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보강 없이도 강팀 띄우는 ‘명장’
  • 정철우│이데일리 기자 ()
  • 승인 2011.09.0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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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팀 NC 다이노스의 김경문 감독 선임 배경과 전망

▲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 ⓒ연합뉴스

‘무관의 제왕’ 김경문 전 두산 감독이 NC 다이노스 창단 감독에 선임되었다. 김성근·김경문·선동렬 등 뚜렷한 족적을 남긴 감독들이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줄줄이 소속팀을 떠났다. 이들의 거취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모아지며 역대 최대의 감독 FA(자유 계약 선수 제도) 시장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여기에 김경문 감독이 스타트를 끊은 셈이다. 때문에 그의 선임 배경과 앞으로의 행보는 물론, 이후 야구판에 어떤 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김성근 감독 카드는 SK 재계약 파문 이전에 접었다”

NC와 김경문 감독의 접촉 시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지난 6월 김감독이 두산 구단에서 사퇴한 시점과 8월19일 자신의 카페 개업을 위해 일시 귀국한 시점의 중간 지점에서 출발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 듯이 보인다. 이태일 NC 다이노스 대표가 처음 김감독에게 감독직을 제안했을 때만 해도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두산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NC가 곧바로 1군에 합류하지 못하고 당분간 우승을 노리기는 어려운 전력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그러나 NC는 꾸준히 김감독을 설득했고, 김감독 역시 새로운 도전을 택하게 되며 합의가 이루어졌다.

김감독의 NC행에 얽힌 이야기 중 두 가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우선 김택진 구단주와의 면담. 야구계에는 NC가 메이저리그 스타일로 감독 후보군을 정한 뒤 면접을 통해 낙점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김택진 구단주와 김경문 감독의 첫 만남은 취임식이 있기 하루 전날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경문 감독의 NC행에는 김택진 구단주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 김구단주는 이전부터 김감독의 추진력과 도전 정신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근 감독의 거취와 김경문 감독의 선임이 연관되어 있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NC가 김성근 감독을 감독 후보 중 한 명으로 점찍어두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부 논의 과정에서 김경문 감독으로 최종 낙점되었다. NC 다이노스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김성근 감독 카드는 김감독과 SK가 재계약 파문에 휘말리기 이전에 이미 접은 상태였다. 비교 우위가 아니라 김경문 감독이 더 적격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의 퇴진 여부와 이번 계약을 얽는 것은 억측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멀리 보는 혜안과 뚝심 있는 선수 기용에 ‘방점’ 

김경문 감독은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섰다. 2004년 두산을 맡을 때보다 손에 쥔 것이 더 적다. 그러나 기대가 쏠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의 뚝심은 늘 기대 이상의 성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김감독은 지난 2005년 두산을 맡아 올 6월까지 팀을 이끌었다. 취임 당시 두산은 최약체 전력으로 평가받았었다. 그러나 김감독은 취임 첫해부터 두산을 우승권 전력으로 끌어올렸다. 새 얼굴들을 과감하게 기용했고, 팀워크에 저해되는 요소는 확실하게 차단했다. 첫해에는 김인식 감독이 추구하는 믿음의 야구 연장선에 놓여 있다는 평가가 주류였다. 그러나 그의 색깔이 점차 자리를 잡으며 ‘김경문식 야구’라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냈다. 특히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대표팀을 맡아 9전 전승 우승이라는 신화를 남겼다. 대회 초반에는 아슬아슬 줄타기하듯 어렵사리 경기를 꾸려갔지만 김감독의 뚝심은 시간이 흐를수록 대표팀을 단단하게 만들어냈다.

김경문 감독 야구의 핵심은 역시 화수분 야구이다. 이렇다 할 전력 보강 없이 팀을 이끌었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전력을 만들어냈다. 손시헌·이종욱·고영민·이원석·최준석 등은 연습생 출신이거나 전 소속팀에서 쓸모없이 밀려난, 이른바 하류 인생이었다. 이제는 한국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김현수 역시 신고 선수 출신이다. 그러나 모두 두산에서 야구로 꽃을 피웠다. 그 중심에는 김감독의 혜안과 뚝심 있는 기용이 있었다.

NC 역시 이 점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FA 영입 등 전력 보강 요인은 남아 있지만, 앞으로 몇 년간은 신인급 선수들과 다른 팀의 주전에서 밀려난 선수를 주축으로 팀을 꾸려가야 한다. 이 선수들을 중심으로 끌고 가야 하는 만큼 김감독이 적격이라는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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