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검찰 조사 받은 뒤에도 돈 받았다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1.05.10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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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4일 귀국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 3월2일에도 ‘고문료’ 받은 사실 공소장에 적시돼

 

▲ 지난 2월28일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그림 로비·청장 연임 로비 등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검찰은 지난 4월15일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뇌물 공여 및 뇌물 수수 공범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한 전 청장은 국세청 차장 시절인 2007년 1월 <학동마을> 그림을 인사 청탁 명목으로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전달한 혐의와 미국 체류 기간 동안 주정업체 세 곳으로부터 모두 6천9백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출국 전부터 ‘금품 수수’ 꾀해

그런데 <시사저널>이 입수한, 한 전 청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을 자세히 뜯어보면 지금껏 공개되지 않은 새로운 정황과 사실이 눈에 띈다.

우선, 한 전 청장이 미국 유학을 명목으로 전격 출국했던 2009년 3월15일 이전인 그해 2월부터 이미 주정업체가 아닌 다른 대기업 등으로부터도 돈을 받았다는 대목이 보인다. 공소장에 따르면 ‘한 전 청장은 2009년 3월15일 미국으로 출국하게 됨에 따라 미국 체류비 및 향후 가족 생계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국세청에 근무하면서 알게 된 기업들과 고문 계약을 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한 전 청장은 같은 해 2월, 국세청장 시절 비서관이었던 장 아무개씨에게 자신이 받을 고문료를 대신 받아줄 회계법인을 물색하도록 지시했다.

장씨는 평소 자신과 절친한 ㄷ회계법인의 사무장인 신 아무개씨에게 “한 전 청장이 기업들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할 수 있도록 한 전 청장 대신 ㄷ회계법인 명의로 고문 계약을 체결하고 금품을 수수해 달라”라고 부탁했다. 그 무렵부터 여러 기업으로부터 ㄷ회계법인 명의로 고문료 명목의 금품을 받기 시작했다’라고 적시되어 있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이 이렇게 해서 주정업체 세 곳을 제외한 7개 기업으로부터 모두 6억5천1백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한 전 청장이 올해 2월24일 미국에서 귀국한 직후인 3월2일까지도 한 주정업체로부터 계속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공소장에는 ‘한 전 청장이 기업들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던 2009년 4월, 측근인 구 아무개씨가 국세청 소비세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음을 기화로 구씨의 직위를 이용했다. 국세청 소비세과의 관리·감독을 받는 주정 제조업체들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기로 구씨와 공모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ㄷ회계법인은 2009년 4월 주정업체 ㅅ사, 5월 ㅈ사, 7월 ㅍ사와 고문료로 월 1백50만원의 세무 자문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그렇게 해서 한 전 청장은 ㅅ사로부터 2009년 5월8일부터 2010년 5월10일까지 1천8백만원, ㅍ사로부터는 2009년 7월31일부터 2010년 6월30일까지 1천8백만원을 각각 받았다.

그런데 ㅈ사로부터는 2009년 6월15일부터 올해 3월2일까지 총 22회에 걸쳐 모두 3천3백만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주정업체 세 곳에서 모두 6천9백만원을 받은 셈이다. 한 전 청장은 지난 2월24일 전격 귀국한 뒤 나흘 만인 2월28일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했다. 결론적으로 당시 검찰청사를 드나들며 한창 조사를 받고 있던 한 전 청장은, 그 와중에도 자신의 통장에 ‘고문료’를 받아 챙기고 있었던 셈이다. 한 전 청장에 대한 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도덕적 비난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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