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봉이냐”...BMW ‘불 타고’ 현대·기아차 ‘핸들 잠기고’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2.0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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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자동차사 소통 못한다면 법으로 다스려야”

한국과 독일의 대표 자동차사들이 연초부터 품질 악재를 만났다. BMW는 지난해에 이어 주행 중 화재사고가 재발했고, 현대·기아차는 핸들 결함 의혹이 제기됐다.

 

BMW와 현대·기아차 모두 “자체 조사 중인 문제로 결과가 나온 뒤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쇄적인 사고 발생에도 양사가 침묵으로 일관하자 차주들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목숨과 직결된 안전문제에 자동차사가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 BMW 3달 새 화재만 8건...수입차 최다

 

지난해 11월 5일 서울 마포구에서 발생한 BMW 520d 화재 사건 모습. / 사진=Youtube영상 캡쳐

지난 26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현천동 자유로 부근에서 BMW 520d가 화마에 휩싸였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차량은 전소됐다. BMW 차량 화재는 지난해 11월 3일 이후 8번째다.

 

지난해 BMW 사고가 일주일 새 5건이 터졌을 당시만 해도, 업계에서는 우연의 일치가 겹친 악재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고 차량 종류가 520d 2대, GT550 1대, 525i 1대, 735Li 1대로 다양했고, 화재 발생 부위도 달랐다. 사고 차량 중 1대가 부활차(폐기 직전 차량을 되살린 차)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운전자 과실 가능성이 제기됐다.

 

5건을 끝으로 마무리 되는 듯 했던 화재사고는 지난 12월 재발했다. 14일 750Li, 23일 X6가 이유모를 불길에 휩싸인데 이어 1월에는 520d까지 불타자, BMW 차주들은 “이쯤 되면 우연이 아닌 차체결함 아니냐”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BMW 520d 차주인 전민기씨는 “몇 천대 차중 8대 불탄 게 회사입장에서는 별거 아닌 일일 수 있지만 차주들은 늘 불안에 떨고 있다”며 “같은 사고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발생했다면 지금처럼 잠잠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안전성 강조한 현대·기아차...핸들잠김 문제엔 묵묵부답

 

지난 24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은 현대·기아차의 핸들 결함사고를 보도했다. / 사진=MBC 영상 캡쳐

현대·기아차는 주행 중 핸들 잠김 문제가 불거졌다. 조향편의장치인 MDPS와 커플링에서 문제가 발생해 위험천만한 사고에 직면했었다는 차주들이 연달아 등장하고 있다.

 

BMW가 몇 달 새 집중적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현대·기아차는 수년 째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증상은 주행 중 핸들이 잠기는 현상이다. 문제 차종은 YF쏘나타, K5, i30, 제네시스 등을 넘나든다.

 

지난 24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은 현대·기아차의 핸들 결함사고를 소개하며 “현대차가 결함을 운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으며, 현대차 MDPS는 해외에서도 문제가 된 바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조향장치 완충 역할을 담당하는 커플링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커플링이 부식되면 핸들이 잠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MBC는 현대차가 커플링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고의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MDPS에 근본적 결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는 2009년부터 2010년 사이 생산된 아반테HD의 MDPS 센서 이상이 발견돼 리콜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스웨덴에서는 현대차 i30 유사문제로 리콜됐다. 리콜 차종 외 모델에서도 동일 문제가 발견되자, 현대·기아차 MDPS 기술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소비자 ‘봉’으로 여기는 자동차사 강한 법으로 다스려야

 

BMW 코리아는 지난해 김효준 사장 명의 서면 사과문 발표 이후 “조사결과 후 대응하겠다”며 침묵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핸들 잠김문제는 일부 차량에 한정된 문제로 근본적인 결함은 없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양사가 글로벌 대형사 체급에 맞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면사과와 자체조사라는 소극적 대응책으로는 의혹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사 홍보담당자는 “국내 대부분의 자동차사들 홍보팀들은 여론 악화를 잠재우는 방안에만 골몰한다. 보도자료 형태의 서면 사과 수준이 대부분”이라며 “홍보의 기본은 이심전심이다. ”아니다. 잘못된 정보다“라는 해명은 한계가 있다. 때론 적극적으로 소비자들과 의혹을 함께 풀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동차사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명과 직결된 결함을 고의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발견될 시, 때에 따라 정부가 직접 나서 강한 제제를 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부 자동차사들이 소비자를 ‘봉’을 넘어 ‘마루타’로 인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를 악용하는 관행을 없애도록 법적인 체계와 제도적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며 “강력한 벌칙 조항을 비롯한 자동차 보상 및 환불 제도를 갖춰야 한다. 소비자를 위한 공공기관 구축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해당 자동차사가 우선적으로 나서 소비자를 배려하고 각종 문제점을 선도적으로 해결해 줘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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