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리 곧 차지할 새 ‘패권 국가’ 속내 읽기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0.11.0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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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미래 세계에 대한 정치·경제·문화·군사적 분석

▲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 마틴 자크 지음 / 부키 펴냄 / 620쪽│2만5천원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앞으로 더욱 놀라운 일을 벌일 것 같다. 각국이 안전 벨트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10년 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3조 달러로 미국의 3분의 2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지금의 중국이 한 개 반 정도 더 생기는 것이다. 미국 GDP 성장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다.”

브릭스(BRICs)라는 단어를 만든 짐 오닐 골드만삭스 글로벌자산운용 회장이 11월3일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한 중국의 급성장에 대한 대목이다.

정치·사회적 현상에서도 중국의 위력은 10년 사이 온갖 의심까지 잠재워버렸다. 최근 벌어진 센카쿠 열도 분쟁에서 이미 ‘패권 국가 중국’임을 확인시켰다. 일본을 제치고 G2 즉,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이 된 중국이 미국마저 넘어서 세계의 패권을 차지할 경우 세계는 어떻게 바뀔까?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의 저자 마틴 자크는 최근의 논의들이 경제적인 부분에 치중되어 있다며, 따로 중국의 미래와 세계의 변화를 폭넓게 내다보았다.

저자는 지난 2세기 동안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었던 서유럽과 미국이 그랬듯이, 패권 국가의 영향력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문화·군사적 측면 등 전방위적으로 발휘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미래와 그에 따라 변화될 세계를 올바로 조망하려면 서구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문명과 과거 역사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중국인의 특성이 앞으로의 국제 질서와 문화 확산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연 중국이 세계 최강국이 되면 어떤 행동을 취할까? 중국이 서구처럼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유럽과 미국이 공격적이고 팽창주의적으로 전세계에 영향을 미쳤지만, 중국은 현재 영토 안에서 팽창주의적 행태를 보였다. 중국의 팽창주의도 변할 테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과 유럽처럼 세계를 통치하려 들 것이라는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저자는 “중국이 세계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다른 데 있다. 바로 오랜 세월 중국인의 의식 속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우월 의식이다. 이러한 고정 관념이 중국의 행동과 세계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지만 그 심지가 매우 단단하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서구 국가들이 공격과 정복의 흔적을 남겼다면, 중국은 지나친 자만심에 근거한 우월 의식을 가지고 국제적 위계질서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이 밖에 저자는 그동안 서유럽과 미국의 역사가 중심이 된 세계사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세계 수도의 지위가 뉴욕에서 베이징·상하이로 이동하며, 영어와 중국어가 제2 언어의 지위를 놓고 경쟁하고, 중국의 대학들이 영·미권 대학들처럼 부상하며, 중국 음식과 중의학이 지금보다 더욱 확산되리라고 예상했다.

저자는 “중국이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한다고 해도 세계 질서가 새로운 형태의 민주적인 지배 구조로 확립될 것 같지는 않지만, 인도와 브라질, 러시아 같은 개발도상국들이 함께 부상할 터이니 대체로 과거보다는 민주적인 방식으로 움직이는 세계 질서가 확립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긍정적인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저자는 이에 대한 이유로 중국의 인구 규모를 들어 설명했다. 세계 인구의 4.6%를 차지하는 미국보다는 20%를 차지하는 중국이 더욱 대표성을 띨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했던 브릭스 국가들과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중국이 만든 위계질서에 따라 움직이면서, 세계 경제 체제는 물론 외교 관계까지 기존의 서구식 체제보다 더 민주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미래의 국제 질서를 엿볼 수 있는 G20 정상회의에 선 각국 정상의 표정에서 저자의 주장에 대한 부연 설명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시사저널자료
10월에서 11월로 이어지는 길목에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60년 만에 상봉하면서 한반도는 또 목이 메었다. 남북 분단의 비극을 그려온 이호철 작가가 30여 년 전에 출간했던 소설을 <출렁이는 유령들>(글누림 펴냄)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했다.

이작가는 1932년 지금은 북녘 땅인 강원도 원산에서 출생해 열아홉의 나이에 한국전쟁을 치르며 별별 직업을 전전하다 <탈향>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현대문학상과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문단에서의 입지를 다졌다. 민주수호국민회의 운영위원으로 재야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어 1980년에는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1985년에는 자유실천문인협회 대표를 맡는 등 ‘운동’을 이어나갔다.

이 소설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일본 식민 지배의 역사와 이로 말미암은 상처로 기구한 운명을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인데, 작가는 간첩 혐의를 뒤집어쓸 위기에 처한 한국 가족을 통해 분단으로 생겨난 통치 체제의 섬뜩함을 그렸다. 이작가는 작품 후기에서 “이 소설 안에서 다루고 있는 1970년대의 한·일 관계에 북한까지 끼어들어 있는 삼각관계의 소설화·형상화가 이 작품 말고는 찾아보기 어렵겠다는 점에서 우리 문학사적인 뜻도 만만치 않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싶어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남북 분단 후일담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낼 만한 소재라는 말도 있었는데, 21세기 들어서면서 이호철 작가같이 그런 면에서 쓰고 활동하는 작가를 찾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모진 세월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담아, 이작가가 직접 다시 나서서, 36년간의 일제 강점기를 ‘어제’로, 65년간의 남북 분단 현실을 ‘오늘’로 잡으면서, 언제일지는 몰라도 한 발짝씩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통일이라는 밝은 역사를 ‘내일’로 잡은 작품을 눈에 띄게 서점에 깔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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