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시술비 치과마다 ‘고무줄’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5.07.2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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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300만원 천차만별…정부 기준가 121만원

60대 직장인 임민석씨는 왼쪽 어금니가 썩어서 임플란트 치아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병원마다 제시하는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고민이다. 그는 “80만원대부터 200만원이 넘는 곳도 있어서 어느 병원을 선택할지 막막하다”며 “비용이 싸면 왠지 품질이 좋지 않을 것 같고 비싸면 바가지 쓰는 느낌”이라고 하소연했다.

치과 임플란트 시술비는 고무줄 가격이다. 건강보험 울타리에 들어 있지 않은 시술이어서 딱히 정해진 가격이 없다. 치과가 일방적으로 정한 가격을 환자가 부담하는 구조다. 병원에 따라 개당 80만원대(이하 모두 개당 가격)에서 300만원대까지 차이가 심하다. 심지어 80만원대 이하의 가격을 홍보하는 치과의원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전국에 있는 213개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임플란트 시술비를 조사했더니 평균 193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청구성심병원은 평균 가격이 100만원으로 가장 낮았고, 강동경희대치과병원은 323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같은 임플란트 시술이지만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팜스코어(보건의료 분석·평가 웹사이트)의 최성규 수석연구원은 “임플란트 재료비는 동일하지만 병원마다 규모, 지역, 의료 기술, 수익 등이 달라 최종 임플란트 시술비에서 3배 이상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 환자가 치과 치료를 받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임플란트 가격, 병원 정하기 나름

동네 치과의원의 임플란트 시술비는 대체로 대형 병원보다 저렴한 편이다. 국산 임플란트 재료를 사용할 경우 110만~165만원 선이지만 이 비용을 다 받는 치과의원은 거의 없다. 서울 강남의 한 치과의원 관계자는 “할인 행사 명목으로 가격을 깎아주며 생색낸다. 할인 가격은 85만~110만원에 형성돼 있다. 외국산 재료를 사용하면 200만원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7월1일부터 70세 이상 환자는 임플란트 시술비의 50%만 내면 된다. 노인 임플란트의 경우 건강보험 울타리에 넣어 시술비의 절반을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기로 했다. 70세 이상 환자는 약 60만원만 부담하면 치과 임플란트 시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정부가 기준으로 삼은 임플란트 시술비는 121만9070원이다. 이 금액의 15%(평균 18만원)는 재료비이고 85%(103만원)는 의료행위비다.

치과가 재료상으로부터 납품받는 임플란트 재료비는 10만~27만원으로 거의 변동이 없다. 여기에 병원이 의료행위비를 붙이면 환자가 지급하는 최종 임플란트 시술비가 책정된다. 10만원짜리 재료에 의료행위비를 300만원으로 정하면 환자가 부담하는 임플란트 시술비는 310만원이 된다. 27만원짜리 재료에 의료행위비를 60만원으로 해서 최종 가격을 87만원으로 만들 수도 있다. 병원 몫인 의료행위비에는 의료장비(봉합실, 장갑, 드릴 등) 사용료, 병원 운영비(임차료 등), 의사 인건비, 보조사(위생사 등) 인건비 등이 포함된다. 이 비율대로라면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임플란트 시술비(193만원) 가운데 병원 몫은 164만원이고 치과의원은 85만~110만원 가운데 72만~93만원을 챙긴다. 이 의료행위비는 병원의 이윤이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몇 해 전에 한 치과의원이 공개한 임플란트 시술비는 평균 59만5000원(56만5000~63만5000원)이다. 병원 이윤을 포함하고 현재의 물가·인건비 상승을 고려하면 현재 의료행위비는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수준이다. 한 치과 관계자는 “의료행위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는 것은 인건비와 병원 운영비다. 월급쟁이 의사를 고용할 경우 일주일에 3일 진료한 대가로 매월 1000만원을 지급한다. 또 지방보다 서울에서, 서울에서도 강남은 건물 임차료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이를 감당하려면 85만~110만원이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했다.

치과의원의 임플란트 가격은 내려가는 추세다. 서울 강남에는 치아 한 개에 79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임플란트 시술비를 제시한 치과의원도 있다. 거의 병원 이윤이 없는 가격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치과 관계자는 “이윤을 포기한 채 환자를 많이 유치하려는 것인데, 사실 다른 명목으로 이윤을 챙기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재료값 비싸다고 반드시 고급품 아니다”

치과를 선택할 때 임플란트 시술비 외에 추가 비용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임플란트를 고려하는 사람은 대개 나이가 있는 사람이어서 잇몸 뼈도 부실하다. 임플란트를 심기 위해서는 뼈 이식이 필요하다. 즉 뼈 이식 비용이 별도로 발생하는데 이 비용을 부풀리는 치과의원도 있다. 서울 강남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한 의사는 “환자 자신의 뼈(엉덩이나 턱뼈 이용)나 인공 뼈를 이식해 뼈의 양을 늘린 다음 임플란트 시술을 한다”며 “뼈 이식 비용이 보통 30만원 선인데 일부 치과의원은 50만원 이상을 받아 싼 임플란트 시술비를 보전한다”고 말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면서 임플란트 시술비를 올리는 치과도 경계해야 한다. 같은 국산 제품(오스템임플란트·덴티움·디오·네오바이오텍·메가젠임플란트 등)이라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한 치과 관계자는 “같은 어금니 임플란트 재료라도 오스템임플란트와 덴티움 브랜드 가격은 20만~50만원 차이가 난다. 광고비나 홍보비가 붙어서 그런 것이지 사실 두 제품의 품질 차이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200만원대이던 치과 임플란트 시술비가 100만원 이하로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병원 간 심한 경쟁이다. 국내 치과의사 수는 2만8000명을 헤아리고 전국에 치과의원은 1만 곳이 넘는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따라서 임플란트 가격이 싼 치과만 선호할 일은 아니라는 게 현역 치과의사의 조언이다. 임플란트 재료가 중국산 등 저급 품질이거나 사후 관리가 허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치과의원 의사는 “임플란트 치아는 몇 년 후까지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시술비가 싼 치과일수록 사후 관리는 뒷전일 가능성이 크다”며 “품질이 좋지 않은 재료를 사용한 후 문제가 되면 환자의 잘못으로 몰아 사후 관리를 하지 않으려는 치과의원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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