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은 내 인생 망치고 평생 행복할까”
  • 조철 기자·최혜미 인턴기자 ()
  • 승인 2013.07.0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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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들 ‘성형 부작용’ 카페에서 호소…법적 대응 준비하는 이도

10대들의 성형수술이 늘어나면서 부작용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권남희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2국 부장은 “2008년 이전엔 상담 접수가 별로 없었는데 그 다음 해부터 10대들에 대한 피해 구제 건수가 해마다 2건 이상씩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형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과 접촉하기는 쉽지 않았다. 10대들의 부작용 사례는 대부분 부모들이 상담해온 경우인데, 그들이 자녀의 문제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태원 박태원법률사무소 변호사는 “10대 때는 눈·코 성형이 큰 비중을 차지해 부작용 사례가 있어도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소송이 없다고 부작용 사례가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밀집 지역으로 나가는 지하철역 입구 계단 양 옆으로 성형외과 광고 포스터가 빼곡히 붙어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시사저널 전영기
 

“의사 죽이고 나도 죽으려고 한다”

최근 성형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모여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모여 소송을 준비한다. 이곳에서는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청소년들의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0대 청소년들이 올린 내용은 눈·코 성형에 관한 것이 대다수였고, 간혹 광대뼈 수술 등 안면 윤곽 수술 후유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아이디 ‘윤곽***’은 “고1 때 사각턱 수술을 한 후 몇 년째 고생하고 있다. 왼쪽은 아프지 않은데 오른쪽이 아프다. 오른쪽은 과절제가 됐는지 만져보면 직각으로 손가락이 쑥 들어가기까지 한다. 그 부분을 만지면 시큰시큰 아프다. 아무래도 신경을 건드린 것 같다. 너무 아프다. 누가 살짝만 건드려도 화들짝 놀라고 가만히 있어도 통증은 계속된다. 이번 방학 때 서울 올라가서 여기저기 병원에 가보려고 한다”고 자신의 상태를 설명했다.

19세라고 밝힌 한 회원도 쌍꺼풀 수술 실패에 대해 털어놓았다. “수술이 잘못돼서 학교까지 자퇴했다. 하루하루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밖에 나가기도 싫어서 죽을 거 같다. 어느 지역이든 상관없으니 제발 한 번만 살려준다 생각하시고 병원을 소개시켜달라.”

그의 말은 이어진다. “처음 만난 사람 모두 나를 20대 중·후반으로 본다. 서른 살까지 들어봤다. 이게 말이 되나. 나는 고등학생인데.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 나이를 말하면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당황하는데 그 모습을 볼 때 제일 화가 나고 민망했다. 소시지처럼 된 눈을 가리려 화장을 공들여 해도 가려지지 않는다. 얼굴을 찢어버리고 싶다. 성형외과 원장은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예쁘게 잘해줬는데 뭘 더 바라냐. 붓기는 나도 장담 못 한다’며 쫓아내다시피 했다. 원장은 남 인생 망가뜨려놓고 평생 행복할까.”

성형수술이 잘못돼 재수술을 하려면 비용은 두 배 이상 든다. 게다가 성형수술이 잘못됐다고 항의해 손해배상을 받는 경우는 별로 없다. 보상 금액도 위자료조로 수술비에 못 미치는 적은 금액만 준다. 이것은 한국의 법체계 때문이다.

성형수술 부작용, 의료 과실 입증 어려워

한 여대생은 고등학교 때 했던 성형수술 후유증에 시달리다 최근 휴학했다. “수술 때문에 잘못됐다는 진단서를 끊어오지 않는 이상 절대 환불해줄 수 없다고 한다. 법적으로 따져보자고도 한다. 고등학교 때 왜 그랬는지 후회가 막심하다. 수술 전으로만 돌아간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 요즘 난 대학도 휴학하고, 이렇게 집구석에만 처박혀서 살고 있다. 어떻게든 삶을 되찾고 싶은데….”

안티 성형 카페에 모인 대다수 회원은 ‘내 돈을 들여서라도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아이디 ‘여우**’는 ‘의사 죽이고 나도 죽으려고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잘못된 성형수술 이후 얼굴조차 내보이지 않는 의사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다.

법원은 의사가 예상되는 부작용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이에 대한 중요 정보를 누락했을 경우 설명 의무 위반을 근거로 환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환자가 성형수술 전 병원으로부터 부작용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실장’들은 성형외과 버전의 영업맨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그들은 성형수술 부작용에 대해 환자에게 숙지시키기보다는 수술 건수를 높이기에 여념이 없다.

수술동의서에는 포괄적인 애매한 내용만 있을 뿐 부작용이 생길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병원과 환자의 대처 방식은 나와 있지 않다. 병원에 의한 의료 과실이 발생해도 입증 책임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된다.

외국과 달리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는 국내에선 잘못된 성형으로 부작용이 발생해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충분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 미국은 환자에 대한 위자료가 많게는 1억~2억원이지만 국내는 100만~1000만원 정도다. 소송 비용 등을 빼고 나면 수술비도 못 건진다. 이기지 못하면 더 큰 정신적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최근 코 성형수술 후 보형물 탈출과 염증이 발생하는 부작용을 겪은 10대 미성년자가 한국소비자보호원을 통해 병원과 합의한 금액은 180만원이었다. 잘못된 성형 부작용은 피해자들이 평생 안고 갈 짐이지만 병원은 합당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장 코 보고 혹했다가 내 코 망쳤다”  


성형수술 부작용은 20대 성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 아무개씨(여·27)는 지난해 여름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에서 눈매 뒤트임 수술을 하던 중 실장의 꾐에 넘어가 고액의 코 수술까지 받았다. 이후 재수술을 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눈매 뒤트임 수술을 받던 중 실장은 자기 코를 가리키며 ‘잘된 것 같지 않나. 당신의 코가 눈매에 어울리지 않으니 나처럼 해보라’고 권유했다. 실장의 코가 너무 예뻐서 그 자리에서 코 수술을 결정했다. 부작용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수술 후 술과 담배를 하지 말라는 말이 내가 병원측으로부터 들은 유일한 주의사항이었다.”

수술 직후부터 염증이 생기고 코끝에 통증이 왔다. 코끝 아래가 움푹 들어가 코 위치가 인중보다 훨씬 위로 올라갔지만 이씨는 붓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참아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고 코 모양은 더욱 이상해졌다.

다섯 달이 지나 보형물을 빼는 수술을 했다. 코를 다시 되돌릴 수 있느냐고 묻자 병원측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거듭 하소연했더니 실장은 “원래 당신 코가 그렇게 생겨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참다못해 소송하겠다고 했더니 실장은 “우리 병원에 고문변호사가 있으니 알아서 하라”며 겁을 줬다고 한다.

이씨는 부작용 스트레스로 인해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뒀다. 그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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