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열면 여론 흐름이 보인다
  • 김기훈│ ㈜사이람 대표이사 ()
  • 승인 2011.07.1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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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뒷담화’ 활발히 이루어지는 ‘증폭성 미디어’ 기능 / 여론이 ‘왜, 어떻게’ 형성·확산되는지 과정 알게 해줘

▲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에 담긴 트위터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언젠가부터 갑자기 ‘소셜’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너도나도 앞다투어 ‘소셜’의 중요성을 외쳐댄다. ‘소셜’이라는 단어의 오·남용 사례도 빈발하는 것 같다. 개인 입장에서 ‘소셜’은 나와 직접 관계를 맺고 상호 작용하는 상대방들이다. 그 밖의 모든 것은 사실 손에 잡히게 와 닿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개개의 자타(自他) 관계들은 객관적으로는 연쇄적으로 이어져서 하나의 거대한 그물망을 이루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보통 ‘사회’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웃-연쇄형 소셜’ 모델에서는 나, 나의 직접적 이웃 그리고 연쇄 구조(네트워크)만 있으면 충분히 ‘소셜’이 만들어진다. 굳이 그 어떤 집단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조직 체계를 세울 필요도 없다. ‘나’라는 존재는 그 어떤 집단의 구성원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각자가 자신을 핵으로 한 커뮤니티(‘개인 커뮤니티’)의 ‘쥔장’이며, 이러한 ‘개인 커뮤니티’의 연쇄적 연결로서의 네트워크가 사후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일반적인 인터넷 서비스와 달리 개인 프로필, 개인 간 관계,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 연쇄 메커니즘 등의 요소를 뚜렷하게 갖고 있는데, 이러한 요소들은 ‘이웃-연쇄형 소셜’ 모델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이자 소품들이라 하겠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한 사회 내에서 정보, 감정, 의견 등이 소통되는 또 하나의 미디어, 즉 ‘소셜 미디어’로서 기능하게 된다. 특히 상대적으로 사적 대화가 주종을 이루는 페이스북과 달리, 트위터는 공적 의견, 즉 여론 형성이 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미디어이다. 최근 대권 주자들을 포함한 많은 정치인이 너도나도 트위터에 참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표적인 소셜 미디어인 트위터가 앞으로 정치권에서 갈수록 그 위력을 더해갈 것이다. 다음과 같은 특징 때문이다.

첫째, 트위터는 공식적(formal) 미디어가 아니라 그저 ‘중얼중얼, 종알종알, 재잘재잘, 주절주절, 조잘조잘, 수근수근, 투덜투털, 구시렁구시렁’ 하는 이야기들이 가감 없이 흘러다니는 ‘후방 채널 미디어’(Backchannel media)이다. 이를 흔한 말로 ‘뒷담화 미디어’라고 불러볼 수도 있겠다. 뒷담화가 공개적·상설적,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둘째, 여타 모든 미디어의 콘텐츠를 링크해 짧게 총괄할 수 있는 ‘메타 미디어’이다. 트위터 자체가 ‘1인 미디어’들의 혼합체로 구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외부 링크를 통해 신문·방송·인터넷 게시판·블로그 등 다양한 매체 콘텐츠들의 ‘인덱스 페이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저 또 하나의 미디어가 아니라 모든 미디어를 총괄하는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셋째, 트위터는 고유한 기하급수적 증폭 메커니즘을 내장하고 있는 ‘증폭성 미디어’이다. 이는 트위터가 ‘이웃-연쇄형 소셜’ 모델을 구현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 하나의 글이 몇 분 안에 트위터 사용자의 절반에게 전파될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르고 범위가 넓다. 그 어떤 다른 미디어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넷째, 상향식이면서도 (동적으로) 집중화되어 있는 ‘상향적 스타’ 미디어이다. 트위터상의 영향력은 결국 일반 사용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팔로우(follow)·리트윗(Retweet)·링크(Link) 행위들의 총합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지극히 상향적(bottom-up)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형성된 영향력이 모두 균등한 것은 아니고, 실은 매우 집중화되어 있다. 즉, 소수의 ‘1인 미디어’들의 영향력이 매우 큰 미디어이다.

앞으로 ‘소셜 여론조사’ 병행할 필요성 커질 듯

▲ 지난 5월19일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SNS 정치, 두려워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고 있다. ⓒNEWSIS

정치인, 공공 기관, 기업, 언론 등의 입장에서는 민심(民心)을 잘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주기적으로 또는 수시로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루어진 일부 여론조사들의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갑자기 여론조사 기법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일까?

여론조사는 개인들의 의견이 상호 간에 독립적이라는, 즉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일부 표본을 추출해서 행해진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상에서 개인들이 의견과 영향을 주고받게 되고, 그래서 특정 의견이 급속하게 증폭되게 되면 이러한 독립성 가정이나 그에 의거한 여론조사 결과는 정확성을 보장하기 어렵게 된다. 이는 정치와 선거에 ‘이웃-연쇄형 소셜’ 모델이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소셜 정치’ ‘소셜 선거’라고 이름 붙여볼 수도 있겠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민심을 파악하기 위한 여론조사 역시 ‘소셜’화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즉 통상적인 여론조사와 함께, 소셜 미디어상에 나타나는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는 ‘소셜 여론조사’를 병행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옛날에 왕이 민심을 살피기 위해서는 평복 차림을 하고 암행(暗行)을 해야 했다. 이제는 민심이 대규모로, 상시적으로, 그리고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소셜 미디어를 경청하기만 해도 된다. 게다가 이 미디어는 생생한 뒷담화를 담고 있으며, 모든 미디어 콘텐츠를 총괄하고, 게다가 증폭성이 강해서 확산 과정을 알 수 있는 이점까지 가지고 있다. 바로 이것이 최근 정치인, 공공 기관, 기업, 언론 등에서 소셜 미디어에 관심을 쏟고 있는 이유이다.

통상적인 여론조사와 ‘소셜 여론조사’는 각기 차이점과 장단점을 갖고 있다. 통상적인 여론조사는 정확성 수준이야 어떻든 일단 전체 모집단 중에서 몇 퍼센트가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를 추정하는 조사 결과를 산출해주는 반면, ‘소셜 여론조사’는 그렇지 못하다. 일단 한국 트위터 사용자 자체가 현재 약 4백만명으로 전체 인구 가운데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며, 전체 국민을 대표하기에는 편중된 인구학적 속성(고학력, 특정 연령층, 수도권 집중 등)을 가진 집단이고, 또한 소셜 미디어상에서 표출되는 의견이 찬성·반대 등과 같이 명확하게 구조화되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 반면 통상적인 여론조사는 무엇이 이슈가 되고 있고, 그것에 대한 여론이 왜,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형성되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반면, ‘소셜 여론조사’에서는 여론 형성 및 확산 과정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는다. 특히 한국 트위터 인구가 최근 1년 동안 세 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고, 트위터 사용자들은 사회적 관심과 참여가 가장 왕성한 20~40대 고학력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앞서가는 부분에서 여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정치권에서 갈수록 트위터에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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