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이기에, 사랑하기에 투쟁할 수밖에 없는 삶
  • 황진미│영화 저널리스트 ()
  • 승인 2011.05.2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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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린 <종로의 기적>

▲ ⓒ시네마달 제공

영화감독 준문은 첫 장편 <로드 투 이태원>을 촬영 중이지만, 이성애자와의 소통 실패로 촬영이 난항에 부딪힌다. 준문은 그것이 군대에서 겪은 아웃팅 때문이라고 털어놓는다. 다시 옛날 파고다 극장을 재현한 영화 <REC>를 찍으며 자신감을 회복한 그는 <로드 투 이태원>을 마무리 짓는다. 병권은 낮에는 보건의료단체에서 일하고, 밤에는 동성애자 인권연대에서 상근자로 일한다. 그는 쌍용차 점거 투쟁, 삼성 ‘반올림’ 집회, 이주노동자 대표이자 성소수자인 미셸의 단식 농성장 등을 찾는다.

게이는 어느 직장에나 있다. 다만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자신이 게이임을 밝히고도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병권은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 매진한다. 시골에서 올라와 스파게티 집을 운영하는 영수는 오랫동안 외로웠지만, 게이 커뮤니티 ‘친구 사이’와 합창단 ‘G-Voice’를 알게 되면서 ‘게이 인생의 황금기’를 맞는다. 공연을 다니며 지금은 애 아빠가 된 옛 친구와도 재회하지만, 갑작스러운 뇌수막염으로 사망한다. 결혼의 압박에 시달리는 회사원 정욜은 에이즈 감염인과 동거하고 있다. 에이즈 감염인은 게이 사회에서도 외면당하는 소수자이지만, 그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기 위해 감염인 운동에 적극적이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인권단체 상근자가 된다.

<종로의 기적>은 성적 지향이 다를 뿐, 여느 이성애자들과 마찬가지로 사랑과 행복을 추구하는 게이들의 민낯의 삶을 공개한다. 그러나 이들의 소박한 일상은 결국 운동으로 수렴된다. 이는 우리 사회의 억압과 차별이 그만큼 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투쟁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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