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카리스마·용모·콘텐츠 다 갖췄다”
  • 도쿄·임수택│편집위원 ()
  • 승인 2011.12.12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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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오카 후지오 ‘극단 히마와리’ 대표가 말하는 ‘성공 요인’ / “수준 높은 드라마·노래·댄스가 주효”

지난 11월26일 일본 도쿄돔에서 장근석씨(오른쪽)가4만5천여 명의 일본 팬들이 열광하는 가운데 단독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 뉴시스

1952년에 설립한 일본의 ‘극단 히마와리’는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이다. 지금은 설립자의 아들인 스나오카 후지오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대표에 취임한 이래 단순한 극단 수준에 머물러서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고 확대해 주식회사로 만들었다. 현재는 배우 양성 사업은 물론 매스컴 사업, 연극·영화 제작 사업, 나아가 사회·문화 사업 등을 펼치며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이곳에서 길러낸 많은 인재가 일본 연예계의 중심 인물로 활동하고 있다. 스나오카 대표는 자신의 극단이 한·일 간의 창구가 되어 한류 예비 스타들을 발굴·양성하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다.

배우 장근석씨의 도쿄돔 콘서트에 4만명 이상의 팬이 모였다. 성공 요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본 ‘극단 히마와리’의 스나오카 후지오 대표.
역시 장근석씨의 인기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일본에서 방영된 <미남이시네요>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단정한 용모와 모델 같은 스타일이 여성들에게 호감을 주었다. 일본의 아티스트나 배우와는 다른 신선미를 갖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이유이다.

콘서트장에 온 사람들 가운데는 젊은 층보다 중년층이 많았는데?

대다수가 중년층이었다. 원래 한류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 욘사마인 것처럼 장근석씨도 일본 남성들에게서 보기 드문 매력을 갖고 있는 점이 중년 여성들에게 어필했다.

장근석씨가 일본에서 A급 연예인으로 분류되었나?

맞다. 장근석씨를 CM에 기용하는 경우 1편의 출연료가 대략 4천만 엔(5억6천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출연료만으로 올해 1억 엔이 넘을 것이다.

장근석씨가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다른 배우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멀티플레이어라는 점이다. 대단히 뛰어나다. 연기에 노래, 게다가 버라이어티 등 다방면에 걸쳐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리고 글로벌 전략도 있다.

일본인들은 한류의 어떤 면을 좋아하는가?

한국 배우나 가수들이 쿨한 용모, 귀여운 남동생 같은 다양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군 복무를 한 영향일지 모르겠지만 한국 남성들은 근육질이고 틀이 좋다. 왕자 같은 얼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남성다운 체격 조건을 가지고 있다.

최근 한류 드라마보다는 K-POP이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여성 그룹 카라의 경우 외국인으로서 롤란스에 이어 30년 만에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장근석씨나 카라의 성공 요인의 공통점은?

카리스마, 용모, 콘텐츠이다. 장근석씨의 경우 키가 크고 보기도 멋지고 상냥하고 유머 감각도 있다. 카라 멤버도 귀엽고 아이돌다운 면이 있지만 힘 있는 댄스를 펼치고 친근한 캐릭터가 있다.

한류의 성공 요인을 한마디로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본에는 없는 멋진 사랑 드라마, 음악의 경우 클럽 뮤직의 리듬이 좋은 곡이 많고 노래와 댄스 수준이 높다.

배우나 가수들에 비해 한국의 영화는 일본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다.

평일 낮 시간대에 방송한 한국 드라마가 최근 몇 년 동안 화제가 되었다. 실제 후지 TV에서는 한류 + 알파라는 쿼터가 할당되어 한국의 재미있는 드라마를 방송해왔다. 그중 장근석씨가 나온 <미남이시네요>가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했다. 반면 영화의 경우 최근에 공개된 <제7광구>가 한국에서는 최초 3D 액션영화로 화제가 된 것 같은데 일본에서 액션영화라고 하면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가 되기 때문에 임팩트가 약했다. 그리고 일본 영화도 수준이 높기 때문에 한국 영화에 몰입하지 않는 것도 한 이유이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일본인이 많은가?

아주 많이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가깝기 때문에 직접 가서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어를 독학으로 배우고 유학 가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 한국에서 연예 활동을 하고자 하는 분위기는 없나?

한국에서 활동을 하기보다는 한국의 수준 높은 댄스나 노래를 배우고자 하는 편이다. 한국에서 일본 연예인에 대한 선호도와 일본에서의 한국 스타들에 대한 선호도의 차이가 있는 점도 이유가 될 것이다.

극단 히마와리도 한국 인재에 관심이 있나?

일본어가 가능한 한국 배우들이 일본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우리들도 한국의 새로운 인재를 발굴·양성하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국 문화와 일본 문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한국 사람들은 자기가 싫은 것이나 사람에 대해 솔직히 “싫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문화라고 할까.

한국의 톱클래스 배우가 일본에서 비난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한류를 반대하는 조직이 있나?

일본에 있는 ‘극단 히마와리’ 건물.
아마 김태희씨를 말하는 것 같다. 스위스 친선 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독도 사랑 캠페인’을 전개하는 과정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활동하는 것들이 반일 배우로서 이미지가 형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한류를 좋아하지만 조직적으로 반대하는 집단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반일이니 친일이니 하는 구분보다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로서 받아들이는 환경이 지금 일본에 있다.

인터뷰에 동석했던 극단 히마와리의 기획실장이자 스나오카 후지오 대표의 동생인 스나오카 마코토 씨는 한국을 자주 방문한다. 그는 두 나라의 문화에 관심이 깊다며 일본 내 한류가 만들어진 계기에 대해 조심스럽게 얘기를 추가했다. 오랜 경기 침체로 일본 기업들이 광고비를 삭감하게 되었는데 한류 붐이 이 시점과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겨울연가>로 시작된 한류 붐 당시 일본에서는 시간당 프로그램 제작비 단가가 수십만 엔이었다. 지금은 그보다 몇 배 상승했다. 골든타임의 경우 시간당 프로그램 제작비가 5천만 엔(7억원) 정도였다”라는 것이다.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한국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미 검증이 되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별로 없다는 점도 한국 드라마를 선호하게 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또 스나오카 기획실장은, 기존에는 대형 미디어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대중에게 선보이는 형태였지만 지금은 대중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데 한류가 이러한 정서와 딱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뛰어난 실력과 일본 매스컴의 제작 환경 변화 그리고 시대적인 변화가 맞물려 한류가 탄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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