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프로젝트 “가장 높은 빌딩 지어라”
  • 이호재 인턴기자 ()
  • 승인 2015.02.1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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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GBC 115층으로 높여…국내 1위, 세계 13위 마천루

“이 땅을 놓치면 앞으로 기회는 없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14년 9월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 입찰을 앞두고 한 말이다. 정 회장은 평소 완성차업계 세계 5위 기업에 걸맞은 그룹 신사옥을 갖고 싶어 했다. 그는 2006년 서울 성수동 뚝섬 부지를 개발해 110층의 초고층 사옥을 건립하려고 했다. 그런데 서울시와 협의하던 중 변수가 생겼다. 2011년 10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이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뚝섬 프로젝트는 물거품이 됐다.

정 회장이 지난해 한전 부지 입찰에 사활을 건 것도 이 때문이다. 정 회장은 공시지가 3조3000억원짜리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인수했다. ‘단군 이래 최대 건설 프로젝트’로 불렸던 용산 역세권 개발 때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써냈던 금액보다 3조원 가까이 많은 액수다. 2020년까지 높이 571m, 지상 115층짜리 초고층 빌딩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짓는다는 게 정 회장의 구상이다.

정몽구 회장의 숙원 사업인 현대차 통합사옥 건설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 연합뉴스 오른쪽 사진은 현대차가 서울시에 제출한 GBC 모형도. ⓒ 서울시
2020년 국내 최고 마천루 탄생

현대차그룹이 1월30일 서울시에 제출한 제안서에 따르면 GBC에는 115층과 62층 2개동에 업무시설(본사 사옥)과 컨벤션센터, 호텔 및 판매시설 등이 들어올 예정이다. 건축물 연면적만 96만㎡(29만400평)에 이른다. 대지면적에 대한 연면적 비율을 나타내는 용적률은 799%다. 정 회장의 계획대로라면 세계에서 13번째로 높은 건물이 서울의 도심에 들어서게 되는 셈이다. 서울시도 마천루 건립에 적극적이다. 서울시 측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도시계획·건축 인허가에 적극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목되는 점은 서울시에 제출한 제안서상의 건물 높이가 정 회장이 당초 밝힌 높이(105층)보다 10층 높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1월1일 시무식에서 “그룹 임직원 모두의 노력으로 한전 부지에 105층 규모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밝혔다. 한 달 후 서울시에 제출한 제안서에는 10층이 늘어난 115층으로 표시돼 있다. 2020년 완공되면 GBC는 잠실 제2롯데월드타워(555m, 123층)보다 층수는 낮지만 높이는 16m 높은 국내 최고 마천루가 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20층마다 들어가는 안전관리 설비와 기계실 때문에 10층 정도가 높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2016년 완공되는 잠실 제2롯데월드를 정 회장이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최고 마천루’라는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105층을 115층으로 조정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인천 송도에 위치한 동북아트레이드타워(305m, 68층)다. 2위인 해운대 위브더제니스(299.9m, 80층)보다 층수는 12층 낮지만, 높이는 5m 더 높다. 하지만 2020년 전후로 초고층 빌딩의 지형도가 완전히 바뀐다. GBC와 제2롯데월드타워, 부산 롯데타운타워(510m, 2019년 완공 예정) 등이 동시에 완공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2020년 GBC까지 완공되면 국내 마천루의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2020년 세계 최고층은 사우디 ‘킹덤타워’ 

전 세계는 앞 다퉈 마천루 건립 전쟁에 뛰어들었다.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가 개발한 세계 초고층 빌딩 데이터베이스인 스카이스크래퍼 센터(The Skyscraper Center)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두바이에 위치한 부르즈 할리파(828m, Burj Khalifa)다. 흔히 버즈 두바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버즈 두바이는 2009년 두바이가 재정위기에 빠졌을 때 아부다비가 구제금융을 제공한 감사 표시로 아부다비 통치자인 할리파(Khalifa) 빈 자이드 알나하얀의 이름을 따 개명됐다. 2016년엔 중국 후난성에 스카이시티(Sky City)가 완공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타이틀 또한 중국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스카이시티는 당초 670m 정도로 허가를 받았으나, 세계 최고층 빌딩이 되기 위해 2012년 838m, 202층으로 계획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변이 없는 한 202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세워질 킹덤타워(Kingdom Tower)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 건물은 높이가 무려 1㎞(1007m)에 이른다. 이에 따라 GBC는 세계 13번째, 제2롯데월드타워는 현대 GBC보다 2단계 아래인 15위에 랭크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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