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한국 미술 대세는 ‘미디어아트’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2.09.2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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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와 KIAF에서 주목받는 작가들

배준성 작가 ⓒ갤러리인 제공
9월 들어 대형 미술 전시회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비엔날레가 6일에,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미디어시티 서울 2012)가 11일에 문을 열었다. 13일에는 국내 최대의 미술품 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시작되었다. 이어 20일 대구사진비엔날레, 22일 부산비엔날레가 문을 열었다. 이런 대형 전시회는 현재의 트렌드가 무엇인지, 미래 한국 미술의 얼굴이 누가 될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배준성·구동희 작가 등 장르 넘나드는 실험작들 ‘눈길’

9월의 비엔날레는 대부분 순수미술 위주로 꾸며졌지만 KIAF는 국내 상업 화랑의 축제로 일반인에게 익숙한 작품과 화가들이 대거 출품되었다. 비엔날레가 유행처럼 미디어아트 작품 위주로 전시장을 꾸미고 있다면, KIAF에서는 회화나 조각 작품 등 좀 더 익숙한 방법으로 말을 거는 30~40대 소장 작가의 작품이 돋보였다.

평면적인 이미지를 3차원 영상물로 제작해 입체적으로 만드는 렌티큘러 기법을 잘 사용하는 배준성 작가는 사진과 회화를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였다. 거대한 통나무의 겉을 태워서 거대한 숯을 만든 뒤 그 위에 못과 나사를 촘촘히 박아 그라인더로 갈아낸 이재효 작가의 작품은 이런 일련의 작업 과정을 통해 나무라는 질감에서 멀리 달아나버린다. 오히려 검은 돌에 우주의 비밀을 새겨넣은 듯한 신비스러움까지 발산한다. 그는 상반기에 성곡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고, KIAF 직후에는 청담동 박여숙 화랑에서 가구로 활용될 만한 비교적 작은 작품 전시회를 여는 등 가장 바쁜 작가가 되었다. 상반기에 성곡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한 데비한은 사진과 조각으로 비너스 시리즈를 이어나가고 있다. 배준성이나, 이재효·데비한 작가는 지난 런던올림픽 기간 중에 런던에서 열린 런던 아이전에도 출품해 한국 미술의 현주소를 보여주기도 했다.

서울, 광주,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비엔날레의 주인공은 단연 미디어아트이다. 미술 전문지 <아트인컬쳐>의 호경윤 수석기자는 “최근 국내 미술계의 트렌드는 미디어아트 쪽으로 집중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미국 쪽에서 주로 활동하며 백남준 등과 더불어 미디어아트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문인희 큐레이터가 “국내 비엔날레에 미디어아트 작품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기대된다. 국내 미디어아트가 어느 지점까지 도달해 있는지 궁금하다”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구동희 작가 ⓒ 디어시티서울 제공
미디어시티서울전에서는 구동희 작가(38)가 눈에 띈다. 그는 9월 중순에 에르메스 미술상을 수상했고, 10월에는 두산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최근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다. 이번에 출품한 <under the vein ; I spell on you>는 고해상도 비디오 작품으로 ‘자연적인 원본과 거의 유사하게 만들어진 산책로의 인공 개울에서 일어난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독립 큐레이터인 현시원씨는 구작가의 작품에 대해 “알 수 없는 세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아주 새로운 방식으로 말을 거는 작가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9월6일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서는 2012 광주비엔날레 ‘눈(Noon) 예술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주인공은 43세 동갑인 문경원·전준호 작가였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이들의 공동 영상작업인 <세상의 저편, 2012>가 출품되었다. 배우 이정재씨와 임수정씨가 출연한 작품이다. 급격한 기후 변화로 변해버린 미래의 환경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문작가와 전작가는 이 작품을 들고 지난 6월 ‘가장 진지하고 혁신적인 현대미술제’로 손꼽히는 독일 ‘카셀 도쿠멘타’에 초대되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뽑는 ‘올해의 작가상 2012’의 후보로도 선정되어 전시가 열리고 있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문경원·전준호 작가 ⓒ 광주비엔날레 제공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전시 중인 김성환 작가도 이목 끌어

나라 밖에서는 지난 7월 문을 연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의 탱크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김성환 작가(37)의 전시가 주목된다. 세계 3대 현대미술관으로 꼽히는 테이트모던에서 지하에 새로운 전시 공간을 마련하면서 개관전 주인공으로 김성환 작가를 지목한 것이다. 서울대 건축과 재학 중 미국으로 수학 전공 유학을 떠나서 미술을 복수 전공하고 나중에 MIT에서 비주얼 스터디를 공부한 김성환 작가는 ‘잡식형 작가’로 불린다. 그의 작업은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 음악 등의 모든 경계에 걸쳐 있다. 이런 그의 작업 방식은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크게 인정받고 있다. 오는 2014년 9월 그의 대규모 개인전이 아트선재센터에 잡혀 있을 정도로 바쁘다.

최근의 미디어아트 붐에 대해 이재언 미술평론가는 “이이남 화백이 LCD디스플레이를 이용해 만든 미디어 작품은 수천만 원대의 고가임에도 개인 소장자들이 굉장히 좋아하고 많이 사가고 있다. 일반인도 미디어아트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젊은 작가들이 미디어아트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은데 작업의 차별화나 완성도 여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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