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에 베팅 우승하면 300배 번다
  • 심종호│스포츠토토 부장(한국 최초 오즈메이커) ()
  • 승인 2014.06.1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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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전 부진해 16강 확률 낮아져 세계 스포츠 베팅 규모 400조~500조원

축구 하나로 세계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월드컵이 개막했다. 축구팬만큼이나, 아니 축구팬보다 더 눈이 빠지도록 월드컵이 다가오길 기다린 곳이 있다. 바로 스포츠 베팅업계다. 경기 결과에 돈을 걸고 맞힌 고객에게 상금을 지급하는 스포츠 베팅업계에 월드컵은 최고의 대목이다. 베팅 전문 조사기관인 GBGC(Global Betting & Gaming Consultants)에 따르면 전 세계 스포츠 베팅 시장 규모는 순매출(총발매액에서 상금을 지급하고 남은 수익 금액)로만 따져도 2012년 기준 약 60조원 수준이다. 총발매액으로 따지면 400조~50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GBGC는 축구·농구·야구 등 메이저 스포츠가 글로벌화돼 방송 중계가 늘어나고 인터넷·모바일 등 발매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당분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GBGC 홈페이지
스포츠 베팅업계는 월드컵을 앞두고 팬의 관심을 끌 만한 흥미 있는 기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바로 우리나라 대표팀의 성적을 스포츠 베팅업계 전문가, 즉 해외 도박사들은 어떻게 예상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해외 베팅업체가 우리나라가 속한 H조에서 벨기에가 16강에 진출하는 경우의 배당이 1.2배인데 우리나라의 16강 진출 배당은 2.5배로 책정했다든지, 가장 강력한 월드컵 우승 후보인 브라질의 우승 배당이 4배이고 우리나라 우승 배당은 300배로 제시했다는 등의 기사가 나오고 있다. 보통 기사에서는 배당이 많을수록 발생 확률이 낮고 배당이 적으면 그만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준에서 끝맺지만 숫자에 관심 있는 팬이나 스포츠 베팅에 참여하는 고객이라면 베팅업체의 배당률 뒤에 숨은 진짜 확률을 궁금해할 것이다.

브라질이 월드컵 우승하면 배당률 4배

먼저 배당률과 확률의 관계를 설명하기 전에 베팅업체의 배당률 산정 체계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배당률 산정 체계라 해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의외로 간단한 원리와 기본적인 계산에 불과하다. 이는 동전 던지기 같은 간단한 예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동전 던지기에서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50% 대 50%다. 기본적으로 배당률은 발생 확률의 역수의 관계(배당률=1/발생 확률)이므로, 배당률은 1/50%=2로 계산돼 앞뒤가 각각 2배로 제시된다. 베팅업체가 동전 던지기에 이러한 배당을 제시하고 고객이 베팅을 하는 행위를 여러 차례 반복한다면 베팅업체나 고객 누구도 돈을 따거나 잃지 않는 ‘공정한’ 게임이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베팅업체가 수익을 내야 그 수익으로 기금이나 세금을 내고 운영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즉 베팅업체가 마진으로 가져가야 할 부분을 배당률 계산에 고려하게 되는데 이를 ‘기준환급률’(Payout %, 업계 용어로 Over round 또는 Vigorish라고 불림)이라고 한다.

앞서 설명한 동전 던지기에서 앞 : 뒤 각각 2.0배 : 2.0배로 제시된 것은 기준환급률이 100%로 적용된 것으로 베팅된 금액 모두가 베팅한 고객에게 환급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베팅업체가 베팅 금액의 5%를 수익으로 남기려고 한다면 95%의 기준환급률을 적용하게 되고 배당률 2.0에 95%를 곱해 앞 : 뒤 각각 1.9배 : 1.9배로 제시하게 된다. 베팅업체가 더 많은 수익이 필요해 기준환급률 90%를 적용한다면 2.0×0.9=1.8배로 앞뒤 배당을 각각 제시하게 된다. 이것을 수식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배당률=(1/발생 확률)×기준환급률, 또는 발생 확률=기준환급률/배당률’.

결국 베팅업체의 배당은 위의 간단한 수식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전력 분석을 통해 발생 확률을 구하는 과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수치화되는 모든 정량적인 경기 데이터를 취합·분석하고 여기에 사기·동기부여 등 정성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과정을 거쳐 발생 확률을 구하는데, 이 일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을 일반적으로 오즈메이커(Odds maker)라고 부른다.

국내에는 유일한 합법 스포츠 베팅업체인 스포츠토토에 9명이 활동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말 그대로 스포츠에 미쳐야 하고 해외 정보 수집과 교류를 위한 외국어 실력도 갖춰야 한다. 거기다 경기 결과 분석에 필요한 수리 능력도 뛰어나야 하기에 이공계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취미를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정기적으로 채용할 때마다 엄청난 경쟁률을 보이는 직종이기도 하다.

베팅 전문가 “한국 16강 진출 확률 36%”

배당률을 정하는 또 하나의 요소가 기준환급률이다. 베팅업체가 속한 국가별 기금·세금 체계와 경쟁 환경에 따라 기준환급률은 약간씩 차이를 보이는데, 통상 90±5%(85~95%) 범위에서 정해진다.

배당률의 산정 체계를 이해했으면 이제는 처음으로 돌아가서 베팅업체 배당률에서 발생 확률을 구해보자. 벨기에의 16강 진출 배당 1.2배는 약 75%(=90%/1.2)의 확률을 담고 있고, 우리나라의 16강 진출 확률은 약 36%(=90%/2.5) 정도로 해외 도박사들은 예측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브라질의 우승 확률은 약 22~23%(=90%/4)로 높게 보는 반면, 우리나라의 우승 확률은 0.3%(=90%/300)에 불과할 정도로 낮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참고로 일본의 우승 확률은 우리나라보다 높은 0.6%(150배)로 예측하고 있다. 첫 원정 8강을 노리는 한국 대표팀이지만 최근의 평가전에서 보인 부진한 경기력으로 볼 때 16강 진출 확률 36%도 다소 높게 느껴진다. 일부 해외 베팅업체에서도 이런 부분을 반영해 한국 대표팀의 16강 배당률이 소폭 오르는(확률은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보험업계에서는 우리 대표팀의 16강 확률을 55%로 예측하고 있다고 한다. 보험사가 전망치를 내놓는 이유는 기업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 대표팀 16강 진출 시 경품 증정’ 같은 이벤트를 한다면 경기 결과에 따라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보험에 가입한다. 보험업계 관계자가 밝힌 확률 계산 방법은 스포츠 베팅업계가 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스포츠 베팅 전문가들이 예상한 확률(36%)과 보험업계 확률(55%)이 20%포인트 가까운 차이를 보이는데 과연 이 보험을 들어야 할까.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하면 보험업계가 16강 확률을 높게 보기 때문에 그만큼 보험금이 나갈 가능성도 커 자연적으로 보험료도 높게 책정됐을 개연성이 있다. 아무래도 스포츠 베팅 전문가가 더 정확하다고 보면 장기적으로 이런 보험엔 가입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란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스포츠 베팅업계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이번에 한국 16강 가는 거냐’ ‘이 경기에서 누가 이기느냐’ 같은 질문을 숱하게 받곤 한다. 그럴 때의 대답은 항상 똑같다. ‘우리가 16강 갈 확률은 36% 정도다. 이 전력으로 월드컵을 100번 치른다면 36번은 16강까지 갈 것이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이 그 100번 중에 어느 것인지는 오직 신만이 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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