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콧노래에 점령당한 아마존
  • 조홍래│편집위원 ()
  • 승인 2013.01.2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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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목 공업화로 마지막 자원 보고 사라질 위기

아마존 강은 안데스 산맥에서 발원해 약 7천㎞를 흘러 대서양으로 들어간다. 남미 대륙을 관통하는 아마존 강 유역에는 수많은 지류가 있고, 이 지류들이 열대 우림을 만든다. 수억 년 동안 지속된 이 대자연의 순환을 지금 인간의 욕망이 망치고 있다. 최근 아마존을 끼고 도시와 인구가 늘어나면서 아마존 정글은 브라질의 공업지구로 바뀌어가고 있다. 우림 도시의 급속한 팽창은 여러 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처음에는 채광업자들의 움막이 한두 채씩 들어서더니 한 세대가 지난 지금은 냉방 장치를 갖춘 거대한 쇼핑몰과 첨단 주택지들이 우후죽순처럼 치솟고 있다. 건물 사이로는 픽업트럭들이 분주히 달리는 모습이다.

2012년 6월, ‘유엔지속가능발전회의’가 열리는 브라질 리우컨벤션센터 밖에서 한 원주민이 아마존 개발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EPA연합
인구는 늘어나고 산림은 황폐해지고…

아마존은 지구상에 남아 있는 최대의 우림 지역이다. 과학자들은 아마존의 자원이 고갈되면 어떻게 될까를 연구하느라 고민이다. 과거 군사 독재 시절 브라질 군사 정부는 아마존 개발에 뛰어든 외국 자본을 ‘아마존의 식민지화’ 세력으로 규탄하면서 이를 단호히 저지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식민화를 막는다는 구실로 정글에 도로를 내고 각종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시켜 아마존 황폐화에 앞장섰다. 뉴욕타임스는 ‘브라질 군정이 아마존을 점령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 난개발과 남벌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온실가스 배출이 이상 기후의 최대 원인이 된 것은 이미 상식이 되었다.

브라질이 식민화를 막는다며 시작한 자체 개발 프로젝트들은 아마존으로 수많은 사람을 유인하고 있다. 지금의 브라질 정부도 나름으로 아마존 보존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마구잡이 개발을 규제하고 남벌을 금지하는 식이다. 그러나 아마존으로 몰려드는 살인적 인구가 만드는 각종 부작용에는 대책이 없다. 현재 아마존 거주 인구는 어림잡아 2천5백만명에 이른다.

아마존으로의 인구 유입이 늘어날수록 산림은 급속도로 황폐해진다. 국립아마존연구소에 따르면 아마존의 인구는 2000년부터 2010년 사이 빠르게 증가했다. 21세기 들어 브라질에서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이 다름 아닌 아마존 지역이다. 10년 동안 인구가 22% 증가했다. 브라질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인구가 두 배 늘어난 브라질 도시는 19개인데 그중 10개가 아마존에 자리 잡고 있다. 2000~10년 사이 브라질 인구가 평균 12% 증가했으니 10% 정도 더 늘어난 셈이다.

전 세계에서 중국과 함께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브라질에서도 상위권일 정도로 아마존 도시의 팽창은 무서울 지경이다. 인구 증가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갈수록 커지는 가족 규모 그리고 아마존 유역으로 몰려드는 빈곤층이 주범으로 꼽힌다. 가난한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가족을 이끌고 아마존으로 이주하면서 생긴 일이다. 브라질의 출산율은 여성 1명당 1.86명으로 라틴아메리카에서 최저 수준이지만, 아마존 지역의 출산율은 2.42명으로 브라질에서 제일 높다.

아마존을 위태롭게 하는 가장 큰 유혹은 경제 개발에 따른 ‘돈’이다. 인구 11만의 아마존 도시 시노프에서는 농부들이 콩 재배 면적을 대폭 확대하며 아마존 황폐화를 부추겼다. 제조업 종사자에게 주는 금융 인센티브도 아마존 도시들의 팽창을 부추긴다. 벌목도 여전히 주요 생계 수단이다. 아마존을 관통하는 도로는 도시를 이루는 터전이다. 고속도로 BR-163 공사장 인근에는 도시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2009년 9월 불법 방화로 아마존 삼림의 나무들이 불타고 있다. ⓒ AP 연합
복원보다 개발 속도가 더 빨라

아마존은 현재 공장에 둘러싸여 질식당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에너지 및 공업 프로젝트들이다. 현재 아마존에는 무려 12개의 수력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거대한 댐들이 시공되고 있다. 댐 공사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육체노동자들이 구름처럼 몰려온다. 노임이 좋아 목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댐 건설을 놓고 원주민과 환경 단체 관계자들의 반대도 빗발쳤지만, 결국 개발 논리에 밀려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수직 굴착 구리 광산에는 수천 개의 일자리가 있어 많은 사람이 빨려들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구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광산 개발 계획이 추가로 발표된 가운데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들이 줄을 잇는다. 파라 시의 경우 2010년 당시 인구조사에서 15만4천명이던 인구가 2년 사이에 22만명으로 늘어났다.

노동자들이 1981년 처음 아마존에 왔을 때만 해도 정글은 인간의 접근을 거부하는 밀림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고속도로가 뚫려 자동차들이 씽씽 달리고 있다. 상전벽해로 변한 모습에 모두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아마존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브라질의 미래가 아마존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을 위한 정착촌 건설이 붐을 이루다 보니 어떤 때는 시간당 두 채의 집이 건축되기도 한다. 아마존 개발이 복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온갖 종류의 개발이 다투어 진행되는 형국이다. 개발의 상징 도시 파라우아페바스는 오토바이와 자동차 소음 때문에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대화를 못 할 정도이다. 도시화의 물결을 타고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노동자를 상대로 하는 매춘도 때를 만났고, 도시에서는 첨단 음향 장비를 갖춘 술집과 오락실들이 흥청거리고 있다. 이제는 개발의 소음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전 방위적으로 산업화의 촉수가 뻗치고 있는 아마존의 밤 풍경은 더는 자연이 지배하지 않는다. 신도시들의 불빛이 지평선 끝까지 보인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아마존으로의 인구 집중은 엉뚱한 선순환도 불러온다고 한다. 인구가 줄어든 일부 다른 지역에서 밀림이 다시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짐은 개발 붐이 초래하는 황폐화 속도에 비하면 무시해도 좋을 만큼 느리다. 아마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산림 황폐화의 속도가 산림의 복원 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65명의 아이를 데리고 16시간의 기차 여행 끝에 아마존에 도착한 한 노동자는 왜 왔느냐는 질문에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푸에르토리코 대학의 생물학 교수인 미첼 아이데는 “가난을 면하기 위해 사람들이 아마존으로 오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가난을 극복한 다음에 이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누가 어디에서 공급해주느냐가 문제이다”라고 지적했다. 자연이 주는 자원은 유한하다. 아마존이 제공하는 천혜의 자원을 소진한다면 그 다음 단계의 해답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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