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8%면 대박이지
  • 정은호 마루투자자문 부사장·경영학 박사 ()
  • 승인 2013.05.2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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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위험·中수익’ 인컴펀드 인기

얼마 전 슈로더 운용에서 <슈로더 글로벌 투자 트렌드 리포트>라는 흥미로운 자료를 발표했다. 1년 이내에 1400만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 있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투자자 1006명 중 78%는 올해 주식이 가장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본인의 투자 목적은 ‘인컴 수익 추구’(34%)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투자를 예정하는 금융 상품에 대한 응답에서도 주식형 펀드는 31%에 불과했고, 은행예금·연금펀드 같은 안정적인 상품에 대한 비중이 높아 변동성(위험)에 대한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위험을 싫어하는 투자자의 대표적인 투자처였던 은행 상품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무위험 상품으로 간주되던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대까지 떨어졌다. 이자가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것은, 예금을 하는 순간 구매력에 손실을 입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격적인 자금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투자 시장의 키워드는 ‘중(中)위험·중(中)수익’이다. 금융 위기 이후 세계를 강타했던 자산 가격 폭락의 트라우마로 예금과 국채 중심의 안정적인 상품으로 쏠렸던 자금이 초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은행의 정기예금은 올해 2월 4조2000억원, 3월 1조7000억원, 4월 1조2000억원 등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최근 3개월에만 7조원 이상이 빠져나간 것이다. 올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기예금 엑소더스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공격적인 투자자는 주식, ELS 등에 이미 투자 비중을 높인 상태지만 대다수 투자자는 주식보다 위험이 작으면서 안정적으로 6~7% 내외의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에 대한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증시는 출렁인다. 위험을 회피하고 수익을 얻는 게 투자다. ⓒ 연합뉴스
인컴펀드, DLS처럼 투자 대상 다양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ELS에 이어 파생결합증권(DLS : derivatives linked securities)의 발행 규모도 20조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증권사가 발행하는 파생결합증권은 ELS와 동일한 구조이지만 기초 자산이 주가가 아니라 신용, 이자율, 환율, 원자재 가격, 금 가격 등 훨씬 다양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래 특정 시점에 이들의 가격이 얼마가 되는가에 따라 약속한 수익률을 제공하며 기초 자산의 원금 100%가 보장되는 상품부터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상품까지 투자 기간과 수익률 조건이 다양하다.

최근 동양증권에서 발행한 DLS의 경우 런던 금 가격 지수, 런던 은 가격 지수, 북해산 브렌트유의 최근 월 선물 가격이 최초 기준 가격의 55% 이상이면 연 8.22%에 해당하는 금리를 매월(월간 0.685%) 지급하는 원금 비보장형 상품이다. 원금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금 가격과 은 가격, 원유 가격이 45%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1~2%대의 정기예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현대증권도 같은 기초 자산에 대해 3년 만기, 6개월 단위 조기 상환 기회를 제공하면서 최고 연 9.2% 수익을 얻을 수 있는 DLS를 발행했다. 물론 DLS에는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이외에 발행사에 따른 리스크도 검토해야 한다.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으며, 발행사에 문제가 생기면 투자 상품의 가격 변동에 관계없이 원리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중위험·중수익’ 투자의 대표 주자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운용사 상품이 인컴(income)펀드다. 일반적인 펀드가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투자 대상 자산의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 즉 자본 이득(capital gain)을 추구하는 데 비해 인컴펀드는 우선주 투자를 통한 배당이나 채권으로부터 받는 이자 수익 등 정기적인 수익(current income)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통칭하는 용어다.

인컴펀드도 DLS와 마찬가지로 투자 대상이 다양하다. 펀드 내에서 정기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자산에 대한 분산투자와 자산 배분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면서 투자 대상으로부터 발생하는 정기적인 수익을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형태다. 전 세계의 국채, 회사채, 고배당주, 부동산 리츠(REITs), 상업용 부동산 등 정기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모든 자산을 망라한다.

주식·채권 등 전통적인 상품에만 투자하는 인컴펀드와 비교해 다양한 자산(multi asset)에 투자하는 인컴펀드를 멀티 인컴펀드라 부르기도 하지만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따져봐야 할 위험 요인도 많아

인컴펀드가 전혀 새로운 유형의 상품은 아니다. 기존 주식 혼합형, 채권 혼합형 등은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상품으로 꾸준히 출시됐지만 주식에 비해 낮은 기대수익률과 채권·정기예금에 비해 큰 위험 탓에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주식 변동성에 대한 좌절, 인플레이션에도 미치지 못하는 무위험 상품의 수익률에 절망한 투자자에게 그 대안으로 새롭게 주목받게 되었다. 특히 인컴 위주의 투자라는 특성이 주는 안정감이 커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기대가 향후 바람직한 방향으로 실현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기존에 인컴 투자 위주로 설정돼 운용됐던 펀드는 규모나 기간 면에서 검증받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대다수 인컴펀드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시작했고, 그 규모도 아직은 원활히 운용하기에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설정액이 100억원 이상 되는 대표적인 인컴펀드인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인컴플러스40’이나 ‘한화스트래티직인컴’의 경우 투자 대상에는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12개월 수익률이 각각 8%, 15%로 나타나 투자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충분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설정돼 3개월 이상 운용된 펀드의 수익률을 보면 3개월 동안 3~6% 가까운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과거 고수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에게는 미미할 수 있지만, 최근의 금리 상황을 보면 이 정도의 수익률도 감사하게 느껴진다.

이들 펀드는 대부분 해외 혼합형으로 글로벌 분산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중위험은 이론적으로 국내 주식과 채권에 대한 비중 조절로도 가능하지만 실제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감안하면 투자자에게 안정감을 줄 만큼의 위험 축소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해외 국채나 실물 자산을 어느 정도 편입하는 펀드의 안정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인컴펀드는 투자 대상이 다양한 만큼 검토해야 할 위험 요인도 많다. 주식·채권 등 가격 변화를 확인하기 쉬운 투자 대상이 아니라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수익률을 관리해야 한다. 투자의 목적이 ‘중위험·중수익’이라면 투자 대상이 여전히 그런 속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인컴펀드는 혼합형 상품인 만큼 비과세 혜택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투자 대상 펀드가 이에 해당하는지, 절세 효과가 있는 월지급식인지는 부가적으로 검토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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