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들의 성격이나 관계도 뻔한 데다 석유 탐사의 집념에 대한 입장도 애매모호
  • 황진미│영화평론가 ()
  • 승인 2011.08.03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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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의 리뷰 <7광구>

 

 <제7광구>는 <괴물>의 뒤를 잇는 괴수물 블록버스터로, 3D 영화이다. 1985년 제주도 남쪽 해상 석유탐사선에는 석유시추의 집념으로 똘똘 뭉칭 하지원과 동료들이 있다. 그녀는 현장 경험도 열의도 없는 팀장이 못마땅하다. 계속되는 실패로 철수명령이 내려지고, 안성기가 책임자로 투입된다. 이상한 사고가 이어지고 팀원들이 동요하는 가운데, 마침내 변종 괴생물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의 성패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1980년대 광고 화면 같은 장면과 살짝 지겹게 느껴지는 박철민의 입담이 버무려진 전반부는 나쁘다. 인물들의 성격이나 관계도 너무 뻔하고, 3D 효과를 보여주려는 듯 넣은 화면들은 CG 화면을 더 만화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후반부로 가면 좋아진다. 절해 고도의 폐쇄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장면 구성도 좋고, 입체적인 액션의 합은 3D와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 전반부의 어색한 장면들도, 나름 복선이었음이 드러난다. 하지원의 단독 피날레도 호쾌하다. 괴수물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괴물의 묘사도 <에이리언>이나 <괴물>의 영향이 많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성공적이다.

 석유 탐사의 집념에 대한 영화의 입장은 애매하다. 그토록 매달린 석유 탐사가 결국은 반생명적 파괴이자 괴물을 출현시킨 원인이라는 점을 보여주면서도, ‘산유국의 꿈’이라는 개발주의에 대해 확실한 선을 긋지 않는다. 안성기에 대한 비판 없이, 마지막 시추봉을 어루만지는 하지원의 손길과 마침내 불이 붙은 시추선을 보여주는 엔딩은 산업 역군의 희생을 딛고 꿈을 이루었다는 뉘앙스마저 풍긴다. 혼자 도망가는 팀장만 아니라면, 그가 괴물을 낳은 지도자라 할지라도 철저한 절연 없이 석유 탐사라는 반생명적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인가? MB만 아니면 신자유주의를 낳은 사람들과 함께 이 괴물을 잘 키워보겠다는 개혁주의자들이 생각나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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