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평화 갈구하며 온 정성 다해 조사·기록했다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1.07.1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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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만난 사람│작가 시오노 나나미

ⓒ문학동네 제공
로마인이 아니라 일본 태생이었다.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세를 탄 작가는 곧 출생의 비밀(?)을 밝혔다. 그러자 <로마인 이야기>는 더 화제를 뿌리며 입소문을 타고 독자를 늘려갔다. 작가는 1937년 7월7일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고교 시절 <일리아드>를 읽고 이탈리아에 심취했던 작가는 1963년 가쿠슈인 대학 철학과를 졸업했다. 다음 해 <일리아드>의 고향 이탈리아로 건너간 작가는 4년 뒤인 1968년, <르네상스의 여인들>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그 뒤 15년에 걸쳐서 ‘로마인 이야기’를 1년에 한 권씩 발표한 뒤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가 되었던 것이다.

서양 문명의 모태인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의 역사 현장을 발로 취재하며 30여 년 동안 로마사에 천착하고 있는 작가는, ‘도전적인 역사 해석과 소설적 상상력을 뛰어넘는 놀라운 필력’을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마인보다 로마를 더 잘 아는 로마의 이방인’인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이번에는 <십자군 이야기>(문학동네 펴냄)를 한 권씩 펴내기 시작했다.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라는 위력적인 한마디로 촉발된 십자군 전쟁은, 그러나 그 무엇보다 인간이 일으킨 전쟁이다. 십자군 전쟁은 인간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왕과 봉건 제후, 교황과 주교, 수도사, 기사와 빈민 등 십자군 전쟁에 참가했던 수많은 인물이 그 각자의 독특하고도 다른 개성으로 어떤 역할을 담당하거나 어떤 국면을 만들고 또 서로의 관계 속에서 상황을 변화시키는 변수로 작용하면서 만들어낸 역사인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바로 우리가 너무도 몰랐던 그 시대 속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워 그들의 이상과 욕망, 성공과 좌절의 명암을 통해 십자군 전쟁에 대해 이야기한다. 역사가들은 십자군 전쟁에서 광기와 사망자 수, 증오와 원한에 찬 비극의 기원을 발견한다. 하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인간의 욕망과 의지가 만들어낸 장대한 드라마를 발견하고, 그 빛과 어둠 속에서 매혹적인 인간 군상의 생생한 이야기를 압도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가 로마 시대와 로마인에 대한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물들을 중심에 놓은 새로운 역사서로 읽혀 큰 공감과 반향을 일으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십자군 이야기> 역시 중세와 십자군 전쟁에 대한 새로운 역사서라 할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 책에 대해 “진정한 평화주의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내가 온 정성을 다해 조사하며 기록해나간 전쟁 역사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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