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 폭풍전야 전운 감도는 일본 열도
  • 유재순│일본 제이피뉴스 대표 (.)
  • 승인 2015.11.05 16:38
  • 호수 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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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폭력조직 ‘야마구치파’ 이탈한 ‘고베야마구치파’ 보복 살해 당해

일본 열도는 지금 폭풍전야다. 특히 고베(神戶) 지역이 그렇다. 일본 언론은 10월28일, 일본의 최대 폭력조직인 야마구치파(山口組)의 분열로 최근 2개월 동안 적어도 4건의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구미(組)는 우리말로 파(派)에 해당한다.  특히 10월6일에는 나가노(長野) 현 이다(飯田) 시의 한 온천 부설 주차장에서 야쿠자 조직원 한 명이 권총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범인은 야마구치 조직의 산하 단체 간부.

나가노 현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범행 이유는 살해된 조직원이 야마구치파로부터 이탈해 새롭게 결성된 조직으로 옮기려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일본 열도는 야마구치파의 분열로 인한 파벌 싸움으로 언제 어디서 대규모 총격전이 벌어질지 모르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 전운(戰雲)마저 감돌고 있다. 일본 경시청은 이미 두 달 전부터 비상사태에 돌입하고 연일 갖가지 명분을 내세워 이들 조직원을 체포하고 있다.

ⓒ 일러스트 유환영

정식으로 ‘공인’된 야쿠자 조직 21개

일본의 야쿠자는 역사가 꽤 깊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정치와 연예, 스포츠, 사회 분야까지 깊숙하게 연결돼 있다. 그런 만큼 일본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막강하다. 원래 야쿠자는 우리나라의 조직폭력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지만, 그 규모나 역사, 성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다르다.

야쿠자에 대해 일본대사전은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야쿠자는 조직을 형성해 폭력을 배경으로 직업적으로 범죄활동에 종사하며 수입을 얻는 사람을 일컫는다. 또한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 가치가 없는 사람, 직업을 가지지 않고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의 총칭’이라고 설명돼 있다.

일본의 야쿠자는 일본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일정 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사실에서 볼 때도 정치권과 문화계에까지 수맥(水脈)처럼 인맥이 촘촘히 연결돼 있고,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그 영향력이 지대하다.

그래서 일본 정부도 함부로 야쿠자 조직을 건드리지 못한다. 상가(商街)마다 ‘폭력단 퇴출’ 혹은 ‘폭력단 출입금지’라는 푯말을 걸어놓고 ‘야쿠자 추방’ 운동을 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시행정적인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같은 요식 행위에 대해 일반 국민들도 다 간파하고 있다. 다만 모른 척하고 있을 뿐이다. 그만큼 야쿠자는 일본 사회에 그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있다.

일본에는 정식으로 공인된 야쿠자 조직이 총 21개 있다. 가장 큰 조직은 최근 분열 파동으로 폭풍전야에 휩싸여 있는 야마구치파. 야마구치구미는 역사도 깊어 올해로 창립 100년을 맞이한다.

야마구치파는 1915년 야마구치 하루키치(山口春吉)가 고베 주변의 노무자들을 모아 일본 최초로 결성한 야쿠자 조직이다. 이렇게 결성된 야마구치는 그 후 1945년을 전후해 전국구로 진출, 일본 최대 규모의 야쿠자 조직으로 급성장했다.

대규모 총격전 벌어질 수 있는 초비상 사태

조직원은 일본 전국 1도(都) 1도(道) 2부(府) 40개 현(縣)에 약 2만3400명(정조직원 1만300명·준조직원 1만3100명)을 두고 있다. 이 중 중간 보스라고 할 수 있는 야마구치파의 직계 조장(각 지역 ‘오야붕’)은 모두 72명. 즉 야마구치파 산하에 있는 계열 조직이 72개라는 뜻이다.

이 72개 조직은 야마구치파에 속하지만 조직 이름은 다르다. 그런 만큼 각 계열 조장은 그 지역에서 절대적인 힘과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게 되며, 그 지역 조직원을 지배하는 최고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야마구치파의 최고 오야붕(총조장)은 6대(2005년~현재)째인 쓰카사 시노부(司忍, 72세)로, 그가 직접 나고야(名古屋)에서 설립한 ‘고도카이(弘道會)’의 지역 조장이기도 하다. 현재 야마구치파 분열 파동의 기폭제가 된 고베 ‘야마켄파(山健組)’와의 갈등의 장본인이 그다.

지난 9월 초, 야마구치파 산하의 ‘야마켄파’를 중심으로 13개 조직이 야마구치파를 이탈해 새로운 조직 ‘고베야마구치파(神戶山口組)’를 결성했다. 후에 또 다른 1개 단체가 가입해 고베야마구치파는 모두 14개 조직이 됐다.

1985년께부터 이 두 조직은 매사에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다 이번에 마침내 야마켄파가 대거 조직을 이끌고 야마구치파를 이탈한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보복 살해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물론 예상했던 일이기는 했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는 상황에서 보란 듯이 보복 살인을 했다는 것은, 향후 어떤 큰일이 벌어질지를 암시하는 것이어서 충격이 더욱 컸다. 그런 탓에 일본 경찰과 언론은 발칵 뒤집혔다. 당장이라도 대규모 총격전이 벌어지기라도 할 것처럼 초비상 사태에 들어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10월6일 고베야마구치파로 이적하려던 한 조직원이 권총으로 보복 살해를 당했다. 10월17일에는 나고야 시내에 있는 ‘고베 야마구치파’ 산하 ‘야마켄파’의 사무실에 고도카이계 조직원 9명이 쳐들어가 인터폰을 부수는 등 기물을 파손했다. 이 같은 행위로 이들 9명은 아이치(愛知) 현 경찰에 의해 폭력행위법 위반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또한 도야마(富山) 시와 아키타(秋田) 시에서도 기존의 야마구치파와 고베야마구치파 산하 조직원들이 서로 충돌하는 등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초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경찰은 이들이 집단 총격전을 벌이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만약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악화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기 때문이다.

일본 야쿠자들은 싸울 때 과거에는 일본도를 휘둘렀으나 요즘에는 모두 권총을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종종 적대적 야쿠자들 사이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바로 이 같은 상황을 일본 경찰은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경우는 같은 파에 속해 있던 조직원들이 배신에 해당하는 이탈 행위를 한 것이어서 적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 때문에 긴장감 또한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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