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은 좋지만 노조 투쟁 방식은 싫다”
  • 노진섭·김지영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4.07.0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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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와 동시에 전교조는 최근 사법부로부터 법외노조 판결을 받았다. 퇴직 교사 9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합법 노조가 된 지 1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전교조를 어떻게 볼 것인가. 시사저널은 교육의 중심에 있는 학부모와 학생의 생각을 들어보고, 특정 교원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일반 교사들의 다양한 입장도 살폈다. 교육 현장에 있는 이들이 본 모습이 현재 전교조의 민낯이다.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일반 교사(전교조·교총 등 교원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교사)의 시각은 냉정하다.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교육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느낀 감각이어서 생생하다. 비록 개개인의 생각이 주관적일지라도 그 자체가 전교조의 현재 모습이고, 동시에 전교조가 풀어야 할 숙제다. 

6월23일 서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관련 기자회견에 관계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연합뉴스
특히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전교조가 탄생할 무렵 대학생 신분으로 그 진통을 지켜본 세대다. 학부모가 된 현재 이들은 전교조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였다. 교사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아이들에게 주입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고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이홍숙씨(46)는 “대학생 시절 대북 문제 등 이념 교육에 심취한 교사가 자칫 자아가 성립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왜곡된 시각을 심어줄까 우려된다. 그 시각이 옳고 그름을 떠나 아이가 교사의 이야기를 스펀지처럼 받아들여 편협한 사고에 함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교조의 권력화와 세력화에 대해 쓴소리도 쏟아냈다. “전교조는 촌지 거부 등 참교육을 지향하며 탄생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권력·세력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사의 본분은 교육인데, 세력을 키워 진보 교육감을 배출하고 그 입김으로 아이들에 대한 교육을 좌지우지하려는 모습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교원단체는 필요하지만 도를 넘으면 본질이 흐려진다.”

“교사 개인 생각을 아이들에게 주입해선 안 돼”

고등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전지현씨(43)는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색다른 학습 방식을 도입하려고 애쓰는 교사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전교조 교사였다. 엄마들은 교사가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지 아닌지를 안다. 이런 전교조를 정부와 여당이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다른 생각을 가진 부류도 공존해야 교육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며 전교조 교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교사가 교실에서 개인적인 정치색을 드러내는 행위는 비판했다. “우리 아이가 중학생 때 학교 수업 시간에 정치 이념적 이야기를 듣고 흥분한 적이 있다. 교사도 국민이므로 정치색을 띨 수 있지만, 그것을 교실에서 나타낼 일은 아니다 싶다.”

교실에서 이념 교육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여기는 학부모도 있다. 그렇지만 판단은 아이에게 맡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학생·고등학생·중학생 3남매를 키우는 김미령씨(45)의 얘기다.  “아이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는 교육은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교사 개인의 생각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떤 문제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아이가 판단할 기준을 제시하는 정도까지가 바람직하다. 큰 애가 박근혜 대통령이 다녔던 성신여고에 다녔는데, 대선 무렵 한 교사가 박정희 시대의 유신 얘기를 하면서 그런 대통령의 딸을 뽑으면 안 된다고 했다. 정치적 발언을 하는 교사가 모두 전교조 소속이라고 할 순 없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전교조 교사가 많았다.”

최근 법외노조로 규정된 전교조는 조퇴나 수업 거부와 같은 투쟁 방식을 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교조 교사도 직장인이라서 자신의 권익을 챙길 권리가 있다. 그러나 교육자라는 특수성이 우선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씨는 “전교조가 수업 후 개인 시간에 투쟁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아이들의 수업을 볼모로 교사가 자신들의 권익을 챙기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학교뿐만 아니라 학원, 과외에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받는 사람이라면 교사를 직업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교사는 한국의 미래를 이끌고 갈 아이들을 길러내는 사람이다. 직업인이기 전에 교육자이자 스승이다. 이런 교육 철학과 사명감이 있는 사람이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해야 맞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이와 같은 주문을 내놓는 이유는 간명하다. 아이들에게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소망 때문이다. 중학교 2학년 딸이 있는 고낙경씨(48)는 “교실에서 정치적·역사적 이야기를 해주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편향된 사고를 주입하지 말고 사실 그대로를 전달해 아이들이 판단하도록 놔두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세상을 물려주려면 부모·교사·사회가 아이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을 키우는 김미해씨(46)도 “전교조는 빨갱이 집단이 아니라 기업의 노조처럼 교원 노조일 뿐이고, 이를 정부도 받아들여야 한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문제로 조퇴 투쟁을 하려는 것 같은데, 이는 아이들의 미래를 훼손할 수 있는 문제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외워서 시험을 잘 치르는 것보다 스스로 삶을 헤쳐나갈 힘을 길러주는 데 전교조가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초심을 잃은 전교조는 이 사회에 필요하지 않다는 반발도 있었다. 중학교 1학년생 아들을 둔 이진유씨(46)는 “전교조는 학생 인권을 생각하는 척하면서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아이들을 이용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지인 중에 전교조 교사가 있는데, 그 친구도 처음에는 순수한 취지에 끌려 전교조에 가입했지만 그 단체의 정치색에 염증을 느껴 힘들어했다. 전교조는 해체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교조 잘 모르지만 학생 먼저 생각해주길”

학생들은 전교조 자체를 모르거나 알고 있더라도 크게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교조가 학생들을 위해 애써줄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자립형 공립고등학교에 다니는 최누리양(19·고3)은 “전교조 교사가 수업 시간에 정치적인 말을 하는 것을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교사 개인의 가치관을 내비치는 행위는 학생에 따라서는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교사들의 활동을 나쁘게 보지는 않지만, 그 활동이 수업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 많다. 김수현군(16·중3)은 “전교조는 이름만 들었지 무슨 단체인지 잘 모른다. 다만 전교조 활동이 교사 환경을 위해 좋은 것이라면 학생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수진양(18·고2)은 “교사도 직업인이므로 노조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교조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팍팍한 교육 환경을 지적하는 학생도 있다. 노경화양(17·고1)은 “교사는 우리와 함께하는 사람인데 학생은 입시 공부 때문에 교사가 가입한 단체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다. 아이들은 전교조 교사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길을 안내해줄 교사가 필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 학교 교사 70~80명 가운데 전교조 교사는 1~2명 정도다. 전교조 교사는 학교에서 권익을 챙겨주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학교라는 폐쇄적인 조직에서 한두 명에 의해 교사에 대한 평점이 매겨지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전교조 교사라고 한다. 올해로 교직 생활 20년 차에 들어선 김원미 교사는 서울 송파구 석촌중학교에서 2학년 국어를 가르친다. 지금은 베테랑 교사지만 20년 전 보수적이라고 하는 교직에 첫발을 디뎠을 땐 교장이나 교육부의 지침을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교직원 회의는 교육부→교육감→교장→일선 교사로 이어지는 명령 체계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평교사가 교장에게 건의하는 분위기는 상상할 수 없었다. 20년 전 방학을 맞은 초임 교사였던 김 교사는 교장의 지시대로 아이들에게 방학책을 사서 풀어오라는 숙제를 내줬다. 그때 한 교사가 교과서도 아닌 방학책을 아이들이 돈을 주고 사야 하는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김 교사는 “당당히 교장에게 문제를 제기한 그 교사가 전교조 소속이었다. 교육청·교장·교감의 불합리한 지시에 문제를 제기하는 전교조 교사를 본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4학년 과학을 가르치는 8년 차 정 아무개 교사는 “모든 반에 수업을 들어가는데, 유독 학생들과 교감이 잘 되고 교실 분위기가 좋은 반이 있다. 그 반은 전교조 교사가 담임인데, 알고 보니 그 교사는 수업 내용을 매일 수업일지로 기록하더라. 거기에는 수업 내용뿐만 아니라 학생 개개인에 대한 고민, 속사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고 그가 접한 전교조 소속 담임교사에 대한 느낌을 전했다. 

경기도 고양시 상탄초등학교에 있는 홍인기 교사는 전교조가 이념 교육을 한다는 일부 비판에 대해 “예전에는 몰라도, 요즘 누가 북한을 추종하나. 아이들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도록 하는 게 교육의 본질인데 그것을 편향된 교육이라고 일부에서 침소봉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가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대학교수는 정치적 표현을 해도 되고 초·중·고교 교사가 그렇게 하면 불법이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미션스쿨에 다닌 아이들이 모두 기독교 신자가 되지 않는 것처럼 학생들에게 강압하는 것만 아니면 교사의 정치적 표현은 자유 의지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일반 교사들이 전교조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는 전교조라는 부정적 딱지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김 아무개 교사는 “전교조 교사라는 선입견 때문에 학교에서 무슨 논의를 할 때도 열외로 빼놓는 경향이 있다. 또 인사에 불이익이 생기면 전교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가입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교육 열정은 인정, 투쟁 방식은 문제”

일반 교사는 전교조 교사의 교내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전교조의 대정부 투쟁 방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특히 최근 법원의 법외노조 판결에 맞선 전교조의 투쟁방식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교사가 많다. 홍인기 교사는 “전교조가 내부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채 강경 투쟁으로 가는 게 아쉽다. 조직의 선명성 때문에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서울 원남초등학교 6학년 문경민 담임교사의 말이다. “몇 년 전 전교조가 한·미 FTA 반대 운동을 전개하며 신자유주의 논란이나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교원평가제에 반대하는 걸 보며 예전의 초심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전교조의 역할은 조퇴와 같은 낡은 투쟁 방식이 아니라 정부의 방만한 교육 예산 문제나 유명무실한 교장 공모제 등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시사저널이 만난 학부모·학생·일반 교사는 대체로 전교조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강경한 노조 활동 방식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지적하며 개선하기를 바랐다. 이는 전교조 내부에서도 나오는 지적이다. 경기도 구리시 한 중학교의 전교조 소속 이 아무개 교사는 “대다수 전교조 조합원과 강경 지도부 간의 괴리가 큰 것 같다. 법외노조 판결은 납득할 수 없지만, 이럴 때일수록 내부의 의견을 충분히 공론화해서 민주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교조 이미지 개선 고민하고 있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


시사저널은 학부모·학생·교사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전교조에 대한 이미지를 전교조 측에 직접 전했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비록 일부 왜곡된 시각이라도 그 자체가 전교조의 이미지”라며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가 아이들에게 편향된 사상이나 이념을 심어줄까 우려하는 시각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편향된 시각과 신념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행위는 전교조의 민주적 교육 철학에 반한다. 그런 시각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교사는 각 개인의 성향이다. 전교조 중앙 단위에서의 정치색을 걱정하거나 지적하는 여론도 있다. 전교조 실천 강령에는 14가지가 있는데, 13가지는 교육 현장에서 실천할 내용이고, 나머지 한 가지가 정부 정책에 맞선다는 내용이다. 13가지를 실천하는 것에 대해서는 언론에 소개되지 않고, 정부에 맞서는 한 부분만 주목받다 보니 정치색이 강하다는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

다소 왜곡된 시각이 존재하는 것 자체도 전교조의 현재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왜곡된 시각도 전교조 모습이고 바로잡아야 할 숙제다. 내부적으로도 전교조의 이미지를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문제를 사업 차원에서 진행해야 할 텐데 솔직히 역량이 부족한 면이 있다.

전교조 활동에 긍정적 평가를 하는 이들 가운데서도 조퇴 투쟁 등으로 아이들의 수업이 방해되면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조퇴 투쟁에 비판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전 세계에 교원 노조가 일반 노조와 달리 특별법으로 관리되는 나라는 없다. 다른 나라에서는 교원이 업무를 거부하는 파업권도 인정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교원의 쟁의행위는 금지돼 있다. 그나마 준법 투쟁의 방법이 조퇴나 연가 투쟁이다. 이런 의사 표현을 우리 사회가 품어줄 정도로 성숙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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