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턱에 선 중년 남성의 심장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10.31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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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습관 개선·운동해야 질환 예방…고위험군,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

ⓒ시사저널 박은숙

40~50대 중년 남성은 심장 건강에 특히 유념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8년 전국 병원의 응급실을 찾은 심근경색 환자 4천여 명 중 70%가 남성이다. 쉽게 설명하면, 가슴 통증을 느껴 응급환자로 병원을 찾은 사람 중에 남성이 대다수라는 말이다. 40~50대는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도 큰 연령대이다. 지난 8월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0년 40대 남성의 심장질환 사망률은 21.4%로 같은 연령대의 여성보다 다섯 배 높았다. 50대 남성의 심장질환 사망률도 49.6%로 여성(10.7%)보다 높게 집계되었다. 미국 심장학회에서 발표된 연구에서도 심장질환으로 인한 돌연사는 남성이 여성보다 3~4배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혈관 수축 등의 이유로 돌연사 위험이 증가한다. 심장 이상에 의한 돌연사란, 가슴에 심한 통증이 발생한 지 한 시간 이내에 심장이 멈춰 사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일은 TV를 시청하거나, 운동이나 운전을 하거나, 잠을 자다가도 발생한다.

남성 허리둘레가 90cm 이상이면 위험

돌연사의 80%가량은 심장혈관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심장이 계속 뛰려면 심장근육에 혈액과 산소를 꾸준히 공급해야 한다. 이 역할을 관상동맥이라는 핏줄이 담당하는데, 이 혈관이 막히면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관상동맥 내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혈소판이 엉겨붙으면서 혈관이 좁아진다. 혈액의 흐름에 문제가 생기고, 심장에 혈액과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다. 일시적으로 혈액 공급이 부족하면 가슴에 통증을 느끼는데, 이것이 협심증이다. 좁아진 혈관에 피가 모이고 혈전(피떡)까지 생기면 혈관이 막히는데, 이것이 흔히 심장 발작이라고 하는 심근경색이다. 즉시 병원 응급실을 찾아 치료를 받지 않으면 위독해진다. 혈관이 급하게 막히지 않더라도 혈관이 점점 좁아져 어느 순간 혈액이 흐르지 못한다.

혈관에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잘못된 생활 습관 때문이다. 건강검진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오거나 협심증 진단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평소 생활 습관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젊을 때부터 굳어버린 식사 습관과 운동량을 고치지 않고서는 심장질환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정에서 허리둘레로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추정해보는 방법이 있다. 최근 국내 연구에 따르면, 허리둘레가 남성 90cm, 여성 80cm 이상이라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큰 범위에 속한다. 특히 40~50대 남성은 육류를 포함한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서도 운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체중이 늘어나고 뱃살도 불어난다. 따라서 뱃살을 빼는 일은 단순히 보기에 좋은 것일 뿐만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뱃살을 빼려면 고기 섭취는 물론이고 먹는 양 자체를 줄여야 한다. 체중 10kg을 줄이면 내장 지방량이 약 30%까지 줄어든다고 한다. 개인마다 신체적 조건이 다르므로 먹는 양을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를 수치로 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건강검진 결과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2백40mg/dl 이상이면 위험한 수준이므로 그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남성은 여성보다 육류 섭취가 잦고 그 양도 많다. 직장인이라면 육류 중심의 회식을 대폭 줄여야 한다. 고기나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은 혈관에 동물성 지방을 축적해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인다. 피에 기름기가 끼는 상태(고지혈증)가 된다. 고기를 먹는 만큼 채소도 많이 섭취하면 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육류 섭취로 높아진 콜레스테롤 수치가 채소를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낮아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두 번째로 할 일은 빨리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과 같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하루에 30~60분 정도 약간 숨이 찰 때까지 하되, 일주일에 3~5회 유지해야 효과가 있다. 식사량을 줄이면 근육량도 감소하므로 근력 강화 운동도 병행해야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 왼쪽부터 정상 혈관이 막혀가는 과정.

항혈전제 복용 시 의사 처방 꼭 받아야

만일 흡연자라면 금연해야 한다. 담배를 피우면 혈압이 올라가고, 혈관에 지방이 쌓이며, 혈전이 잘 생기는 환경이 조성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2~3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혈압과 당뇨병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다. 30대 이상의 3분의 1, 50대 이상의 2분의 1이 앓고 있는 고혈압은 오래 방치할수록 혈관 벽이 손상되어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한다. 정상 혈압에서 10~20mmHg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은 두 배씩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당뇨병 환자도 심근경색, 뇌졸중 등이 생길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2~4배 높다.

이처럼 심혈관질환 위험성이 있거나 이미 심혈관질환을 경험한 사람은 식사 습관을 바꾸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 외에 한 가지 추가할 것이 있다. 의사나 약사와 상담한 후, 저용량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전제를 복용하는 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심장학회는 혈압이 잘 조절되더라도 10년 내에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률이 현저히 증가한 경우라면 예방 차원에서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권고하고 있다. 이 약은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는 약이다.

유념할 사항은 의사나 약사와 상담한 뒤 저용량 아스피린 등을 복용할 것을 권장한다. 같은 심혈관질환자라고 해도 워낙 개인 차가 크기 때문에 이 약이 필요한 환자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항혈전제는 한마디로 피를 묽게 만들어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약이다. 바이엘 사의 아스피린 프로텍트(aspirin protect)가 대표적이다. 해열·진통제로 유명한 일반 아스피린(500mg)보다 적은 100mg 용량이다. 또 위장을 통과해 대장에서 녹도록 약을 코팅해서 위장 출혈 위험성도 줄였다.

의사·약사의 처방을 받아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할 때에는 복용량과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바쁜 생활로 약을 복용할 시간을 놓치거나, 복용량을 마음대로 조절하면 제대로 된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사람들은 ‘월화수목금토일’이 블리스터에 표기된 ‘아스피린 프로텍트 캘린더 팩’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2주 복용량(14정)이 하나의 블리스터로 되어 있어 해외여행을 갈 때에도 휴대하기 편리하다.

1970년대 초 아스피린의 ASA(Acetylsalicylic Acid: 아세틸살리실산) 성분이 혈소판의 응집을 차단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각종 연구 및 임상을 통해 저용량 아스피린은 심혈관질환을 예방함을 확인했다. 한국에서 저용량 아스피린 프로텍트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의 1차 예방제로 승인받았다. 재발성 심혈관질환 예방제로도 세계 여러 국가로부터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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