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회장’ 뜨면 금융권 재편될까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02.0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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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만수 위원장 ⓒ시사저널 이종현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금융지주회사 회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우리금융이다. 강위원장이 우리금융 회장에 취임하면 금융권을 재편할 큰 그림을 그릴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지주 회장이요? 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금융지주 회장 후보에) 오르내리고 있으니…. 글쎄요.”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는 금융지주 회장직에 대한 견해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강위원장의 최측근 인사는 “요즘 하도 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몇 차례 물었으나 강위원장이 답변을 피하고 있다. (강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직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강위원장을 보좌한 터라 강위원장의 속내를 가장 잘 아는 인사로 꼽힌다. 부총리까지 지낸 강위원장이 어찌 보면 격에 맞지 않는 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눈길을 주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서울시 중구 회현동에 있는 우리은행 본점. ⓒ시사저널 박은숙

강위원장이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금융지주는 네 곳이다. 우리금융, 하나금융, 신한금융, 산은금융이 그것이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회장 임기가 오는 3월에 끝나는 터라 두 회사는 조만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하고 후임 회장 인선 절차에 들어간다. 신한금융은 내홍 끝에 라응찬 전 회장이 물러나고 류시열 이사회 의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신한금융은 최고경영자 공백 상태를 조기에 벗어나기 위해 후임 회장 인선을 서두르고 있다. 산은금융 회장도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민유성 산은금융 회장은 6월에 임기가 끝나지만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퇴임할 수 있다. 민회장은 “인사권자이자 대주주인 정부가 (교체를) 결정하면 따를 것이고, 임기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마음을 비웠다”라고 밝힌 상태이다.

 

가장 유력한 곳은 우리금융이다.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57%를 소유한 터라 정부 뜻대로 후임 회장을 정해도 관치 금융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가장 작다. 다만, 강위원장이 우리금융 회장으로 입성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다. 이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지지부진한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지주 안팎에서는 연임에 대한 요구가 크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난 임기 동안 추진한 민영화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서라도 (이팔성 회장이) 연임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팔성 회장도 연임에 대한 희망을 내비쳤다. 이회장은 지난 1월26일 설맞이 봉사 행사 자리에서 연임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업무는 서스테이너블(sustainable·연속성 있게)하게 진행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비난 여론 의식해 ‘우리금융행’ 포기할 수도

▲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시사저널 임준선

그러나 이팔성 회장 뜻과 달리 연임은 순조롭지 않을 듯하다. 우리금융이 당초 회추위를 구성하지 않고 이사회에서 이회장을 재선임하는 방안을 예금보험공사와 협의했으나 예보가 반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예보의 조처를 강위원장이 우리금융 회장 자리에 올 길을 터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강위원장이 회장 공모에 응하면 회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강위원장이 비난 여론이 부담스러워 우리금융 회장직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은금융 회장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다. 그러나 산은금융으로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산은금융의 자산 규모는 1백22조원에 불과하다. 국내 4대 금융지주가 3백조원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산은금융 회장직은 한 단계 떨어지는 느낌이 없지 않다. 이팔성 회장이 언급했듯이, 한 계급 위인 강위원장이 욕심 내면 갈 수 있는 우리금융 회장보다 낮은 자리로 임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강위원장이 우리금융 회장으로 가고 이팔성 회장이 산은금융 회장으로 옮겨가는 구상이 흘러나오고 있다. 

강위원장이 우리금융 회장실에 입성하면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추진하면서도 산은금융과 합쳐 메가뱅크를 만드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강위원장의 측근 인사는 “인수위 시절 산업은행을 정책금융공사와 산은금융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강위원장이)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금융권 판도가 많이 변한 터라 메가뱅크 설립 방안까지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 어윤대 KB금융 회장 ⓒ시사저널 박은숙

민유성 회장은 조기 퇴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민회장은 회사 안에서 평이 좋지 않다. 산업은행 내부 관계자는 “민회장은 투자은행(IB) 출신인 탓에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은행 발전에 기여한 것이 없다는 내부 비난 여론이 있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민회장은 산업은행 분리라는 1차 과제를 마무리했다. 민회장이 3월 주주총회를 전후해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에서는 강위원장이 라응찬 전 회장과 손잡고 신한금융에 입성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라응찬 전 회장이 지명한 인사를 신한은행장이나 지주회사 사장에 앉히고 강위원장은 라 전 회장의 지지를 업고 회장에 취임한다는 시나리오이다. 강위원장은 신한금융과 인연이 깊다. 신한은행이 지난 1982년 창립할 때 강위원장은 재무부 이재국 담당 과장으로 창립 작업에 관여했다. 강위원장은 “재일교포들이 신한은행 창립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가 많았다. 상당수 재일교포 주주가 상자에 현금을 한가득 담아 상자째 넘기고 가는 바람에 당시 이재국 제1투자금융 과장으로서 제도적 법적·제도적 난제를 해결하느라 애를 먹었다”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하나금융 회장 취임 가능성 낮아

이에 대해 금융권의 한 인사는 “그런 시나리오가 돌았으나 라 전 회장이 민 것으로 알려진 위성복씨가 아닌 서진원 행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가능성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전했다. 현실적으로도 강위원장이 라 전 회장과 손잡고 신한금융 회장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17% 지분을 가진 재일교포 주주들이 라 전 회장을 불신임한 터라 라 전 회장이 강위원장의 (신한금융) 입성에 기여할 힘도 없고 의지도 없다”라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지난 2월1일 “사태가 발생한 지 5개월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내부 파벌 이야기가 흘러 나오는 것은 개탄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라응찬 전 회장이나 신상훈 전 행장 세력이 후임 회장 인선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에 경고를 보낸 것이다. 더욱이 강위원장은 신한금융 회장 자리로 갈 뜻이 없어 보인다. 강위원장은 “(신한금융 회장직과 관련해) 일각에서 억측이 나오고 있으나 지금 신한금융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2월8일 특별위원회를 열고 회장 후보 명단(short list)을 확정한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류시열 회장 직무대행이다. 류직무대행은 신한금융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금융 업무에 대한 전문성도 갖추고 있어 신한금융 회장 후보 평가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시사저널 임영무

강위원장이 하나금융 회장에 취임할 확률은 더 작아 보인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해 체결한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마무리해야 한다. 전략적 투자자와 인수 자금을 유치하는 협상을 벌이는가 하면 지주사 유상 증자까지 검토하고 있어 업무 연속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김회장이 68세로 노령인 데다 지난 14년 동안 최고경영자(행장 3연임, 회장 2연임)를 지낸 터라 연임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지적을 의식한 탓인지 김회장은 지난 1월26일 승부수를 던졌다. 하나금융은 ‘이사회 구성원 나이를 70세로 제한하고 등기임원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며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라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김회장이 회장직에 대해 노욕이 없음을 천명하면서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는 길을 튼 것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 작업을 완료하고 조직 통합 작업까지 수행하려면 김승유 회장의 연임이 필요하다는 것이 내부 여론이다”라고 말했다. 

강위원장은 과거 재무부나 기획재정부 관료 시절 일복이 많은 것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부가가치세 도입이나 금융실명제 초안 작성도 강위원장이 실무를 처리했다. 강위원장은 “나폴레옹은 승리하는 장군이 가장 위대하다고 했다. 욕을 먹고 안 먹고는 중요하지 않다. 비난을 듣지 않는 자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강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 금융권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위원장은 또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있는 만큼 금융권 재편을 주도할 힘도 가지고 있다. 강위원장의 최측근 인사는 “강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하면 별 탈 없이 회장 임기를 채우지는 않을 것이다. 금융권을 재편할 큰 그림을 그리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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