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과학 인물] '우주 강국 꿈' 또 해 넘겼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2.12.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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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광명호 발사 성공과 비교돼

올 한 해 국민의 눈과 귀는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로 집중되었다. ‘우주 강국의 꿈’을 실현해줄 나로호 3차 발사가 예정되었기 때문이다. 나로호는 2009년 8월 처음 우주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페어링 분리에 실패하면서 궤도 진입에도 실패했다. 2010년 10월 2차 발사를 앞두고 검증에 검증을 거듭했다. 두 차례의 연기 끝에 발사에 나섰지만 1백37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3차 발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컸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혹시나’ 하던 기대는 ‘역시나’로 바뀌었다. 1단의 ‘어댑터 블록’ 이상으로 1차 발사가 연기되었다. 2차 시도 때는 카운트다운 도중에 발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북한은 광명호를 독자 기술로 개발한 발사체 ‘은하 3호’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나로호 발사가 연기된 지 보름 만이었다. 국민의 실망감 또한 배가되었다. ‘올해의 연기 대상은 나로호이다’라는 말이 네티즌들 사이에 회자되었을 정도이다. ‘나로호 사업은 러시아와 손잡지 말고 북한에 외주를 주자’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국민들은 현재 나로호 발사가 언제 재개될지를 주목하고 있다. 연내 발사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지난 12월3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나로호 3차 발사관리위원회를 열고 “나로호 발사 과정에서 발견된 이상 현상에 대해 분석 중이다. 보완 조치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할 때 연내 발사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나로호가 지난 11월29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이르면 2013년 1월 발사 재개 가능성

교과부는 이어 “한 달 이상 충분한 시간을 갖고 나로호 상단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을 수행할 예정이다. 겨울철인 1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기상 환경은 나로호를 발사하는 조건을 만족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르면 2013년 1월경에는 발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하지만 또다시 준비 과정에 차질을 빚을 경우 발사가 아예 차기 정권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우주 개발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최근 언론 기고에서 ‘나로호 개발 자체가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로 급조되었다. 우주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관련 정책이나 조직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편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 나로호 발사를 추진하면서 ‘세계 10번째 우주클럽 가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10번째 자리는 북한에 넘겨주어야 했다.

일각에서는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라는 조언도 나온다. 북한이 은하 3호 발사 성공에 이르기까지 40년여가 걸렸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들어 부랴부랴 나로호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미국과의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협정 때문에 군사용 로켓 개발이 단절된 상황에서 우주 발사체를 개발해야 했다.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현재만큼 진전시켜온 것 자체가 작지 않은 성과라는 것이다. 권세진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정부 최고위층에서 우주 개발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민들도 북한과의 단기 비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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