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괴리 비판받던 예술인 복지법, 개정안 시행
  • 고재석 기자 (jayko@sisapress.com)
  • 승인 2016.05.0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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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부터 적용…서면계약서 의무화, 제재도 강화
지난 달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2016 예술인파견지원 만남의 광장' 행사 모습 / 사진=뉴스1

그동안 현실과 괴리된다고 비판받아온 예술인 복지법이 개정된 형태로 4일부터 시행됐다. 앞으로 문화예술 분야 사업주가 예술인과 고용 계약을 맺을 때는 서면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이를 어기는 사업주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업주에 대한 제재조치도 전보다 강화됐다.

예술인 복지법은 지난 2011년 11월 제정됐다. 한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이 계기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예술인의 처우와 복지에 대한 관심이 모이면서 법안이 추진됐다. 그 작가의 이름을 따 일명 ‘최고은법’으로 불린다.

당시 제정된 법안은 예술인을 창작이나 실연,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자로 정의했다. 예컨대 문학 분야는 최근 5년 간 5편 이상의 작품과 비평을 문예지에 발표해야한다. 영화는 최근 3년 간 3편 이상 출연하거나 1편 이상 연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증빙 방식은 현실과 괴리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령 영화나 연극의 경우 1편을 출연하기 위해 소요되는 준비기간이 길다. 이 기간은 활동으로 증빙하기 어렵다.

또 예술 창작활동은 프리랜서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민단체 등에서는 표준계약서를 의무적용하고 실업급여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태조사 결과도 이 같은 비판을 뒷받침했다.

2015년 예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면계약 체결을 하는 예술인이 4명 중 1명에 불과했다. 비교적 산업규모가 큰 방송분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2015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 제작스태프의 표준계약서에 대한 인지도는 43.1%에 그쳤다.

특히 응답자의 7%만이 표준계약서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독립연출자(PD) 역시 23.1%만이 표준계약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표준계약서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제작사와 출연진의 60~70%는 ‘자체 계약서의 사용’과 ‘구두 계약이 관행’이라고 응답했다. 또 제작 스태프는 ‘방송사 및 제작사가 귀찮아하는 것 같다’라는 이유에 답변한 비율이 36.8%나 됐다.

하지만 4일부터 이 같은 관행은 법적으로 처벌받는다. 앞으로 문화예술 분야 사업주가 예술인과 고용 계약을 맺을 때는 계약 금액과 계약 당사자 간 권리와 의무를 명시한 서면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제재도 강화된다. 시정명령을 받은 사업주가 정해진 기간 내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문화예술진흥기금과 영화발전기금, 방송통신발전기금 등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에서 배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공정한 예술생태계 조성을 통해 문화융성이 확대되도록 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라며, “특히 문화예술계에서는 선후배 간의 친분관계 등으로 계약서를 주고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과태료 부과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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