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는 정말 무심한데 왜 오해하고 싸우는 걸까
  • 전우영│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심리학의 힘p 저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11.0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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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의사소통 도구들이 미스커뮤니케이션을 일으키는 이유

2010년 9월 말쯤, 서울에 있는 대학의 한 남학생이 동아리 웹사이트에 자궁경부암 백신의 효과를 의심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 대해 후배 여학생이 ‘그래도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라는 내용의 일종의 반박성 댓글을 달았는데, 글의 마지막에 ‘ㅋㅋㅋ’를 덧붙였다고 한다. 문제는 이 남학생에게 여자 후배의 ‘ㅋㅋㅋ’가 자신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남학생은 이 후배에게 ‘비웃는 것처럼 느껴진다. 예의가 없다’라고 화를 냈다고 한다. 사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여학생이 다른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고, 이 글을 본 다른 남자 선배가 ‘버릇없다’라고 댓글을 달면서 이 여학생의 실명을 추정할 수 있는 정보를 남겼다고 한다. 여학생은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해 항의했지만 선배는 그의 몸을 밀치면서 폭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싫으면 동아리를 탈퇴해라’ ‘원래 성격이 나빴다’라며 집단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ㅋㅋㅋ’ 사건의 시작은 ‘ㅋㅋㅋ’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서 출발한다. 남자 선배들은 ‘ㅋㅋㅋ’가 비웃음이라고 해석했다. 정말로 여학생은 노골적으로 비웃음을 드러내기 위해서 댓글의 말미에 ‘ㅋㅋㅋ’를 붙였을까? 혹시, 자신이 무언가 반론을 펴고 난 다음에 생기는 어색함을 줄이기 위한 웃음을 표현한 것은 아니었을까? 문제는 동일한 ‘ㅋㅋㅋ’의 진정한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ㅋㅋㅋ’에 대한 해석이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ㅋㅋㅋ’를 쓴 사람이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와 ‘ㅋㅋㅋ’를 본 사람이 전달받은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honeypapa@naver.com

 메일과 문자, ‘비언어적 단서’ 제공하지 못해

이메일이나 문자와 같은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이 등장하면서 의사소통의 속도는 매우 빨라졌지만, 오해와 미스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그만큼 더 커진 것처럼 보인다.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를 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일들이 이메일이나 문자를 사용했을 때 오해를 유발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종종 볼 수가 있다. 심지어 전화로는 아무 문제 없이 전달한 동일한 내용의 메시지를 시간이 없어서 이메일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다가 오해를 사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도대체 이메일이나 문자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우리가 의사소통을 할 때 서로 주고받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는 메시지의 내용이다. 즉,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이다. 하지만 의사소통 과정에서 우리가 주고받는 정보에는 메시지의 내용만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비언어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표정, 몸짓, 목소리의 크기와 톤, 말투, 시선 등과 같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렇게 다수의 경로를 통해 비언어적 단서를 전달하는 이유는 상대방이 어떤 하나의 단서의 의미를 놓쳐도 다음 단서를 이용해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즉, 사람들은 메시지의 의미를 좀 더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상대방에게 다양한 비언어적인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메일이나 문자의 경우에는, 면 대 면 대화나 전화 통화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다양한 비언어적 단서들이 제거된 상태의 매우 건조한 메시지의 내용만이 상대방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메시지의 내용 자체를 전달하는 데는 이메일과 문자가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메일과 문자에는 전달자의 의도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는 비언어적 단서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 결과, 동일한 내용의 메시지가 전달자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면 대 면 대화나 전화 통화에 비해 훨씬 커지게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사용자들이 자신이 전달한 메시지가 잘못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 등의 연구에서는 대학생들에게 몇 가지 주제를 주고, 각 주제별로 빈정거림, 슬픔, 화 그리고 진지함이 전달될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들도록 했다. 그리고 이 메시지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전달 방법으로는 얼굴을 직접 보고 말하는 것, 목소리만 녹음해서 들려주는 것, 그리고 이메일을 사용했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정확하게 자신의 정서를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 예상해보도록 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어떤 수단을 사용하느냐와는 무관하게 거의 정확하게 자신의 정서를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면 대 면, 목소리 그리고 이메일 중 어떤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든 간에 자신은 상대방과 성공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메시지 수신자들이 실제로 경험한 것은 크게 달랐다. 수신자들이 실제로 메시지에서 전달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정서를 발견하는 확률은 전달자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면 대 면과 목소리를 이용해서 메시지를 전달했던 경우에 비해 이메일을 사용한 경우에는 전달자가 의도했던 정서를 파악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메시지 수신자가 메시지 전달자와 친한 친구인가 또는 서로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인가는 이메일에 포함된 정서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즉, 메시지 수신자가 전달자를 잘 알고 있는 친한 친구인 경우에도 이메일을 통해 전달자가 의도한 정서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메일 작성자, 이메일만으로도 충분히 소통 가능하다고 착각

이러한 결과는 이메일을 통한 의사소통이 미스커뮤니케이션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메일 작성자는 이메일(의 글)만으로도 충분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이메일의 내용이 의미하는 바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메일의 내용이 자신에게만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이메일만을 토대로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양한 비언어적인 단서가 배제된 채로 전달되는 이메일은 쉽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는 ‘ㅋㅋㅋ’ 사건에서와 같은 인간관계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메일이나 문자의 등장이 우리에게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의 기회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더 많은 오해와 미스커뮤니케이션의 기회도 함께 제공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오해의 가능성이 있는 주제라면 이메일을 명확하게 쓰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먼저 수화기를 드는 편이 나중에 현명한 선택으로 판명 날 확률이 높다. 우리 주위에는 글이 아닌 말로 하는 대화가 필요한 일들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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