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3월 위기설’ 근거 있나
  • 진희관│인제대 통일학연구소장 ()
  • 승인 2011.02.2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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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사 긴장 일으킬 경제적·시간적 여유 없어…‘CNC 기술’ 등 앞세워 생활 향상에 주력할 태세

2월 초에 열린 남북 군사 실무회담이 결렬되면서 한반도 ‘3월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또 다른 형태로 도발할 가능성에 대비해서 우리 군이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지난해 11월23일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음에도, 연초 북한의 적극적인 대화 공세는 한반도의 안정에 기여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러나 이틀에 걸쳐 일곱 차례의 휴회를 통해 논의되던 군사 실무회담이 결렬되면서 한반도는 또다시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가운데)이 방북 중인 중국 공안부장의 선물을 보고 있다. 맨 오른쪽은 김정은. ⓒ연합뉴스

북한의 반응 역시 매우 노골적이다. 실무회담에 참여했던 북측 대표단의 ‘공보’ 내용에서는 “더 이상 상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죄행을 철저히 계산할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조선중앙통신과 로동신문을 통해 여러 건의 남한 비판 기사를 게재하고 있고, ‘인민’들의 비판 기사까지 게재하고 있다(조선중앙통신 2월10일자). 특히 우리측에서 본회담을 2월 말로 주장했다고 하며, 이는 “고의적으로 ‘키리졸브’ ‘독수리’ 합동 군사 연습 기간(2월 말~3월 중순)과 중복되게 할 의도”이며, ‘북측의 반발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타산’한 계책이라고 폄하하고 있다. 따라서 2월28일부터 3월10일까지 시행될 한·미 합동 군사 훈련 기간 중 한반도의 긴장은 고조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이번 훈련에는 지난해에 불참했던 미국 항공모함이 투입되고 미국 메릴랜드 주에 있는 제20 지원사령부 요원들이 참가해 북한의 핵 및 대량살상무기(WMD) 제거 연습도 전개할 예정이다. 또한 북한 급변 사태에 대비하는 훈련도 강화될 전망이다. 이는 개념 계획으로 있던 ‘5029’가 작전 계획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엿보이는 북한 내부의 실제 움직임은 예년과 사뭇 다르다. 올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부대를 시찰한 것은 2월2일 ‘제6556군부대 지휘부 시찰’이 유일하다. 물론 군부대 예술선전대 등의 공연을 세 차례 관람하고 군 산하 정성의학종합연구소를 현지 지도한 바 있지만, 군사 작전과는 거리가 있는 행보라 할 수 있다.

‘한·미 훈련’ 끝나면 군사적 긴장은 해소될 듯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 김정은(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함께 공군사령부 협주단 전자악단의 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월26일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정확한 촬영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
예컨대 2010년의 경우 1월에만 세 차례에 걸쳐 군부대를 시찰했고, 2009년에는 네 차례 군부대 시찰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1월에는 단 한 차례의 군부대 시찰도 없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군부대에 대한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2009년과 비교해 2010년 군 시찰 횟수도 16회에서 12회로 감소했는데, 2009년에 상대적으로 횟수가 많았던 것은 김정일의 건강 악화 직후라는 점과도 밀접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후계 구도가 안정화되면서 군사적 긴장을 상대적으로 감소시켜나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후계 구도의 안정화는 북한의 군사적 활동 감소로 이어진다는 전제를 놓고 보면, 올해 군 시찰 횟수가 줄어든 것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지난해 9월28일 개최된 3차 당대표자회 이후 북한의 매체들을 보면 후계 구도와 관련된 용어들은 점차 감소하고 있고, 김정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활동, 현지지도 참관 등의 사진 게재가 급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올 들어 ‘CNC(컴퓨터수치제어)화’에 대한 강조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신년 공동사설에서도 두 차례에 걸려 이 문제를 강조하고 있는데, ‘지식 경제 시대’에 걸맞게 “CNC 기술의 패권을 틀어쥔 경험에 토대하여 모든 분야에서 세계가 도달한 과학기술 수준을 최단 기간 내에 뛰어넘어야 한다”라는 ‘최첨단 돌파 사상’과 ‘최첨단 돌파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1월8일 김정은 생일을 하루 앞두고 로동신문에 게재된 정론 ‘온 세계에 앞서 나가리’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최첨단을 돌파하라’라는 구호를 강조하고 지난해 12월2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희천련하기계종합공장’(자강도 희천군)의 현지지도를 언급하면서 CNC에 대한 언급이 27회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CNC 공작기계, 고성능 CNC, CNC 광장, CNC 개발, CNC 공업, CNC 기술, CNC 노래, CNC화, CNC 기술자, CNC 기술센터 등의 용어가 중복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북한은 이 공장에 대해 “21세기 표본 공장으로 전변되었다”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과거 1951년 3월 건립되어 ‘어머니 공장’으로 불려왔던 ‘희천공작기계공장’이 새롭게 리모델링되어 대규모로 CNC 기계를 생산하게 된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CNC는 김정은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그리고 김정은의 생일인 1월8일자 로동신문에 게재된 사설 ‘강성대국의 대문을 향하여 최대의 진격 속도로 앞으로!’에서도 CNC와 최첨단 돌파 사상을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신년 공동사설의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올해에 다시 한번 경공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 생활 향상과 강성대국 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키자”라는 표현에서와 같이 북한의 최대 숙제는 ‘김일성 탄생 100주년’ ‘김정일 탄생 70주년’이 되는 2012년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 제끼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있다.

이러한 내용들을 볼 때, 올해 북한은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한 여유가 없어 보인다. 요컨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의 근원은 될 수 있으나, 새로운 긴장을 일으키는 주요 변수가 북한이 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북한이 고민하고 있는 2012년까지는 10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밖에 남지 않았다. 올 들어 북한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식량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에도 북한이 ‘인민 경제 생활 향상’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도를 엿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이 열리는 기간인 2월 말과 3월 중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는 불가피하겠지만,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북한은 전방위적으로 경제 지원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의 최대 현안인 핵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역시 다소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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