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사진 팔아요”
  • 조유빈 인턴기자 ()
  • 승인 2013.08.0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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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들, 자기 신체 부위 찍어 판매 SNS 등 검열 사각지대에서 피해 우려

10대 청소년들의 알몸 사진이나 음란행위 동영상이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다. 여학생들이 자신의 신체 부위를 촬영한 후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모바일메신저를 통해 판매한다. 노출 수위별로 가격도 매겨져 있다. 이렇게 수집한 것들은 또 다른 곳으로 팔려나간다. 일부 초·중·고생들 사이에서는 ‘신종 돈벌이’로 입소문이 나 있다.

지난 6월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아동·청소년 500여 명에게 음란행위 동영상을 촬영하게 한 후 5000여 편을 전송받아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한 18세 남자를 구속했다. 그는 인터넷 카페 게시판을 이용해 미성년자들에게 접근했다. 음란행위 동영상을 돈을 주고 사겠다고 유혹했고, 그렇게 수집한 동영상을 33명에게 팔아 넘겼다. 인터넷 게시판과 스마트폰 채팅 앱을 이용해 대화한 후 돈을 이체한 구매자에게 모바일메신저나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는 방식이었다.

알몸 사진과 동영상은 어떤 루트를 통해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거래에 나서봤다. 다양한 사람을 가장해 밀매 현장에 들어갔다.

트위터에 들어가 보니 ‘17세 깜**’, ‘*****18녀’는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이디와 기본적인 개인정보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대화를 보니 예사롭지 않았다. 도무지 청소년의 대화라고는 볼 수 없는 낯 뜨거운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사진 팔아요’라는 글에 리플을 달아 사진 가격과 거래 방법을 물었다. 답변은 한결같았다. “카톡이나 틱톡 아이디 멘션으로 남겨주세요”였다. 트위터 대화창에 미끼를 던져놓고 연락이 오면 다른 곳을 통해 정식 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연예인들의 화보 장사와 같다고 인식

의외로 심각했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알몸 거래를 연예인이 돈을 벌기 위해 화보를 찍는 것 정도로 인식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알몸을 공개하는 행동엔 거침이 없었다. 한 16세 여학생은 단체 카카오톡에 다수의 사람을 초대해서 사진을 전송하기도 했다. 한 명씩 보내려니 너무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심지어 자기의 거래가 믿을 만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인증 샷’을 찍어 업데이트하기도 한다. 사진 속 인물이 자신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몸에 표시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는 한 채팅창에 들어가 ‘여고생’이라고 밝혔다. 상대방은 자신을 ‘25세 남자’라고 소개하고는 노골적으로 “알몸 사진을 사고 싶다”고 제안했다. 동영상도 산다며 3만원을 불렀다.

거래는 SNS, 채팅, 모바일메신저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심지어 지난해 12월에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글에도 몸 사진을 사고 싶다는 최근 댓글들과 함께 모바일메신저 아이디들이 넘쳤다.

댓글이나 쪽지로 모바일메신저 아이디를 주고받고 나면 거래 수단은 휴대전화로 옮겨진다. 프로필을 누르면 자신의 이름과 사진이 그대로 노출되는 모바일메신저에서 어떻게 이런 은밀한 거래가 가능할까. 알고 보니 모바일메신저의 또 다른 아이디를 만드는 일은 매우 간단했다. 검색만으로 손쉽게 알 수 있는 몇 단계 절차를 거치고 나니 ‘번호 없고, 이름도 없는’ 모바일메신저 아이디 몇 개가 금방 생성됐다. 생성된 아이디를 댓글에 남기니 얼마 지나지 않아 매수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1000~1만원 선에서 거래 성사

거래는 신속하게 이뤄졌다. 가격은 매도자인 학생들이 제시한다. 보통 1000~1만원 선에서 거래가 성사된다. 다리 등 일부 신체 부위를 촬영한 사진의 경우 500원에 팔기도 한다. 알몸 전신사진이나 특정한 자세를 요구할 경우 가격은 올라간다. “원래 10만원인데 특별히 3만원에 해주겠다”며 직접 찍은 자위행위 동영상을 제시하는 이도 있었다.

협상이 끝나면 다음은 돈을 보내고 받을 차례. 10대 여학생들이 돈을 받는 방법은 두 가지다. 자신의 이름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돈 대신 문화상품권 PIN 번호를 받는 학생도 있다. 계산을 마친 후 사진은 모바일메신저의 ‘사진 전송’ 메뉴를 통해 보낸다. 원하는 만큼 돈을 벌면 메신저의 계정을 삭제하기도 하고, 트위터 계정을 없애기도 한다. 거래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폭파’라고 표현한다.

사진을 파는 이유는 단순했다. 기자가 이유를 묻자 학생들은 거래할 생각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채팅방 퇴장 버튼을 눌렀다. “왜요. 돈 주시게요?”라고 반문한 한 학생은 “당연히 돈이 필요해서죠”라고 말하고는 방을 나갔다. 얼굴을 가리고 계좌 공개를 꺼리는 것을 보면 도덕적으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손쉬운 ‘알바’를 지속했다. 음란 사진을 팔아 2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여성이 있었던 것을 보더라도 음성적인 거래의 수요는 적지 않다.

브로커들에 의한 2차 피해도 예상됐다. 한 채팅 사이트에서 남자를 가장해 ‘여고생 사진 삽니다’라는 대화를 입력했더니 답신이 왔다. 여학생이 아니었다. 자기가 남자임을 밝힌 그는 ‘자기가 키우는 애들 사진’이라며 상의 탈의 1만원, 전신 탈의 2만원 등 가격을 제시했다. 계좌 공개는 하지 않으니 보이스톡(카카오톡의 음성 서비스)을 이용해 직거래를 하자고 제안했다. 50장을 구매하면 고객이 있는 곳까지 가져다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겠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구매한 사진들 중 이른바 ‘A급’만을 선별해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렇게 사진을 구매한 사람들이 각종 성인 사이트나 파일 공유 프로그램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여고생 셀카’의 공급책이 되기도 한다. 학생들은 한 명에게 사진을 보내지만 그 사진은 불특정 다수에게서 돌고 도는 것이다.

여고생을 가장한 채팅에서, 한 남성은 얼굴이 나오는 사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얼굴이 나와야 상상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얼굴이 나오면 돈을 몇 배로 준다면서 유혹했다. 실제로 돈의 유혹에 넘어가 자신의 얼굴이 드러난 사진까지 넘기는 학생도 있다. 그럴 경우 상황은 심각해진다. 사진으로 파악한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며 추가 사진을 보내라고 하거나, 성관계까지 요구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여학생들이 판매한 몸 사진, 얼굴 사진을 유출시키겠다고 협박하는 사람들 때문에 고민이라는 글도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심심치 않게 보였다.

현행 법령에는 아동이나 청소년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신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스스로 찍는 것을 처벌하는 법률 조항이 없다.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1명에게만 전송해도 처벌 대상이 되지만, 메신저를 통한 거래를 하나하나 검열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음란물의 확산은 멈추지 않는다.

모바일메신저 업체 차원에서도 음란물을 차단하거나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제재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10대들은 알몸 사진을 스스로 유통하고, 또 스스로 피해자가 되고 있다. SNS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발달은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에 접촉하는 것을 도왔지만, 10대들의 잘못된 성문화를 양산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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