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향한 피 말리는 집안싸움
  • 안성찬 | 골프 칼럼니스트 (.)
  • 승인 2016.01.20 21:52
  • 호수 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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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골프, ‘국가대표 4인’ 입성 위한 여성 프로골퍼들의 경쟁 치열

‘붉은 원숭이해(丙申年)’를 맞은 골프계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누가 올림픽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을 손에 쥘 것인가’가 아닌가 싶다. 1월28일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개막과 함께 오는 8월5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이하 리우)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여자프로들은 ‘피 말리는 집안싸움’을 벌여야 한다. 112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참가는 일생일대의 꿈임에 틀림없다. 금메달을 목에 걸면 더없는 영광이겠지만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다. 이 때문에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여자프로들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올림픽 랭킹을 끌어올리는 데 ‘올인’할 계획을 갖고 있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올림픽 이후 사라진 골프는 2016년에 부활했다. 남자의 타이거 우즈(미국), 여자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 스타플레이어를 앞세워 올림픽 복귀 운동을 전개한 것이 결실을 맺었다. 그 결과 리우올림픽 골프 종목에 남녀 개인전 금메달이 하나씩 걸리게 됐다. 개인전은 4일간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경기를 펼쳐 승자를 가린다. 출전 선수는 남녀 각각 60명이다. 출전 선수가 발표되는 날은 7월11일이다.

ⓒ Penta Press=연합뉴스

이번 올림픽은 골프의 흥행몰이를 위해 세계 랭킹 15위 이내 선수를 많이 보유한 국가는 최대 4명까지 출전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우리의 고민거리가 됐다. 15위 안에 한국 여자 선수는 무려 8명이 포진해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선수들끼리 큰 고민이 없다. 선수층이 얕아 웬만하면 올림픽에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세계 랭킹 2위에 올라 있는 박인비를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의 랭킹 점수 차이가 ‘도토리 키재기’여서 언제든지 순위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 보니 한국 여자 선수들은 높은 점수가 주어지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컨디션 조절을 해가며 출전 선수 발표 마감 때까지 쉬지 않고 전 대회를 소화해낼 가능성이 작지 않다.

7월10일 마무리되는 US여자오픈까지 합치면 총 20개 대회가 올림픽 선수 발표 전에 열릴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3월 아나 인스피레이션과 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7월 US여자오픈 등 3개의 메이저 대회가 열린다.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19·뉴질랜드 국적·11.41점)에 이어 11.13점으로 2위인 박인비(28·KB금융그룹)를 빼면 5위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 7위 김세영(23·미래에셋), 8위 양희영(27·피엔에스), 9위 전인지(22·하이트진로), 10위 김효주(21·롯데) 등은 5점대로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13위 장하나(24·BC카드), 15위 이보미(28·혼마)도 4점대다.

박인비는 이변이 없는 한 금메달 후보로 유력하다는 데 이의가 없다. 5개 메이저 우승컵을 모두 수집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한 여제(女帝)다. 지난해까지 메이저 대회 7개를 포함해 LPGA 투어에서 17승을 거뒀다. 리디아 고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 유일한 대항마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해외 도박사들은 리우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로 리디아 고를 첫손에 꼽고 있다. 한 베팅업체는 리디아 고의 우승 배당률을 3분의 1로 잡아 박인비의 5분의 1보다 더 높게 평가했다. 또 다른 업체 역시 리디아 고 4.35, 박인비 6.00의 배당률을 내놓았다. 리디아 고의 우승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의미다.

하나 흥미로운 점은 리디아 고와 달리 박인비는 메이저 대회 우승이 많다는 점이다. 메이저 대회의 경우는 난이도가 높은 코스에서 톱스타들과 경쟁을 벌인 끝에 일궈낸 결과물이다. 난이도를 이겨내는 멘털이 매우 중시된다.

여기에 ‘다크호스’ 전인지가 미국 무대 진출을 선언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아직 세계 랭킹 9위라 메이저 대회 등 굵직한 대회에서 우승을 해야 출전권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다. 기량과 멘털, 체력적인 면에서는 LPGA 정상급 선수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기 때문에 복병 중의 복병이다. 비회원으로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단번에 우승한 것만 봐도 주눅 들지 않는 두둑한 배짱을 지녔기 때문에 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데뷔전을 어떻게 치르느냐가 관건이다.

일본을 제패한 이보미도 욕심을 내고 있다. 지난해 JLPGA(일본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일본 골프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상금을 획득하며 세계 랭킹을 15위까지 끌어올린 이보미는 틈나는 대로 LPGA 투어를 뛰며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올해 JLPGA 상금왕 자격으로 LPGA 투어와 메이저 대회 등에 출전할 수 있다.

대표적인 장타자로 지난해 LPGA 신인상을 수상한 김세영도 2년 차를 맞으면서 기량이 더욱 성숙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롯데 챔피언십에서 드라마를 연출하며 연장전 끝에 박인비를 잡은 것만 봐도 그렇다. 여기에 지난해 1승에 머물렀지만 김효주 역시 성적을 꾸준히 내는 스타일이라 리듬만 되찾으면 언제든 우승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태극낭자 4인방’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

골프라는 운동의 특성상 경기 당일의 컨디션과 멘털의 차이는 성적을 가르는 중요 변수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메달을 목에 걸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특히 코스 상태나 날씨 등 골프장의 환경은 큰 변수가 된다. 최근 완공된 브라질 리우올림픽 골프 경기장인 바라 다 치추카 컨트리클럽의 올림픽 코스는 바다를 끼고 있는 ‘링크스 코스’여서 언제, 어디서 불어올지 모르는 거센 바닷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곳이다. 또 대형 워터해저드와 페어웨이, 그린 주변에 복병처럼 숨어 있는 벙커들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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