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높인다더니 격차만 벌렸다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3.12.1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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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청 ‘인력공동관리협의회’, 일부 특성화고에 취업 지원 편중

시사저널은 ‘투명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함께한 제1회 정보공개 청구 공모전 ‘찾아라! 내 삶을 바꾸는 정보’의 수상작들을 정리해 연재합니다. 이번 호에는 우수상으로 선정된 노치원·윤지영 씨의 정보공개 청구 자료를 싣습니다.

 항상 되풀이되는 말이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는데,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귀가 따갑도록 듣는다. 이런 도돌이표와 다름없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부도 매년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다. 올해도 새로 나온 정책이 하나 있다.

지난 7월 중소기업청(중기청)은 중소기업 업종별 협회·단체-교육기관-중소기업 3자 간 업무협약(MOU)을 통해 ‘인력공동관리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인력난과 청년층 취업난을 잡기 위해 내놓은 계획이다. 협의회에서는 개별 업종별 협력조합을 중심으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맞춤형 교육을 지원한다. 기업과 교사가 공동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학생을 선발하고 3개월간 교육을 실시하는데, 교육이 끝난 후에는 내정된 기업에 학생이 즉시 취업하거나, 일대일 면접을 통해 취업을 확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MOU의 핵심이다.

ⓒ 일러스트 오상민
선정된 특성화고, 총 67개 교로 전체 13.4% 불과

협의회는 특성화고와 전문대학을 대상으로 각각 구성된다. 이 중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하는 협의회에는 현재 9개 중소기업 조합과 67개의 특성화 고등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어떤 협회가 어떤 특성화 고교를 선정하느냐가 관심의 대상이다. 바로 학교의 취업률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원래 이 사업은 국정 과제로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예산을 따로 배정받지 못했다. 대신 중기청의 ‘특성화고 인력 양성 사업’ 예산의 일부를 활용하면서 선정 대상 학교를 중기청이 지원하는 150개로 한정했다. 그런데 선정된 학교 수는 지원이 가능한 150곳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체 499개 학교를 놓고 따지면 그 비율은 더욱 낮아진다. 선정 학교 수는 67개 교로 전체의 13.4%에 불과하다. 중기청 관계자는 “9개의 중소기업 조합이 각각 업종에 맞는 교과과정을 이수 중인 학교를 고르다 보니 최종 67개로 추려졌다. 어차피 중소기업에서 채용할 수 있는 인원에도 한계가 있다 보니 150개 학교를 전부 다 포함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학교를 늘려야 되지만 중기청은 그마저도 어렵다는 반응이다. 내년 인력관리공동협의회에 따로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협회가 선정한 67개의 특성화고를 보면 청년층 취업난을 해소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하다. 선정된 67개 특성화고의 평균 취업률은 2012년을 기준으로 43%에 이른다. 전국 499개 모든 특성화고의 평균 취업률 38%에 비해 높은 편이다. 더 큰 문제는 복수로 선정된 학교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각 조합별로 직업 특성에 맞는 학교를 선택하는데, 업무별 교육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그에 적합한 학교를 고르다 보니 이런 (중복)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복수로 선정된 특성화고는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다른 학교보다 높은 곳이다. 9개 중소기업 조합이 선정한 특성화고 중 중복 선정된 고등학교가 15곳에 달한다. 전체 499개 특성화고 중 67개 학교만을 선정해 지원하는 정책인데도, 15개 학교가 중복되면서 결과적으로 다른 학교가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중복된 15개 특성화고의 2012년 평균 취업률은 약 46%다. 앞서 언급한 67개 특성화고의 평균 취업률보다 3%포인트 높다. 전국 특성화고의 평균 취업률 38%를 훨씬 상회한다.

“성과 급급해 취업률 높은 학교 지원” 비판도

예를 들면 이렇다. 서울여상은 특성화고 중 전통적으로 취업률이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여상의 2012년 취업률은 71.4%다. 서울여상 역시 이번에 선정된 67개 특성화고 중 한 곳인데 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과 한국섬유수출입조합이 동시에 서울여상을 선정했다. 시화공고의 경우도 2012년 기준 취업률이 51.5%에 달하는데 한국기계산업진흥회와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가 복수 선정했다.

이렇게 될 경우 학교별로 격차가 날 수밖에 없다. 기존 취업률이 높은 특성화고가 여기에 선정될 경우 해당 학교의 취업률은 확 올라간다. 반면 지원에서 제외된 학교는 취업난에 시달리게 된다. 청년 실업을 해소하겠다며 생긴 인력공동관리협의회가 취업률이 높은 학교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면서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특성화고 간 취업률 격차만 벌려놓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참여한 학교에는 다음 연도 운영 평가 때 가점을 부여하고 예산을 추가 배정하며 우수 중소기업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참여하지 않은 학교들에 비해 더욱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 셈이다. 취업률이 낮아 애초에 선정되지 못한 특성화고의 기회는 또다시 박탈되고, 대신 취업률이 높은 특성화고는 더욱 취업에 용이한 환경이 만들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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