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용 전 수석 퇴출, ‘제거됐나, 알아서 짐 쌌나’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4.09.3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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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비리부터 권력암투설까지 사퇴 두고 뒷말 무성

올해 초 여의도 정가에서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사퇴설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현 정권의 2인자로까지 인식되는 ‘왕실장’의 교체 가능성이 흘러나오자, 자연스럽게 후임 비서실장으로 누가 물망에 오르는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주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물들이 그 대상이었다. 그런데 유독 주목받는 인사가 있었다. 당시 기자가 만난 전직 국회의원 출신의 친박 핵심 인사는 김 실장의 후임 인물로 강원도지사 출신의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을 유력하게 꼽았다. 이 인사는 “김 위원장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라고 귀띔했다. 

그로부터 6개월여 후인 7월21일, 김진선 위원장은 임기를 1년 3개월이나 남겨놓고 낙마했다. 스스로 사퇴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퇴진 이유는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그의 위상도 위상이지만, ‘미스터 동계올림픽’이라는 닉네임을 가질 정도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그의 애착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의 산파 역할을 한 인물로, 2011년 이후부터 조직위를 이끌었다. 특별한 비리 혐의가 포착돼 논란이 된 적도 없었다.

9월20일 사표를 제출한 송광용 청와대 전 교육문화수석. ⓒ 연합뉴스
대통령 측근의 석연치 않은 낙마

일각에서는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그의 자진 사퇴가 있기 두 달 전인 지난 5월 감사원은 조직위원회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직위 감사가 있었지만 (문제가 될 만한 것이) 별로 나온 게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이 홀연히 사라진 지 2개월 정도가 흘렀지만 여전히 그의 사퇴 배경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권력 내부의 암투설이나 개인 비위와 관련됐을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솔솔 나왔지만 여전히 미확인된 소문들만 난무하고 있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 김 전 위원장처럼 어느 날 갑자기 뚜렷한 이유도 없이 홀연히 낙마하는 미스터리한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9월20일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송 전 수석의 사표를 제출받은 청와대는 이를 즉각 수리했다. 청와대가 사표 수리 사흘 만에 밝힌 송 전 수석의 사퇴 배경은 그가 지난 2007년부터 4년간 서울교대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해당 대학이 시행한 ‘1+3 유학 프로그램’과 관련해 경찰 수사에 연루됐다는 점이다. 송 전 수석이 청와대 수석으로 임명되기 전 경찰 수사를 받았고, 경찰 수사 결과 고등교육법 위반 등 법 위반이 밝혀져 기소 의견으로 최근 검찰에 송치됐다는 게 직접적인 사퇴 배경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러한 해명을 교육계와 정치권에서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이미 ‘1+3 유학 프로그램’은 교육부장관의 인가 없이 운영돼, 프로그램 이수 학생들이 학점과 학위를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하면서 프로그램 시행 초기부터 논란을 빚은 해묵은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2년 11월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폐쇄 명령을 했고, 지난 1월 행정법원은 폐쇄 명령 취소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아무리 경찰 수사를 받고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하더라도 개인 비리가 아닌, 총장 재직 당시 업무 판단과 관련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청와대가 이처럼 내쫓듯이 사표 수리에까지 이르게 한 것은 석연치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더욱이 송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박 대통령이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있던 시절에 이사로 임명된 후 14년이나 활동한 대표적인 측근 인사다.

그래서 송 전 수석의 전격적인 사퇴는 인사 검증 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종의 ‘괘씸죄’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송 전 수석이 수사 대상이라는 점을 수석 임명 이후 석 달 이상 지나고서야 인지했다고 밝혔다.

송 전 수석은 지난 6월9일 경찰 조사를 받은 다음 날인 10일 공직기강비서실이 보낸 자기검증 질문서에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거나 받은 사실이 있나’라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설명을 종합하면, 송 전 수석이 의도적으로 인사 검증을 통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경찰 조사를 받은 시점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혹이 나온다. ‘1+3 유학 프로그램’에 대해 경찰은 이미 지난 2월부터 내사를 벌여왔다. 결국 송 전 수석이 청와대 내정을 앞두고 경찰 조사를 받으며 스스로 ‘털어내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초 송광용 전 수석의 사퇴가 전격적으로 이뤄지자, 뭔가 큰 개인 비리 건이 터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교육부의 반대에도 대학 측이 ‘1+3 유학 프로그램’을 강행한 이면을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청와대는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는 송 전 수석의 사퇴와 관련해 “추가로 드러난 비리 혐의는 없다”고 못을 박고 있다. 경찰도 “고등교육법 위반 여부를 밝히는 것이 수사의 목표였다”고 밝혔다. 전국 17개 대학과 유학원을 대상으로 ‘1+3 유학 프로그램’을 수사한 서울 서초경찰서는 송 전 수석을 포함한 6개 대학 총장 등 관계자를 고등교육법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개인 비리에 대한 별도의 조사는 없었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여전히 의혹만 부추기는 꼴이 되고 있다.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월21일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야당 “김기춘 실장과의 갈등설도”

나아가 청와대가 송광용 전 수석에 대한 사정기관의 수사 여부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정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민정수석실에서 송 전 수석의 경찰 수사를 놓쳤다는 것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송 전 수석이 6월9일 경찰 소환조사를 받은 지 사흘 후에 내정됐지만 당시 검증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서초경찰서 수사 경찰관이 송 전 수석을 조사한 당일 전산 입력을 하지 않았으므로, 6월10일자 송 전 수석에 대한 범죄 및 수사 경력 조회 결과 ‘해당사항 없음’으로 회신됐고 이 건은 9월16일에야 전산 조회가 가능하도록 입력됐다”고 밝혔다.

결국 경찰의 전산 입력이 늦어진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 쪽의 이야기는 다르다.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은 내사 단계에서부터 형사사법 정보 시스템인 킥스(KICS)를 통해 수사 과정을 실시간 입력하도록 돼 있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9월24일 “청와대가 정확히 어떤 전산 조회를 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에는 (송 전 수석의 이름을) 킥스에 등록한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청와대가 킥스를 검색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
일선 경찰서뿐만 아니라 검찰 등 사정기관에서는 형식적인 요건이 갖춰지면 킥스를 통해 피의자·참고인 등 수사 대상자의 인적 사항을 등록하고 검색할 수 있다. 청와대 내부에는 별도의 신원 조회를 하거나 킥스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지만, 청와대에 파견된 사정기관 직원들을 통해 인사 대상자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개인 비리 가능성 이외에도 청와대 내부 갈등을 사퇴의 원인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9월2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기춘 비서실장과 송광용 수석의 불화설·갈등설이 있었고, 전교조 문제도 정리해야 되고 국정교과서 추진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 대해서 상당한 회의를 가졌을 일들이 최근에 몇 건 있었다. 아마도 수석을 정리해야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쾌한 이유나 해명 없는 사퇴에 대한 논란이 이번에도 이어지면서 청와대 인사 시스템은 다시 한 번 검증대에 오르게 됐다.


왜 쫓겨났는지 ‘묻지 마 퍼레이드’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과 관련한 논란은 집권 2년 차를 맞아서도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실 인사 논란 이외에도 낙마 과정에서 정확한 해명이 없는 일이 반복되는 것도 문제다.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사람을 쫓아내면서 바보 아니면 부도덕한 인물로 만들어버린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 시절이던 지난해 2월 통일부장관 후보로 거론되던 최대석 당시 인수위원이 돌연 사퇴했다. 당시 국정원과 갈등이 있었다는 등 여러 설이 난무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없어 억측만 난무했다. 정부 출범 직후에는 이종원 조선일보 부국장이 홍보기획비서관으로 내정됐지만, 출근 첫날 내정이 철회돼 혼선을 빚기도 했다. 초대 대변인으로 활약했던 김행 전 대변인 역시 지난해 12월 “쉬고 싶다”는 단 한마디만 남긴 채 갑가지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9월에는 친박 실세로 통하던 진영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돌연 사퇴를 해 정치권이 소란스러웠다. 기초연금 등 복지 공약 축소와 관련해 청와대와의 갈등설이 제기됐고, 보건복지부 관료와의 충돌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미궁에 빠져 있다. 지난 2월에는 천해성 당시 통일부 정책실장을 청와대 국가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했다가 인선을 철회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5개월 후에는 유진룡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선임 차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면직 처리되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7월17일 이임식도 없이 장관실을 비웠다. 세간에는 “국무회의에서 입바른 소리를 한 것이 화근”이라는 설부터, 그가 관료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관피아’ 대상으로 지목된 데 따른 퇴출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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