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구멍 찾아 귀신같이 빼돌린다
  • 강성운│독일 통신원 ()
  • 승인 2014.11.24 1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케아의 복잡한 절세 구조…한국에서도 통할지 주목

룩셈부르크 조세 당국과 343개 글로벌 대기업 간의 비밀 거래가 폭로되면서 이케아의 이미지도 치명타를 입었다. 독일 일간지인 ‘쥐트도이체 차이퉁(SZ)’은 이케아 창업주 잉바르 캄프라드의 전 개인 보좌관인 요한 스테노보의 말을 인용해 “캄프라드의 철학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케아가 세금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케아는 내부 대출을 하고 매출액을 외국으로 이체시키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였다. 함부르크의 세금 전문 변호사 토마스 뷜핑은 이케아에 대해 “기업 구조와 기업 내부 관계가 대단히 복잡하다.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세제상의 구멍을 전 세계적으로 다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Z지에 따르면 이케아 내에도 기업 구조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12명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운 기업이 다름 아닌 이케아다.

6월30일 독일 함부르크에 새로 열린 이케아 매장 개장 시간을 앞두고 많은 사람이 대기하고 있다. ⓒ DPA 연합
내부 대출 전담하는 이케아 은행

이케아는 크게 전 세계 360여 개 매장을 관리하는 이케아그룹과 해외 프랜차이즈 사업을 담당하는 인터이케아그룹 두 개의 독립적인 회사로 구성돼 있다. 인터이케아그룹은 다시 룩셈부르크에 지주회사인 인터이케아홀딩과 금융회사인 인터이케아파이낸스를, 스위스에는 금융 사업부를 거느리고 있다. 이 사업체들은 프로 기사가 둔 바둑알처럼 복잡하게 상호 작용을 한다. 그러나 이케아가 바둑을 두는 목적은 간단명료하다. 바로 세금 줄이기다.

집에 이케아 제품이 있다면 로고를 잘 살펴보자. 옆에 상표권자로 ‘인터이케아시스템스’가 적혀 있을 것이다. 인터이케아시스템스는 이케아의 절세 매커니즘의 일부다. 인터이케아시스템스는 네덜란드 기업으로 매장 콘셉트·디자인·카탈로그에 들어갈 가구 배치도는 물론 로고까지 이케아의 ‘정체성’을 전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모든 이케아 영업점은 판매가의 3%를 무조건 이 네덜란드 기업에 지불해야 한다. 라이선스 비용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각 영업점의 신고 수익이 감소하고, 그 결과 세금도 줄어든다. 또한 네덜란드로 건너간 돈에는 20~25%의 법인세율이 아니라 5%의 라이선스 수입세율이 적용된다. 결국 전 세계 이케아 매장에서 올린 매상의 3%가 세금 할인을 받는 것이다.

인터이케아홀딩은 ‘이케아 은행’을 거느리고 있다. 기업 내부 대출을 전담하는 인터이케아파이낸스가 바로 그곳이다. 외국의 이케아 지사들은 이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고 이자를 무는데, 많은 나라에서 이 이자액은 매출에서 제할 수 있다. 결국 돈은 이케아의 울타리 안에서 돌고 도는데 세금만 마법처럼 사라지는 셈이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룩셈부르크 기업인 인터이케아파이낸스는 스위스에서 세금을 낸다. 스위스의 금융 사업에 대한 세율이 룩셈부르크보다 더 낮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인터이케아파이낸스는 스위스 제네바에 자회사를 세웠다. 이렇게 해서 2011년 절약한 세금 액수는 150만 유로. 매년 이케아가 올리는 천문학적인 이익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이는 거꾸로 이케아가 얼마나 철저히 세금망을 피해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디서나 통하는 절세 모델

이케아의 세금 꼼수는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호주의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AFR)’지는 이케아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호주에서 500%에 가까운 매출 성장을 기록했지만 매해 신고된 세전 수익과 납부한 법인세액은 제자리걸음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간 동안 이케아가 호주에서 올린 매출은 총 47억6000만 달러, 순이익은 10억1000만 달러다. 하지만 신고된 이익은 그 10분의 1가량인 1억300만 달러, 여기에 매겨진 세금은 3100만 달러에 불과했다. 법인세율이 30%인 호주에서 이케아가 실제로 낸 유효 세율은 3%에 불과한 셈이다.

호주에서 사라진 8억8000만 달러는 어디로 갔을까. 그 돈은 적도를 넘어 룩셈부르크와 네덜란드로 건너갔다. 호주 이케아는 순이익 10억1000만 달러 중 리스크 매니지먼트 비용으로 2억5900만 달러, 이자로 1억1400만 달러, 프랜차이즈 비용으로 1억5900만 달러를 룩셈부르크의 인터이케아그룹에 지불했다. 또 3억7200만 달러로 추정되는 제조 이익을 네덜란드의 이케아그룹에 지불했다. 이렇게 호주에서 거둔 이익의 대부분은 유럽의 조세 회피처로 보내졌고 남은 1억300만 달러만 호주 세무 당국에 세전이익으로 신고를 한 것이다.

이 같은 세금 꼼수는 결국 드러났고 인터이케아그룹은 자사의 세금 계획안이 “모든 법과 규정을 준수했으며 현재 유효 법인세율은 14% 정도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크리스 조던 호주 세무위원은 룩셈부르크 등 해외 당국과 협력해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