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달의 승부수, 이번에도 통할까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3.02.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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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제과, 덩치 커졌지만 영업이익 ‘내리막길’… 베이커리 사업 철수설에 가맹점주들 긴장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계열사의 수익 구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로 예정되었던 해태제과의 IPO(기업공개)마저 무산되었다. 윤회장은 2005년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사모펀드에 100억원이 넘는 이자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크라운제과에 흡수 합병된 크라운베이커리의 경우 사업 철수설까지 나오고 있다. 회사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크라운제과측은 “사실무근이다”라고 적극 해명했지만, ‘국내 1호’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시대를 연 윤회장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그럴 만도 했다. 재계에서 윤회장은 ‘승부사’로 불리고 있다. 고비 때마다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위기를 넘기곤 했다. 2000년 선보인 ‘크로스 마케팅’이 한 예이다. 크라운제과는 1998년 유동성 부족으로 화의에 들어갔다. 서울 목동 사옥과 공장 부지 1만평을 매각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신제품 개발에 투자할 여력도 그만큼 여의치 않았다. 윤회장은 타이완의 제과업체와 제품을 교차 판매하는 크로스 마케팅을 선보였다. 추가 투자 없이도 제품 포트폴리오를 두 배 가까이 늘린 덕분에 크라운제과는 2003년 8월 화의를 조기 졸업할 수 있었다.

2008년 1월14일에 열린 ‘해태제과 기업 통합 이미지(CI) 선포식’에서 윤영달 회장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회장, 가족 경영 논란에 곤혹

2005년에는 3배 가까이 덩치가 큰 해태제과를 품에 안았다. 이전까지 제과업계의 판도는 롯데 40%, 오리온 25%, 해태 20%, 크라운 15% 순이었다. 윤회장은 해태제과를 인수하면서 오리온을 제치고 업계 2위로 올라섰다. 5년 후인 2010년에는 연결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대를 넘어섰다. 이용훈 한국기업평가 애널리스트는 “견조한 실적 상승에 힘입어 올해에도 연결 기준 매출이 1천억원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최근 3년간 크라운제과의 주가는 3백% 가까이 상승했다. 최근 1년간 코스피지수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크라운제과의 주가는 50% 가까이 올랐다. 해태제과 상장에 따른 지분 평가 이익이 미리 반영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들어 윤회장 주변의 상황이 녹록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해태제과의 매출 상승으로 그룹의 외형은 커졌지만, 영업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안팎의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각각 18%와 14.6%나 감소했다. 해태제과를 제외한 나머지 자회사들의 상황은 더하다. 연수 사업 자회사인 해성농림은 2011년 적자로 돌아섰다. 2012년에도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라운제과가 중국 진출을 위해 설립한 가서안제과와 가서안식품무역 역시 만성 적자로 매각했거나, 매각을 준비 중이다. 윤회장의 ‘마술’이 계속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크라운제과와 합병한 크라운베이커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크라운베이커리는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가맹점 수만 1천여 개에 달했다. 국내 1호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도 크라운베이커리에서 만들었다. 하지만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사세가 급속히 기울기 시작했다. 가맹점의 이탈이 줄을 이었다. 대부분은 경쟁사 간판으로 바꿔 달았다. 결국 1천여 개이던 가맹점 수는 2012년 말 1백50개 수준으로 급감했다. 제과업계에서는 “시류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면서 트렌드를 리드하는 동안 크라운은 기존 전략을 고수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사업 철수설이 끊이지 않는 크라운베이커리의 한 가맹점 모습. ⓒ 시사저널 전영기
회사측 “베이커리 사업 철수 이유 없다”

윤회장은 가족을 대거 경영에 참여시켰다. 전문경영인에서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윤회장의 부인 육명희씨는 지난해 말 크라운제과에 합병되기 전까지 6년여 동안 크라운베이커리의 대표를 맡아왔다. 차남 윤성민씨는 크라운베이커리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딜리댈리’의 설립을 주도했다. 하지만 경영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육대표 취임 다음 해인 2007년 크라운베이커리는 매출 1천억원대가 무너졌다. 2011년 말에는 매출이 4백억원대까지 추락했다. 매년 4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자본금이 대부분 잠식되었다. 윤회장은 지난해 기자들과 만나 “국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시장이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사업의 철수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이 사석에서 점주에게 “사업을 접을 것 같다. 준비하라”라고 귀띔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카페베네와의 매각 협상 소식은 이런 풍문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가맹점주를 중심으로 사업 철수설이 급속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윤회장은 2012년 말 크라운베이커리를 크라운제과에 합병시켰다. 이를 두고 식품업계에서는 “오너 경영의 부실 책임을 덮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라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크라운-해태의 주요 관계 회사에는 현재 윤회장의 가족이 포진해 있다. 지주회사 격인 크라운제과 대표는 현재 윤영달 회장의 장남인 윤석빈씨가 맡고 있다. 윤대표는 2010년 재경마케팅 담당 상무로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윤회장의 사위인 신정훈씨 역시 해태제과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런 가족 경영이 결국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크라운-해태측은 “크라운베이커리 리스크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함이 합병의 목적이다”라고 강조한다. 회사 관계자는 “마케팅이나 경영 지원을 통해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베이커리 사업을 정상화시키려는 판단이 컸다. 합병을 앞두고 사업 철수설이 돌고 있다는 얘기는 전해 들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그럴 이유도, 계획도 전혀 없다. 실적 문제 또한 제과업계 전체가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가맹점주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맹점주는 “그렇지 않아도 경쟁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수익을 내는 데 어려움이 많다. 일부 점주를 중심으로 ‘협의회를 구성해 대응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윤회장은 또 하나의 숙제를 안은 셈이다. 그동안 보여주었던 아이디어와 뚝심으로 그가 다시 고비를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관련 업계의 이목이 뜨겁게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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