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안 보이는 태고종 ‘종립대학’ 운영권 다툼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11.2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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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비리 진정서로 불붙어…학교법인, 태고종에 ‘결별’ 선언

▲ 서울 성북구에 있는 동방대학원 대학교. ⓒ시사저널 임준선

한국불교태고종과 학교법인 동방대학교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태고종 종립학교인 ‘동방대학원 대학교’의 주도권 다툼이 원인이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동방대학원 대학교는 석·박사 과정을 두고 있다. 전체 학생은 2백20명 정도이다. 한국 서예계의 대부인 여초 김응현 선생(작고)이 학교 허가를 받았으나 각종 시설이 확보되지 않아 개교를 하지 못했다. 그러자 태고종과 손을 잡았다.

학교법인 동방대학교와 태고종은 2002년 12월14일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을 토대로 한 약정을 맺었다. 당시 약정서에서 태고종은 대학에 10억원 이상의 부동산과 현금을 출연하고, 대학을 태고종 종립대학으로 공동 유지·경영하기로 했다. 태고종은 현금과 수익용 부동산 등을 합쳐 약 20억원을 출연했다. 양측은 약정에 따라 학교 운영을 위한 법인 이사를 동수로 구성하기로 했다. 그리고 당시 총무원장인 운산 스님이 이사장을, 기존 학교법인측에서는 정상옥씨가 총장을 맡았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공동 운영’의 틀이 깨지기 시작했다. 경찰의 수사가 발단이 되었다. 경찰청은 지난 4월쯤 동방대학원 대학교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에 들어갔다. 학교의 ‘부정 운영 실태와 총장의 개인 비리 의혹’ 등이 핵심이었다. 청와대에 진정서가 접수되고 경찰에 배당이 되면서 본격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태고종 총무원은 ‘종립학교’의 비리 의혹에 대해 발끈했다. 종단의 한 관계자는 “종립학교라고는 하지만 학교의 모든 운영은 사실상 총장에게 맡겨놓았다. 종단은 이사회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터진 비리 의혹에 대해 상당한 배신감을 느낀 것 같았다”라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 태고종 현 총무원장이자 학교법인 동방대학교 이사인 인공 스님. ⓒ연합뉴스
태고종 총무원은 경찰청에 진정서를 내고 ‘대여금의 사용처와 사용 내역’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7월18일에는 인공 총무원장 명의로 학교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학교 부패와 비리를 방치할 수 없으니, 약정서에 기초한 학교의 공동 운영에 적극 협조하라’라는 내용이었다. 종립학교의 위상을 새롭게 세우기 위한 일련의 조치였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법인 동방대학교는 달리 받아들였다. 법인 이사회와 법인 명의로 연이어 성명서를 내고 인공 총무원장의 성명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학교법인측은 경찰청 수사 배후로 태고종 총무원을 지목했다. 종단측이 진정서를 내 수사가 시작되었다고 본 것이다.

학교법인 이사장인 운산 전 총무원장은 “학교 비리 문제를 가지고 진정서와 성명서를 내는 것은 잘못이다. 학교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인공 총무원장도 법인 이사를 맡고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이사나 감사 등을 통해 조사해볼 수가 있었다. 이런 것을 배제하고 행동한 것은 충분한 오해를 살 수 있다”라고 말했다.

태고종은 진정서로 인해 수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부인하고 있다. 능해 총무부장은 “지난 4월14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찾아왔다. 청와대에 학교와 관련한 탄원서가 접수되었다면서 자료 협조를 요청해왔다. 경찰청에서 수사하고 있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 우리가 경찰청에 진정서를 낸 것은 그보다 5일 뒤이다”라고 말했다.

급기야 학교법인 동방대학교는 태고종과 결별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법인 이사회는 9월6일 제64차 이사회를 열고 ‘약정 해지’를 의결하고, 고문변호사를 통해 태고종에 ‘약정 해지를 위해 책임자를 지정해달라’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보냈다. 태고종은 ‘이사회 개최를 통보받지 못했고, 인정할 수 없다’라는 답변서를 보냈다. 능해 총무부장은 “학교법인과 태고종 종단 사이에 맺은 약정서가 있다. 우리는 학교측이 약정서 내용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동방대학원 대학교의 부정 운영과 총장의 비리 의혹은 무혐의로 종결되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0월7일자로 이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운산 전 총무원장의 ‘이사장 자격’도 논란

▲ 태고종 전 총무원장이자 학교법인 동방대학교 이사장인 운산 스님. ⓒ연합뉴스
태고종은 종단의 갈등 이면에 운산 전 총무원장이 있다고 말한다. 현재 학교법인 이사장은 운산 전 총무원장이다. 태고종은 약정대로라면 인공 총무원장이 당연직 이사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약정서에는 ‘당연직’이라고 명시되지 않았으나 ‘암묵적인 합의’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고종 총무원의 내부 갈등이 생기면서 상황이 변화했다. 운산 전 총무원장은 총무원장을 두 번이나 연임할 정도로 태고종 내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2009년 8월 종단 내 갈등 등 혼란이 야기되자 임기 3개월을 앞두고 총무원장직에서 사퇴했다.

같은 해 10월28일 새 총무원장에 인공 스님이 취임했다. 운산 전 총무원장이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태고종 종회의장인 영우 스님은 “운산 전 총무원장은 인공 스님에게 총무원장을 물려주고 가야 자신이 안전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인공 스님이 총무원장이 되니 현실적인 문제가 뒤따랐다. 운산 전 총무원장의 뜻대로 할 경우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공 총무원장에 대한 탄핵의 배후로도 운산 스님이 지목을 받았다. 지난해 9월16일 열린 임시 중앙종회에서 총무원장 탄핵 안건이 상정되었고, 의결 정족수 미달로 부결되었다. 영우 스님은 “탄핵의 배후에 운산 스님이 있는 것은 맞다. 여기서 밝힐 수는 없지만 나한테도 그런 것을 주문해왔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운산 전 총무원장은 “그때는 종정이나 종회의장, 원로의장 등이 탄핵에 동의했다. 인공 총무원장이 무능하고 종단 일이 잘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바꿔야 한다고 말한 적은 있다.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태고종 종단 내에서는 운산 전 총무원장을 징계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총무원장 재직 시에 발생한 수십억 원의 종단 부채 문제, 종단 공금 유용, 동방대학원 대학교 문제 등이 불거졌다. 태고종 초심원은 지난 8월19일 운산 스님이 총무원장으로 있을 때의 해종 행위, 종헌·종법 위반 혐의로 멸빈과 44억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멸빈’은 승적 박탈을 의미하는 것으로 가장 무거운 징계에 속한다. 운산 전 총무원장측은 ‘멸빈 무효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상태이다.

태고종과 학교법인 동방학원의 결별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태고종은 최초 약정대로 법인 이사장을 현 총무원장이 맡아야 하고, 태고종이 추천한 이사를 추인해서 이사회를 정상화한 다음 약정 해지 등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학교법인측은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에 의거 학교의 운영 주체는 태고종이 아니라 학교법인 동방대학교이다. 이사장은 학교법인 정관에 의거해 이사회에서 선임하게 되어 있고 당연직은 아니다. 동방대학교 대학원은 학교법인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라며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최근 대학과 태고종 일각에서는 ‘학교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인수자의 신상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인 이사장인 운산 스님은 “매각설은 사실이 아니다. 태고종을 대신할 파트너를 찾고 있는 중이다. 향후 학교 발전을 위해 사이버 대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따라 교육에 투자할 사람을 찾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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