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떨어지는 은행 미스터리 쇼핑
  • 김병윤 기자 (yoon@sisabiz.com)
  • 승인 2015.10.16 12:09
  • 호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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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검사 받는 지점, 인근 지점에 정보 공유...복불복 검사 우려
금감원과 은행은 고객 서비스 품질을 점검하기 위해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하지만 직원 간에 정보를 공유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은행이 지점 직원을 대상으로 벌이는 미스터리 쇼핑(mystery shopping)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스터리 쇼핑은 조사원이 손님으로 가장해 고객 서비스를 평가하는 것이다.

1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대체로 상·하반기 한번씩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하고 있다.

은행들은 거의 전 지점을 대상으로 미스터리 쇼핑을 벌이며, 한 번에 소요되는 기간은 대략 1~2개월이다. 특히 펀드, 신탁, 방카슈랑스 등 원금 손실 우려가 상품에 대해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은행들은 용역 업체에 외주를 줘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한다. 투입 인원은 지점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4대 시중은행 기준 대략 100여명을 투입한다.

문제는 지점 간에 미스터리 쇼핑 정보를 공유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미스터리 쇼핑이 돈다고 하면 내부 메신저나 통신문 형태로 공유된다”며 “사실 미스터리 쇼핑은 복불복에 가깝다”고 말했다.

지점끼리 공유되는 정보는 검사원 신상(성별, 복장 등)과 질문 등이다.

이 관계자는 “지점에서 오래 근무한 이들은 눈치를 채 잘 대응하는 반면 신입 직원은 상대적으로 저조할 수 밖에 없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또 먼저 검사 받은 지점이 인근 지점에 알려주는 터라 상대적으로 나중에 받은 지점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지출하는 비용도 아깝다.

미스터리 쇼핑 한 번(한 달·1일 6시간·올해 최저시급 5580원 적용 가정)에 100명이 투입된다고 했을 때 1억원가량이 든다. 1년 두 번 이뤄진다고 보면 경비 2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내방객에 비해 직원이 부족하다보니 지점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며 “미스터리 쇼핑 비용으로 차라리 신규 직원을 채용해 직원 업무 부담을 줄이는 게 고객에게도 훨씬 이득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원장 진웅섭)이 이미 미스터리 쇼핑을 벌이고 있으니 은행이 따로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할 필요 없다는 나왔다.

금감원은 펀드·신탁·ELS 등 금융상품에 대해 연중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홈쇼핑에서 팔리는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비대면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했다. 금감원은 심사를 통해 용역 업체를 선정하고 검사원으로 투입되는 인원은 관련 교육을 받는다.

사실 금감원과 은행 자체 미스터리 쇼핑은 엄밀히 목적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금감원 미스터리 쇼핑은 객관적으로 현장 분위기를 파악해 불합리한 제도 등을 개선하는 게 목적이다. 그 결과는 은행 평가에 사용하지 않는다.

은행은 미스터리 쇼핑 결과를 지점 평가 항목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으므로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논란이 생길 소지가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미스터리 쇼핑이 실효성이 떨어지고 직원들에게 스트레스만 준다. 직원 교육을 강화할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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