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뒤덮을 때 기회가 찾아온다
  • 노현섭│서울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5.09.0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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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스 상품, 하락장에도 높은 수익…‘묻지 마 투자’ 경계해야

초저금리 시대에 유망한 재테크 수단이었던 증시마저 급락 장세로 빠져들자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최근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여전해 폭락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공포에 사라’는 말처럼 시장이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때가 오히려 다양한 투자 전략을 활용할 수 있는 시점이 될 수 있다. 실제 연일 급락하던 증시에서도 역발상 전략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스마트한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매번 손해를 보던 개인투자자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스마트한 투자자들은 대내외 악재에 1800선까지 폭락한 시장 상황에서 두려움에 떠는 대신 역발상 전략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다.

중국발 위기로 국내 증시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잘만 찾아보면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연합뉴스

‘공포에 사라’는 증시 격언 새겨들을 때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품과 기초자산이 다양해지면서 하락장에서는 무조건 손해만 보던 과거와 다른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며 “저금리 시대에 맞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기대수익률을 높여가는 것이 불안정한 시장을 이겨낼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하락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상품은 단연 ‘인버스’ 상품이다. 주가 하락장에 베팅하는 상품으로 기초자산이 내리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상품명에 주로 ‘인버스’ ‘리버스’ 등이 들어간다. 대표적인 상품으로 인버스 펀드와 상장지수 펀드(ETF) 등이 있다. 인버스 펀드의 경우 최근 하락장에서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면서 역발상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불리고 있다. 과거 지수 하락에 베팅하던 지수형 인버스 상품 외에도 최근에는 원자재 하락에 투자하는 원자재 관련 인버스 상품이나 해외 지수 인버스 상품 등 다양한 상품이 나오면서 투자 대상은 더욱 넓어졌다.

최근 1개월간 수익률을 보면 ‘미래에셋TIGER차이나A인버스상장지수(채혼-파생)(합성)’는 36.69%, ‘미래에셋TIGER원유인버스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원유-파생)(H)’ 23.85%, ‘한국투자KINDEX일본인버스상장지수(주식-파생)(합성 H)’ 11.03% 등 인버스 상품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모두 유가와 해외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여기에 시장 상황별 대응이 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상품군을 구성한 상장지수 증권(ETN)도 하락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ETN은 주식과 채권 및 상품 등 기초지수 변동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증권회사가 발행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일반인도 거래가 가능하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ETN 시장은 개설 당시 ETF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시장 상황별 대응이 가능한 전략 지수형이 많이 상장돼 있어 변수가 생겨도 순발력 있는 대응이 가능하다”며 “단기간에 급격한 변동이 생길 경우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투자 수단”이라고 말했다.

폭락이 이어졌던 8월 셋째 주까지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신한 인버스 브렌트유 선물 ETN(H)’의 수익률은 10.0%, ‘TRUE 인버스 차이나H ETN(H)’ 4.8%, ‘신한 USD K200 선물 바이셀 ETN’ 5.0% 등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이 -4.5%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상품이 시장을 이기는 투자 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중국의 경기 침체가 미국의 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치면서 주식이나 통화, 원자재 등 전반적인 자산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하락장에서도 단기 수익을 내려면 역발상 투자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분산 투자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수 국가나 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다양한 국가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최근 증시 폭락과 같은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0.66%를 나타낸 반면, 유럽은 5.90%, 독일 1.08%, 인도 2.91% 등을 보였고 일본도 7.19%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임덕진 미래에셋자산운용 PM본부 이사는 “최근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미국·일본·인도 증시는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시장 및 자산은 매년 바뀌기 때문에 한 국가와 자산에 머무르지 말고 글로벌 분산 투자를 통해 안전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04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주식 및 채권과 선진국 주식·채권, 신흥국 주식·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했을 경우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집중해 투자할 경우 시장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지만 상황이 급변할 경우 최하위 수익률을 보였다. 2012년 수익률 1위였던 신흥국 채권은 2013년과 2014년 최하위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여러 국가에 골고루 자산 배분을 한 경우 중간 이상의 수익률을 나타내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여러 나라에 분산 투자하라”

한국은 현재 전 세계 주식시장의 1.9%, 채권 시장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 한국 시장에만 모든 금융 자산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한정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경우 최근 상황과 같은 급락 장세에서는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하다. 최근 정부는 해외 주식 투자 전용 펀드에 대해 10년간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국내 시장 대비 우수한 수익률에 절세 혜택까지 더해지면서 기대수익률 또한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률만 바라보고 ‘묻지 마 투자’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인버스 상품에 사용되는 지수와 원자재 가격 등은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투자 경험이 적은 투자자가 활용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며 “투자한 자산의 시황에 관해 항상 모니터링을 해야 하고 자신이 없을 경우에는 증권사 전문가에게 투자를 맡기는 것도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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