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차세대 리더 100] 이재용·김연아·김빛내리 ‘부동의 1위’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5.10.22 11:58
  • 호수 13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대 ‘차세대 리더’ 분석…안철수의 변신과 카카오의 약진

2008년 시사저널 1000호를 기념해 시작한 ‘한국을 이끌 차세대 리더’ 조사가 올해로 8회를 맞았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인사들이 이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내렸다. 반짝 스타로 조명받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기도 했고,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나가기도 했다. 여전히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은퇴한 이후까지 영향력을 이어가는 인물도 있다.

올해 조사에서 통합 1위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7)은 8년 연속 기업 및 경제 분야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그룹의 후계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이 부회장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감소세를 보였던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올해 반등시키며 일단 무난한 경영 능력을 선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올 연말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자 내부 인사에서 그의 리더십이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 시사저널 임준선·박은숙·뉴스뱅크

안희정·원희룡·남경필 ‘대권 잠룡’으로 부상

‘은반 위의 여왕’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25)는 2008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로 줄곧 스포츠 분야 1위에 올랐다. 김연아는 2008년 첫 조사에서 ‘우리 시대의 영웅’으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해 소치동계올림픽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방송 출연 및 토크쇼 등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는 한편 후배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1위 자리를 단 한 차례도 내준 적이 없는 또 한 명의 여성이 있다.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46)다. 학계 안팎에서 실력으로 검증된 리더십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는 마이크로RNA(작은 리보핵산) 분야의 권위자다. 김 교수는 마이크로RNA가 세포 내에서 유전자가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그의 연구 결과는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벨생리의학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로도 꼽히는 그가 차세대 리더로 변함없이 지목되는 이유다.

정치권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안희정 충남도지사(50)다. 안 지사는 민주당 최고위원 시절이던 2008년 10위로 처음 이름을 올린 이후 꾸준히 톱10에 랭크돼왔다. 2013년부터는 정치 분야 차세대 리더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정치인에서 여야를 대표하는 차세대 리더로 위상을 높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51)와 남경필 경기도지사(50)의 뚝심도 만만치 않다. 원 지사는 ‘대선 꿈나무’였던 한나라당 의원 시절부터 꾸준히 차세대 리더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이명박·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함께 대권 레이스를 달렸던 이듬해인 2009년에는 정치 분야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고향 제주도에서 도지사로 당선되며 차기 대권 도전을 향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남 지사는 1998년 재·보궐선거 때 아버지 남평우 전 의원의 지역구인 수원 팔달에서 출마해 당선된 후 내리 5선에 성공했다. 외교안보 분야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더니 2012년에는 정치 분야(여권) 1위에 등극했다. 원 지사와 남 지사는 최근 대권 레이스의 ‘대어(大魚)’로 떠오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잠룡’으로 부상하며 여권의 차세대 리더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여성 지도자로서 주목할 만한 인물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56)다. 심 대표는 정치와 여성 분야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여성 지도자로서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 정치 분야에서 8위에 올랐다.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진출한 심 대표는 17대 대선 이후 진정한 서민정치를 하겠다며 민주노동당을 탈당하고 2008년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2012년 통합진보당의 원내대표를 역임했으나 비례대표 부정 경선으로 촉발된 통합진보당 사태로 사퇴하고 2013년 진보정의당을 창당해 대표를 지냈다.

성공한 벤처기업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53)의 랭킹 이력은 독특하다. 2008~10년 기업 분야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과 함께 톱3에서 어깨를 겨루던 안 의원(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2011년 정치 분야 1위로 깜짝 등극했다. 안 의원의 대중적 지지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올해 조사에서도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여전히 차세대 리더로서의 잠재력을 드러냈다.

정보기술 분야에서는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과 관련한 인물의 순위 변동이 눈에 띈다. 2011년 카카오톡의 실질적 개발자인 이제범 카카오톡 대표(37)가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2년 후인 2013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49)을 2위로 올리며 본격적인 영역 구축에 들어갔다. ‘벤처계의 신화’로 불리는 김 의장이 1998년 설립한 한게임은 2000년 NHN엔터테인먼트와 합병됐다. 김 의장은 2007년 NHN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사를 그만두고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을 개발했다. 2014년 10월 카카오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했다. 올해 조사에서 김 의장은 경제와 과학·의학 분야에서 모두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차세대 리더로서의 저력을 보여줬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부터)는 ‘대권 잠룡’으로 부상하며 차세대 리더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 시사저널 이종현

대중문화, ‘박찬욱’에서 ‘봉준호’로 이동

대중문화계의 차세대 리더 흐름은 ‘박찬욱→봉준호’로 정리된다. 2008~09년 대중문화 분야 1·2위에 나란히 오르며 양강 구도를 보이던 박찬욱 감독(52)과 봉준호 감독(46)은 2010년 순서가 뒤집어지면서 지목률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한 해 전 개봉한 두 감독의 영화가 국내 흥행 성적에서 엇갈린 결과를 내면서부터다. 2009년 4월 개봉한 박 감독의 영화 <박쥐>는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약 220만명의 누적 관객을 모았다.

한 달 후 개봉한 봉 감독의 영화 <마더>는 29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2013년 개봉한 봉 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 <설국열차>는 관객 수 930여 만명으로 ‘1000만명’의 문턱을 넘진 못했지만 평단과 대중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았다. 한편 문학계에서 꾸준히 톱5에 들던 소설가 신경숙(52)은 올해 불거진 표절 논란의 영향으로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14위에 머물렀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