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게임산업은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가 2009년 영국 서섹스 대학의 과학정책연구소(SPRU)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이 연구소의 소장 티드 교수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5개의 콘텐츠산업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음악은 브라질, 영화는 인도, 그리고 게임은 한국이 대상이라고 했다. 그가 위 교수에게 전한 말은 이랬다. “어떻게 한국에서 이런 혁신적인 산업이 탄생할 수 있었느냐”고.
위교수가 한 기고문에 썼던 당시 영국에서 바라보던 우리네 혁신적인 산업. 지금은 더 이상 혁신적이지 못하다. ‘지스타 2015’에서도 그런 분위기는 감지됐다. 이번 게임쇼는 준비 단계부터 애를 먹었다. 외형적인 규모도 중요한 부분인데 참가 신청을 한 게임업체의 수가 지난해 617개보다 줄어들어 올해는 485개사만 참가 신청을 했다. ‘스마일게이트’나 ‘네오위즈게임즈’ 등 참가할 법한 업체들까지 이번에는 부산에 오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 자본이 투자를 끊으면 문제”
“게임산업은 수년째 몸살 중이다”는 이재홍 게임학회장의 이야기는 괜한 엄살이 아니다. 매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하는 게임백서가 내놓은 숫자는 이런 몸살을 잘 보여준다. ‘2015 게임백서’를 보면, 2010년 2만658개였던 국내 게임업체 수는 지난해 1만4440개로 감소했다. 게임업계 종사자 수는 2012년 5만2466명이었는데, 지난해엔 3만9221명으로 줄어들었다.
“최근 몇 년 새 벌어졌던 규제 분위기가 시장 전반을 위축시켰죠.” 지스타에서 만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규제 일변도의 분위기 탓에 내수 시장이 커지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했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의 접속을 막는 셧다운제, 게임을 마약·도박 등과 같은 4대 악으로 분류해 매출액의 1%를 치유부담금으로 부과하겠다는 ‘게임중독법’, 게임업체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할 때 획득 가능한 아이템의 종류, 구성 비율, 획득 확률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 등이 최근 몇 년 사이 쏟아져 나왔다. 규제의 옳고 그름을 떠나 진흥책이 사라진 것이 컸다.
투자도 비슷하게 흘러간다. 최근 중국 자본의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오히려 중국 자본이 투자를 끊으면 문제”라는 게 게임업계의 이야기다. 정작 한국 자본은 게임에 투자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 자본 이외에는 대안이 없어서다. 국내 대기업들이 투자를 이끌어주면 다른 선택이나 협업이 나올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해서다. 뭔가 새로운 선택이 없고 쪼그라들고 있는 게임업계. 활로 찾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