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자 끌어들여 경제 회복 불씨 지핀다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1.12.1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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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회, 합심한 듯 이민 관련 개선책 마련 서둘러

미국이 경제 회복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급 외국 인력과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려고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갖가지 이민 개선 정책을 시행할 채비를 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이민 개선 조치를 잇달아 마련해 2012년 새해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미국 연방의회에는 이민 개선 법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 석사 창업자에게 신속히 영주권 부여

지난해 8월3일 미국 메사추세츠 주 의사당 앞에 모여 이민법 개선 조치에 환호하는 유학생들. ⓒ 연합뉴스
먼저 석사 이상 고학력자들이 창업하면 스폰서가 없어도 이른 시일 안에 영주권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취업 2순위 NIW(National Interest Waiver)’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취업 1순위인 다국적 회사 간부와 투자 이민에도 급행 수속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석사 학위를 소지한 외국인이 미국에서 창업해 비즈니스를 하며 미국인들을 고용하는 등 미국 경제에 기여했다는 점을 보여주면 스폰서 없이도 취업 이민 2순위, 즉 NIW로 이민을 신청한 후 1년 안팎이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NIW 대상으로 결정되면 취업 2순위이면서도 미국 내 영주권 스폰서가 없어도 되고 첫 단계인 노동부의 노동허가서(Labor Certification)도 면제된다. 사실상 취업 1순위와 같은 절차를 밟게 된다. 취업 2순위 NIW는 그동안 석사 학위 소지자로서 과학 기술 분야의 특별한 능력이나 업적이 있는 외국인들과 탁월한 문화예술인, 체육인으로서 미국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 주로 해당되었으나 이번에 경제 분야로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경제 분야의 NIW 프로그램을 인정받아 영주권 스폰서가 없어도 취업 2순위로 이른 시일 내에 그린카드를 취득하려면 일단 일반 취업 2순위 신청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취업 2순위는 석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거나 학사 학위만 있을 경우 5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해야 한다. 이때의 학사나 석사 학위는 한국에서 취득한 것도 인정된다.

■ 이민 판정 급행 서비스 확대

1천 달러의 수수료를 내면 15일 안에 이민 신청을 판정해주는 급행 수속을 취업 1순위와 투자 이민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오랫동안 이민 사회에서 요청해온 것이다. 취업 1순위인 다국적 회사의 전문 경영인 또는 매니저들이 신청하는 취업 이민 페티션(I-140)과 투자 이민(EB-5) 페티션(I-526) 등에 대해서는 1천 달러를 내면 15일 안에 판정해주는 급행 수속제(Premium Processing)를 시행해 신속하게 처리해주기로 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즉각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 50만 달러 주택 구입 시 3년 체류 허가

또 미국에서 주택을 구입하면 체류 비자를 제공하는 방안이 워싱턴 의회에서 본격 추진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50만 달러짜리 주택을 사면 3년마다 연장이 가능한 미국 체류 비자를 제공하는 이민 법안이 연방 상원에 공식 상정되어 추진되고 있다. 연방상원 이민소위원장인 민주당 척 슈머 상원의원(뉴욕)과 공화당의 마이크 리 상원의원(유타)은 50만 달러짜리 주택을 구입하는 외국인들에게 새로운 미국 체류 비자를 제공하는 법안(VISIT-USA Act: Visa Improvements to Stimulate International Tourism to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ct)을 S. 1746으로 상정했다.

이 법안은 50만 달러짜리 주택 한 채를 사거나 25만 달러짜리 주택 두 채를 구입해 한 채에서 거주하고 한 채를 렌트할 경우 미국 체류 비자를 제공한다는 방안이다. 주택 구입자들은 배우자와 21세 미만의 미성년 자녀들도 데려올 수 있게 된다. 미국 내 주택을 구입하는 외국인들은 3년짜리 새로운 미국 체류 비자를 받게 되며 주택을 유지하면 3년마다 체류를 연장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척 슈머-마이크 리 상원의원이 제출한 법안에서는, 주택을 소유한 외국인들에게 단지 미국에서 체류할 수만 있고 취업은 할 수 없는 비자를 주고 영주권을 제공하지 않아 얼마나 외국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의문을 사고 있다.

■ 25만 달러 주택 구입 시 그린카드 제공

척 슈머-마이크 리 상원의원의 법안에 앞서 하버드 대학 연구원이 이민자들에게 그보다 더 인기를 끌 만한 방안을 제안해놓고 있다. 비벡 와다 하버드 대학 법대 연구원은 영주권 대기자가 25만 달러짜리 자택을 구입할 경우 신속하게 그린카드를 제공할 경우 10만 채, 2백50억 달러 규모의 주택 거래가 예상되어 미국의 주택 시장 살리기에 불을 지필 것이라며 주택 구입자의 영주권 제공안을 제시했다.

와다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현재 취업 이민을 신청하고 기다리고 있는 영주권 대기자들은 주 신청자 50만명과 동반 가족 55만명 등 100만명 이상이나 되는데, 이들에 대한 이민 행정 조치만으로 경제 회복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와다 연구원은 특히 영주권 대기자들이 25만 달러 이상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신속 영주권을 발급하면 이민자들이 기다리는 고통을 덜어주는 동시에 침체된 미국의 주택 시장까지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하버드 법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 현재 취업 이민을 신청하고 대기하고 있는 영주권 대기자 가운데 20%가 25만 달러짜리 주택을 구입할 재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 민주당, 취업 및 창업 이민 확대 법안 추진

10개월짜리 농업 노동자 취업 비자 신설이 추진되고 있다. ⓒ AP연합
민주당 하원에서 이민 개혁을 주도해온 조 로프그렌 연방하원 의원은 취업 및 창업 이민 문호를 대폭 확대해 미국 경제 회복에 기여토록 하자는 법안을 본격 추진하고 나섰다.

연방하원 이민소위원회 민주당측 간사인 로프그렌 하원 의원은 IDEA(Immigration Driving Entrepreneurship in America: 미국 창업 촉진 법안, HR 2161)를 재상정하고 취업 이민 대폭 확대와 창업 이민 신설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IDEA 법안은 취업 이민 영주권 문호 확대와 관련해 현행 14만개의 연간 쿼터에서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계산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7만개 이상의 영주권을 더 발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STEM(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전공으로 미국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 이상을 취득하는 외국 학생들에 대해서는 곧바로 취업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물론 연간 쿼터에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들이 연간 쿼터에 적용되지 않으면 취업 이민 3순위 신청자들 가운데 한 해에 2만명 정도에게 영주권이 더 돌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 내 자본가나 벤처캐피탈 회사로부터 50만 달러의 투자 약속을 받아 창업하는 외국인들에게 영주권을 발급하는 창업 영주권을 신설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방안만 채택되어도 합법 취업 영주권을 현행보다 10만개 더 발급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취업 이민 적체를 없애기 위해 1992년부터 2011년도까지 사용하지 못해 사장되어 있는 취업 영주권을 복원해 재사용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현재 미사용 취업 영주권 번호는 32만8천개 이상인데 이를 순차적으로 복원해 재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공화당, 농업 취업 비자 50만개 신설 추진

반면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농업에서만 최대 10개월간 취업할 수 있는 새로운 농업 노동자 취업 비자의 신설을 추진하고 나섰다. 현행 농업 비자를 대체할 새 비자는 신속한 비자 발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가족들을 동반하지 못하고 10개월 후에는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규정하고 있어 인기를 끌지 의문시되고 있다.

미국 연방하원에서 이민법을 주관하고 있는 공화당의 라마르 스미스 하원 법사위원장은 단기 농업 노동자를 위한 새로운 H-2C 비자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스미스 법사위원장은 외국인 단기 농업 노동자 50만명을 매년 초청할 수 있는 H-2C 비자 프로그램 신설 법안인 ‘미국 전문 농업법안’(HR 2847)을 상정했다.

스미스 법안은 현행 단기 농업 노동자 프로그램인 H-2A를 폐지하고 H-2C 비자를 신설해 연방 노동부가 아닌 연방 농무부가 관할하도록 하고 있다. 연방 농무부에서 관할할 경우 미국 내 농장주들이 좀 더 손쉽게 외국인 농업 노동자들을 채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본다고 스미스 위원장은 밝혔다.

하지만 H-2C 비자 소지자들은 10개월 동안만 취업한 후 반드시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H-2C 비자 소지자들은 가족들을 동반하지 못하도록 제한되어 다소 비인도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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