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게임산업은 수년째 몸살 중”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5.11.26 21:20
  • 호수 136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피 줄어들고 투자 감소해 위기

한때 게임산업은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가 2009년 영국 서섹스 대학의 과학정책연구소(SPRU)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이 연구소의 소장 티드 교수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5개의 콘텐츠산업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음악은 브라질, 영화는 인도, 그리고 게임은 한국이 대상이라고 했다. 그가 위 교수에게 전한 말은 이랬다. “어떻게 한국에서 이런 혁신적인 산업이 탄생할 수 있었느냐”고.

위교수가 한 기고문에 썼던 당시 영국에서 바라보던 우리네 혁신적인 산업. 지금은 더 이상 혁신적이지 못하다. ‘지스타 2015’에서도 그런 분위기는 감지됐다. 이번 게임쇼는 준비 단계부터 애를 먹었다. 외형적인 규모도 중요한 부분인데 참가 신청을 한 게임업체의 수가 지난해 617개보다 줄어들어 올해는 485개사만 참가 신청을 했다. ‘스마일게이트’나 ‘네오위즈게임즈’ 등 참가할 법한 업체들까지 이번에는 부산에 오지 않았다.

국회의원 시절 게임 규제 법안을 공동 발의하며 게임업계와 대척점에 섰던 서병수 부산시장(왼쪽 두 번째)은 이제 시장 자격으로 지스타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 지스타조직위원회 제공

“오히려 중국 자본이 투자를 끊으면 문제”

“게임산업은 수년째 몸살 중이다”는 이재홍 게임학회장의 이야기는 괜한 엄살이 아니다. 매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하는 게임백서가 내놓은 숫자는 이런 몸살을 잘 보여준다. ‘2015 게임백서’를 보면, 2010년 2만658개였던 국내 게임업체 수는 지난해 1만4440개로 감소했다. 게임업계 종사자 수는 2012년 5만2466명이었는데, 지난해엔 3만9221명으로 줄어들었다.

“최근 몇 년 새 벌어졌던 규제 분위기가 시장 전반을 위축시켰죠.” 지스타에서 만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규제 일변도의 분위기 탓에 내수 시장이 커지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했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의 접속을 막는 셧다운제, 게임을 마약·도박 등과 같은 4대 악으로 분류해 매출액의 1%를 치유부담금으로 부과하겠다는 ‘게임중독법’, 게임업체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할 때 획득 가능한 아이템의 종류, 구성 비율, 획득 확률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 등이 최근 몇 년 사이 쏟아져 나왔다. 규제의 옳고 그름을 떠나 진흥책이 사라진 것이 컸다.

투자도 비슷하게 흘러간다. 최근 중국 자본의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오히려 중국 자본이 투자를 끊으면 문제”라는 게 게임업계의 이야기다. 정작 한국 자본은 게임에 투자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 자본 이외에는 대안이 없어서다. 국내 대기업들이 투자를 이끌어주면 다른 선택이나 협업이 나올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해서다. 뭔가 새로운 선택이 없고 쪼그라들고 있는 게임업계. 활로 찾기가 쉽지 않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