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인 윤동주는 영화에서 어떤 모습일까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5.03.0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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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의 <동주> 연말 개봉…윤동주문학관도 둘러볼 만

윤동주는 의외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서울 삼청동-서촌 라인에 윤동주문학관이 있다. 윤동주가 연희전문대 재학 시절 종로구 누상동에 살았다는 점에 착안해 종로구청에서 누상동 인근의 부암동 고갯마루에 윤동주문학관을 세웠다.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 만든 이 공간에 대해 종로구청은 ‘시민에게 문학과 영혼의 가압장’으로서 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가압장과 물탱크라는 과거를 잃고 낡아버린 건축물을 문학관으로 리모델링해 물리적인 재생을 이뤄낸 동시에 다양한 흔적과 기억 등을 압축하거나 확장해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가치를 되살렸다는 것이다. 3개의 전시실로 구성된 윤동주문학관에서는 특히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서 모티브를 얻어 물탱크 윗부분을 완전 개방해 만든 제2전시실이 인상적이다.

서울 청운동의 윤동주문학관 전시실 ⓒ 시사저널 임준선
윤동주는 <자화상>에서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라고 노래했다. 1980년대 이후 용도 폐기된 공간을 21세기의 건축 언어로 재해석해 1940년대에 우리 곁에서 사라진 시인이 천착했던 ‘우물’을 불러낸 것이다. 윤동주문학관은 2014년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윤동주문학관이 현대 건축 언어로 해석된 우리 시대의 응답이라면 <왕의 남자>를 만든 이준익 감독이 기획하고 직접 감독을 맡은 <동주>(가칭, 올 연말 개봉 예정)는 가장 대중적인 장르인 영화로 윤동주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시와 시대적 배경 다룬 영화 <동주> 

이준익 감독은 왜 윤동주를 불러내려는 것일까. “식지 않는 젊은 청년, 스물일곱 살의 청년 윤동주의 시는 그의 삶의 궤적 안에서 추출된 것이다. 그가 어떤 경로로 삶을 끝내야 했는지 대중은 잘 모른다. <서시>나 <별 헤는 밤>이 주는 감흥은 있지만 그 감흥을 만들어낸 시대적 배경에는 소홀했다. 그 시가 윤동주라는 인물을 통해서 나왔으나 결국은 윤동주가 처한 시대에서 나온 것이다. 윤동주 개인의 삶은 온전하게 개인 하나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부모, 형제, 동료 등 어떤 사람들과 선택하고 행동하는 과정 안에서 그런 시가 발현된 것이다. 그것을 따라가다 보면 도달하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이 영화의 각본을 맡은 신연식 감독(영화 <조류인간>)은 “시와 시대가 응축적으로 만나는 지점이 윤동주다. 거의 모든 그의 시를 영화에 등장시켜 그 시대에 그가 그렇게 살아가야만 했는지를 전반적으로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주가 세상을 뜬 지 70년 만에 그 또래의 청춘들에게로 성큼 걸어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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