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의 적’들, 이렇게 물리쳐라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1.09.0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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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혼 부부의 불임률, 해마다 크게 증가…부부 합심해 불임 예방법 실천하면 ‘성공’할 수 있어

ⓒ일러스트 임성구

정부와 각종 단체가 출산 장려 캠페인을 적극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도 불임으로 아기를 갖지 못해 걱정하는 부부가 열 쌍 중 한 쌍에 이른다. 불임은 남녀에게 절반씩 원인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불임 원인에 대한 통계를 보면 남성으로 인한 원인이 40%, 여성의 원인이 40%, 그리고 부부 모두의 원인이 20%이다.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우리나라 기혼 부부의 불임률은 2002년 10만6천8백87명에서 2006년 15만7천6백52명으로 50%가량 늘어났고,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들은 어떤 원인으로 불임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일까.

남자 불임의 주된 원인은 정자의 이상

부부가 결혼해 피임을 하지 않고 1년 정도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했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불임으로 간주한다. 의사들이 말하는 불임 기준이다. 보통 정상 부부는 결혼 후 1년 이내에 85~90%가 임신을 하고, 2년 이상이 경과되면 95%의 임신율을 보인다.

남성 불임은 대체로 정자의 이상에서 비롯된다. 정액 속에 정자가 전혀 없는 무정자증이거나 정자 수가 정상보다 적은 정자감소증이 그것이다. 정자감소증이 원인이 되어 임신하지 못하는 부부는 전체 불임 부부의 35% 정도나 된다.

난자 1개의 수정에 필요한 정자의 수는 정액 1㎖ 기준으로 2천만 개. 남자가 한 번 사정하는 정액은 평균 3㎖이므로 정자 수가 최소한 6천만 개 이상이면 임신이 가능하다. 정상적인 남자가 한 번 사정할 때의 정액에는 2억~5억 개의 정자가 들어 있다.

또한 정자는 질 안으로 들어간 후 운동을 활발하게 해 그 힘으로 난자에 도달해야 하는데, 정자가 기형으로 생겼거나 활동 정자의 비율이 떨어져 운동성이 미약해지면(정자무력증) 불임의 원인이 된다. 정자의 운동성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헤엄을 쳐 앞으로 나아가는 정자의 운동성은 20% 이상이고, 정자세포의 60% 이상이 정상적인 형태여야만 임신에 지장이 없다. 하지만 현재 정자의 운동성도 현저히 떨어져 가는 상태이다.

임신 성공 조건으로 남성에게 요구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먼저 고환에서 건강한 정자를 만들고, 그 다음 충분한 분량의 정액을 사정해야 한다.

최근의 보고에 따르면, 사무직 남성의 불임이 육체 노동하는 남성보다 높다. 오래 앉아 있다 보니 고환을 둘러싸고 있는 음낭의 주변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고환은 주변 온도가 다소 낮을 때 왕성한 정자 생산 능력을 보여 준다. 오랜 시간 다리를 꼬고 앉거나 심지어 노트북 컴퓨터를 무릎에 올려놓고 장시간 사용해도 음낭의 온도를 높여 정자 생산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불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흡연이나 잦은 음주를 비롯해 환경호르몬 등 다양하다. 모두 정자의 활동성을 낮춰 불임을 일으킨다. 하지만 남성 불임 중 가장 많은 원인은 ‘정계정맥류’라는 질환이다. 우리 몸과 고환을 연결하는 혈관이 팽창하는 선천적 질병을 말한다.

정계정맥류는 오래 서 있는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 하지정맥류처럼 고환과 연결된 혈관다발이 굵게 툭툭 불거져 나오는 현상이다. 정상 성인 남자 10명 중 2명 정도에서 발생할 정도로 흔하다. 일반인에게는 정계정맥류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만일 정계정맥류를 가진 남성이 비만인 경우에는 고환의 기능을 크게 떨어뜨려 불임으로 연결될 수 있다. 고환은 체온보다 2℃ 정도 낮아야 정자 생성을 원활히 하고 남성호르몬도 잘 만드는데, 따뜻한 혈관다발이 고환을 데우고 있으면 활동을 제대로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흡연과 과음, 과도한 업무에 의한 스트레스, 격렬한 자전거 타기 등도 남성의 정자 생산에 영항을 미친다. 남성호르몬의 분비량을 떨어뜨리므로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차 정자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설령 정자가 잘 만들어졌다 해도 활동력이 크게 떨어진다.

남성이 여성용 미백화장품을 쓰는 것 또한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미백 화장품 속에 함유된 스테로이드성 물질이나 환경호르몬 성분이 정자 생산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랜 기간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가 남성 불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영국 퀸즈 대학 데이비드 글렌 박사팀에 따르면, 비아그라에 노출된 정자가 난자와 결합하는데 필요한 ‘첨체 반응’을 너무 빨리 일으켜 불임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첨체 반응이란 정자의 머리를 둘러싸고 있는 ‘첨체’가 녹으면서 그 속의 효소의 작용으로 정자가 난자의 외막을 뚫고 들어가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정자가 첨체 반응을 너무 빨리 일으켜 실제 난자를 만났을 때는 작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여성 불임의 원인은 다양해 치료도 복잡

▲ 한 산부인과 병원의 불임 시술 전문 진료팀이 불임의 원인을 찾기 위해 복강경을 이용해 자궁 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신문

그렇다면 여성 불임의 원인은 어떨까. 여성의 불임은 남성에 비해 원인이 다양하고 치료도 복잡하다. 여성 불임의 주된 원인은 배란이 규칙적으로 잘 되지 않는 배란 이상, 나팔관이 막혀 정자와 난자가 만날 수 없는 나팔관 폐쇄, 배란기 때 자궁 경관에서 점액질의 분비가 감소되는 자궁경부 점액 이상, 배란된 난자가 나팔관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자궁내막증, 골반 내의 유착 등이다.

불규칙한 배란은 여성 불임의 주원인이다. 월경이 불규칙하거나 무월경이면 배란 장애를 먼저 의심해야 한다. 배란은 난소에서 성숙한 난자가 배출되는 현상으로, 다음 달에 있을 예정 생리 첫날로부터 2주 전에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정상적인 여성의 몸에서는 한 달에 1개의 난자가 배출된다. 배란은 난소에서 스스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뇌하수체라는 곳에서 나오는 황체형성호르몬과 난포자극호르몬에 의해 난자가 성숙되어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러한 난자 배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이를 갖기 어렵다. 불임 여성의 약 30% 정도가 배란 장애를 가지고 있다.

배란된 난자의 다음 행선지는 자궁으로 이어지는 나팔관이다. 나팔관은 수란관 또는 자궁관이라고도 한다. 나팔관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일어나는 장소로, 나팔관 안에 정자가 들어와 있다면 난자는 수정될 수 있다. 수정된 수정란은 나팔관을 통해 자궁 쪽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난자가 나팔관에서 정자를 만나 수정란이 되고, 자궁으로 가 착상하는 것이 정상적인 임신이다. 그런데 나팔관이 막혀 있으면 정자가 난자에 접근하지 못하므로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임신이 불가능해진다. 나팔관 폐쇄는 가장 흔한 불임의 원인이다. 나팔관이 막히는 경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임신 중절인 경우가 가장 많다. 따라서 혼전 성관계나 문란한 성생활은 삼가야 한다.

그렇다면 자궁경부의 점액 이상은 무엇을 의미할까. 자궁 입구(자궁경부)에서 분비되는 점액은 배란기가 가까워지면 정자의 침투를 수용한다. 정자는 산성을 싫어 한다. 그러나 자궁의 분비물은 약한 알칼리성을 띠는 관계로 산성을 띠는 정자가 질에 들어오면 잘 유도하여 나팔관까지 올라가도록 돕는다. 그런데 자궁경부의 점액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으면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정자가 점액을 통과할 수 없어 제때에 나팔관에 도달하지 못하게 되므로 수정이 어려워진다.

여성의 경우도 격렬한 운동이나 스트레스가 불임의 요인이 된다. 배란 장애의 경우 뇌가 충격을 받거나 스트레스 등이 있을 때 뇌하수체에서 나오는 호르몬이 변화를 일으켜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시험의 압박감에 시달리는 여고 3학년생들에게 월경이 자주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이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생활 습관만 고쳐도 불임 예방에 큰 도움

우울증에 시달리는 여성도 그렇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불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가임기 여성의 경우 우울증 발생률이 더욱 높다. 임신의 전 과정뿐 아니라 임신 이후의 출산과 수유, 육아에 걸친 모든 여정을 거쳐야 한다는 압박감 등이 우울증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비만인 여성도 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 비만은 내분비계를 혼란스럽게 해 남성호르몬이 증가하는 등 호르몬 조절에 영향을 미쳐 배란 장애를 유도해 결과적으로 불임을 가져다준다. 비만과는 반대로 지나친 다이어트도 불임의 요인이 된다. 날씬한 몸매를 위해 지나치게 체중을 감량할 경우 지방이 많이 감소되어 체온 조절이나 호르몬 생산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여성은 평소 배를 따뜻하게 하고 여성스러움을 유지하는 것이 임신에 도움이 된다.

생활 습관을 바꾸면 자연 임신을 유도할 수 있다. 웨일 코넬 메디컬 칼리지의 마크 골드스틴 박사는 남성 불임의 약 70%는 치료가 가능하고, 특히 정자 생산에 악영향을 미치는 간단한 생활 습관만 바꿔도 남성 불임의 25%가량은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남성은 고환의 온도를 체온보다 낮춰 시원하게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옷, 특히 속옷은 헐렁한 트렁크 팬티를 입고, 내복은 가능한 입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엉덩이에 땀이 밸 정도로 오래 앉아 있는 것을 피하고, 사우나를 할 때는 가급적 열탕에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만약 열탕에 들어갔다면 그 후 반드시 찬물로 고환을 씻어줘야 한다. 음낭은 매일 찬물로 씻어주는 것이 좋고, 잘 때는 ‘맨살’로 자도록 한다. 열 감기에 자주 걸려 체온이 올라갈 때도 정자 생산력이 떨어지므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또 너무 자주 ‘방사’하면 정자가 덜 성숙해 임신이 안 될 수 있으므로 금욕했다가 아내의 배란일에 맞춰 ‘폭발’시키는 것이 좋다. 성숙된 정자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약 3개월이 걸린다. 정자는 매일 조금씩 만들어져 고환에서 64∼70일 정도 자라고 다시 부고환에서 12일 정도 자라 완전히 성숙한 정자로 탄생한다. 따라서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3개월 이전부터 담배도 줄이고 술도 멀리하는 등 불임 요소들과 어울리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임신이 안 되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는 것이 좋다.

불임의 원인은 많지만 불임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참 많다. 정보를 잘 활용해서 미리 예방한다면 건강한 아이를 빨리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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