지금보다 북·중 관계는 나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양국 관계는 긴밀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진전시켜왔다. 한·중 교역 규모는 미국과 일본을 합한 교역 규모를 초월할 정도로 경제적 상호의존관계가 높아졌다. 서울 명동과 제주도 등 한국의 주요 관광지와 면세점에 중국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다. 

한·미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목적의 사드 배치 결정이라고 하면서 중국·러시아 등 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가 미국의 MD체계 일부란 점을 들어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독자적인 미사일방어체계(KAMD)라면 반대할 명분이 없지만, 사드가 미국의 무기체계라는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한·미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공조가 깨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민생 부문과 관련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북한과 교역을 지속하고 밀무역을 방조하는 것에 대한 한·미 측의 불만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에 참석한 후 한·중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며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안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뤄 나갈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외교적)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이 우리의 ‘빠른 통일’ 노력에 동의한 것으로 보고 한반도 통일에 있어 중국의 긍정적 역할을 기대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제재에도 미온적인 것으로 보고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포기를 위해 개성공단 전면중단에 이어 사드 배치를 결정함으로써 군사적 선제공격 옵션을 제외한 사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카드를 사용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한다는 안보우선론의 관점에서 사드 배치 결정이 이뤄짐으로써 대(對)중국·러시아 관계 악화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야당들도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핵미사일 완성을 공언하면서 실전배치를 서두르는 지금, 경제 등 다른 부문에서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사드 배치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안보우선논리를 펴고 있다. 복합적 상호의존성의 시대에 외교적 수단을 통한 북핵 해결 노력을 포기하고 군사안보 위주의 끝장게임(end game)을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과 갈등할 경우 북핵 압박공조를 발휘하기 어렵게 된다. 대북 압박공조가 깨지고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는 것을 바라는 나라는 북한뿐일 것이다.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껴안기를 본격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억제력을 갖추는 해법은 이스라엘 방식의 독자적인 미사일방어 등 대공방위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로 입을 경제적 손실과 비용을 감안한다면 독자적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한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찾는 노력도 병행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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