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예쁜 것과 내가 예쁜 건 다르다
  • 임소연│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교수 ()
  • 승인 2013.07.0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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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 고민하는 청소년과 부모가 꼭 알아야 할 것

여름방학이 돌아온다. 학생들에게 방학은 성형수술을 하기에 최적의 시기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성형수술을 하고 싶어 하는 자녀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 사이의 갈등이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성형수술에 대한 10대의 욕망은 사회적 현상이 되고 있다. 이것이 어린 학생들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 자신들이 앞장서 자녀에게 성형수술을 ‘선물’하거나 권유하는 부모가 많기 때문이다.

미용을 목적으로 성형수술을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들과 부모들은 성형에 대한 환상만 가지고 성형외과를 방문하기 일쑤다. 어떤 수술을 어떤 시기에 하면 좋은지, 어떤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것이 좋은지, 얼마 정도의 가격이 적정선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성형수술의 위험이나 부작용을 부풀려서 겁을 주겠다는 게 아니다. 성형수술을 받기 전에 자신의 마음속 거울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100% 후유증을 앓는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2 국제미용성형엑스포’를 찾은 여고생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성형외과에는 미인도 괴물도 없다

필자는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를 다니며 수년 동안 연구했다. TV 프로그램과 광고 속의 성형수술이 아닌 실제 성형외과에서 매일 일어나는 성형수술을 오랫동안 지켜봤고 성형외과 전문의와 보조 의료진, 수술이나 상담을 위해 성형외과 의원을 찾아오는 사람들까지 많은 사람을 만나봤다.

처음 성형외과 연구를 시작했을 때 필자는 성형외과에 가서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 온갖 (성형) 미인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렇게 많은 미인을 본 기억이 없다. 그 성형외과 의사들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유는 단순하고도 현실적이다.

의사가 수술을 끝냈다고 해서 환자가 갑자기 예뻐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간단한 쌍꺼풀 수술을 한 경우에도 수술 후 한동안은 눈꺼풀이 붓거나 부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다. 하물며 양악 수술과 같이 얼굴뼈를 교정하는 수술을 한다면 부기가 더 오래갈 뿐만 아니라 한동안 정상적으로 음식물을 씹는 것이 어렵다.

수술 후 회복 기간이라고 불리는 기간은 개인마다 조금씩 다를 뿐만 아니라 회복의 의미도 상당히 모호하다. 더 중요한 것은 성형수술을 받고 부작용에 시달리거나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환자 역시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극히 일부 환자가 수술한 부위에 염증이 생기거나 다양한 이유로 수술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TV 고발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처럼 심각한 수술 후유증으로 인해 얼굴이 일그러진 ‘괴물’ 역시 흔치 않다.

한마디로 말하면 성형수술 결과는 대부분 성공이나 실패가 아닌, 그 사이의 넓은 스펙트럼 안에 속한다. 성형 미인이 모두 똑같이 생겼다고들 하지만 정말 그러한가? 이론적으로 100% 예쁜 얼굴과 0% 예쁜 얼굴(못생긴 얼굴) 사이에는 무수한 정도의 (예쁜) 얼굴이 존재할 텐데 성형 후의 얼굴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날은 자신의 얼굴이 예뻐 보이고 어떤 날은 그렇지 않듯이 성형 미인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본 환자들 중 누구도 수술을 통해서 예뻐지지 않은 사람은 없었지만 그 정도는 모두 달랐다. 이런 현실은 성형수술을 홍보하는 이들이 말하는 성형 효과, 그리고 성형수술에 반대하는 사람이 말하는 성형의 위험과 부작용 둘 다 부풀려져 있음을 의미한다. 성형수술로 예뻐지는 데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둘 중에 하나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현실은 대부분 그 사이 어디쯤에 있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는 2차원 평면 위에 보여지는 얼굴을 보며 예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거나 성형수술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진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외모를 평가하는 것은 이렇게 쉽다.

그러나 예뻐진다는 것이 나의 일이 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는 사람이 둘로 구분된다고 생각한다. 몸과 마음. 그래서 성형수술로 몸이 바뀌면 마음도 바뀌어 자신감이 넘치고 행복해진다고 생각하거나 겉으로 보이는 외모가 어떻든 마음만 먹으면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세 가지 차원으로 존재한다. 생물학적인 몸, 외부를 관찰하는 몸 그리고 외부와 상호작용하는 몸. 성형수술을 받는다는 것은 우리의 생물학적 몸이 가지고 있던 해부학적 구조를 바꾸는 것이고, 우리가 거울이나 사진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몸의 겉모습을 바꾸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주위 사람들과 나 사이의 관계를 바꾸는 것이다(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성형수술 효과를 따질 때 보통 두 번째 차원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우리가 성형수술을 통해 ‘내가 예뻐졌다’고 생각하려면 이 세 가지 변화가 모두 맞아떨어져야 한다. 뼈의 위치와 모양이 바뀌었지만 거울에 비치는 나의 모습이 예쁘지 않다면 과연 예뻐졌다고 느낄 것인가. 사진으로 보면 예쁜 것 같은데 주위 사람들이 ‘예전이 더 예뻤다’고 말한다면 과연 수술이 만족스러울 것인가. 혹은 모두가 예뻐졌다고 부러워하는데 수술 부위에 염증이 생겼다거나 기능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과연 행복할 것인가. 남이 수술을 한 것은 나로서는 그저 그 사람의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될 일이지만 내가 수술을 받게 되면 예뻐지기란 이렇게 복잡한 일이 된다.

그러니 예뻐지고 싶어 하는 마음, 예뻐지고 싶어서 성형수술을 선택하는 결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내가 성형을 해서 예뻐지는 것이 남이 성형을 해서 예쁘게 보이는 것과 똑같이 간단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데 있다.

‘수술 후 사진’ 아닌 ‘수술 후 노력’이 중요

예뻐진다는 것은 앞서 설명한 대로 최소한 세 가지 차원에서 적절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실현하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조차도 살아가면서 계속 변한다. 그러니까 성형을 하면 자동으로 예뻐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해서 자신이 예뻐졌다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실제로 환자들을 만나본 경험에 따르면, 예뻐졌다고 생각하다가도 앞의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만 변해도 다시 수술에 불만을 갖게 되고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린 나이에 성형수술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몸과 주변 상황 모두 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고, 그만큼 자신이 예쁘다는 생각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얼굴뼈의 성장이 완료되었다고 해서 얼굴뼈 수술을 받아도 좋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예뻐진다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 변수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지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성형수술로 효과를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이는 자신의 생물학적인 몸의 변화, 눈에 보이는 겉모습의 변화, 자신의 외모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의 변화 등에 잘 대처해서 스스로 아름다워졌다고 믿을 수 있는 의지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다.

몸을 스스로 잘 돌볼 줄 모르고 다른 이들의 시선에 휘둘리는 사람이라면 성인이라고 해도 성형수술은 위험한 선택이다. 하물며 수많은 변화의 가능성을 앞에 두고 커나가는 대다수 청소년은 성형수술을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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