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테슬라로 눈돌리는 전기차 고객들
  • 정지원 기자 (yuan@sisapress.com)
  • 승인 2016.04.0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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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고객에게 책임 다하는 자세 가져야

“전기차를 모두 반납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제조사측에서 반 년이 지난 지금까지 차량의 결함 원인조차 밝히지 않아 불안해서 차를 못 타겠습니다.”

시사비즈는 차주인 강성영(36·창원)씨의 사례를 들어 지난달 28일 기아차의 쏘울 전기차 결함 은폐 의혹을 보도했다. ▶시사비즈 3월 28일자 기사 참조  기아차가 주행거리 알림등의 잦은 고장과 차량 멈춤 현상을 인지하고도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측이 강씨가 사고 당시 촬영한 동영상을 올리지 말라고 부탁을 했다는 제보에 차량 결함 은폐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기아차는 수리한 차량을 3일만에 돌려주면서도 원인에 대해서는 “말해줘도 모른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수리 견적서도 주지 않았다. 주행거리 알림등에서는 고장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지만 수리조차 받지 못했다.

이에 강씨는 “사측에 전기차를 도로 반납하고 싶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이오닉을 사라고 광고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강성영씨는 현대차의 오랜 팬이었다. 첫 직장으로 현대그룹에서 근무하기도 했다며 현대기아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현대차가 한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했다는 자부심에 차를 계속 구매해 왔다고도 했다. 그는 팬심을 반영하듯 기아차의 쏘울 한 대와 레이 두 대를 구입했다. 그러나 사측의 무책임한 대응에 그의 팬심은 무너졌다.

결함 원인을 밝혀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현대차 관계자는 “연구소에서 차만 뜯다가 연구는 못할 판”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보배드림’ 회원 100명을 초대해 공개 토론회를 열고 고객들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지난해 12월과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사측이 강조하는 연구개발을 하기 위해선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욕구가 필수다. 수요가 없으면 투자유인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테슬라로 갈아타겠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국비와 지자체 지원금을 합해 지급되는 보조금 1600만~1900만원을 포기하더라도 테슬라를 사겠다는 것이다. 테슬라 모델3의 주행거리는 아이오닉의 2.2배로 321km에 달하지만 국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보조금을 포기하더라도 테슬라를 사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지난 1일 모델3의 사전계약이 시작되자 전기차주들은 잇따라 사전계약을 했다는 인증글을 SNS나 전기차 동호회 카페에 연일 올리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산토끼'를 잡아 오기는 커녕 있는 '집토끼' 마저 잃어 버리지 않으려면 고객들에게 좀 더 책임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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